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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피디가 되려면 꼭 명문대를 나와야하나요?

by 김민식pd 2012. 10. 5.

드라마 피디를 꿈꾸는 어느 여고생이 방명록에 질문을 남겼어요. 피디가 되는 길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길이 있겠지요.  저의 답변 역시 저의 의견일뿐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1. 명문대를 나와야하나요?(인서울 대학 포함)

좋은 대학을 나오는게 공중파 방송사에 입사하는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확률적으로 보아 명문대 출신들이 많거든요.

 

2. 만약,명문대를 나와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좋은 질문입니다. 나도 이게 항상 궁금했거든요. 공부만 한 범생이들이 어떻게 오락 프로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그냥 잘 놀던 사람이 예능 연출하는 게 맞지 않나? 피디라는 직업은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이 잘 어울립니다. 방송은 수백만 시청자와의 약속인데 펑크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을 뽑는데, 그런 사람들은 대개 학창시절에 공부도 성실히 한 사람이더군요.

명문대를 나오면 도움이 됩니다. 안 나오면?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성실함과 열정을 증명해보이면 됩니다.

 

3. 보통 몇세에 입사를 하나요?

30세 전후가 많습니다. 몇년전에 신입 피디 평균 나이를 보니 32세더군요. 요즘은 졸업도 늦고 다른 직장생활을 하다 오는 사람도 많아 입사 연령이 늦어도 별 흠이 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4. 피디가 되면 정말 바쁜가요?

네, 조연출 때 가장 많이 바쁘지요. 많은 걸 한꺼번에 배우는 시기니까. 나중에 정직을 먹거나 징계를 받으면 한가해져서 블로그 생활을 할 여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

 

5. 바쁘다면 어느정도로 바쁜지 알려주세요~~

제가요, 신혼 때 아내에게 제일 미안했던 점은, 결혼하고 처음 한 달 동안 집에 가서 아내랑 저녁을 먹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겁니다.  매일 혼자 빈 집을 지키는 아내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피디가 되면 사정은 좀 나아집니다. 그런데 보니까 좋은 직장일수록, 좋은 직업일수록, 20대에 더 바쁘더라고요. 좋은 직장과 좋은 직업이란 결국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일이거든요. 그만한 책임감을 지기 위해서는 고난과 시련을 많이 겪어야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의사의 인턴 시절이 힘들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이 피디라는 직업에 대해 멋있게 생각한다면, 아마도 배우나 가수 같은 연예인들이 피디의 지시에 따르고, 스태프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인생은 참 공평하답니다.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에는 그만큼의 고난이 있거든요. 조연출 시절, 한가하게 보내면, 피디가 되어서 티가 납니다. 별로 일 열심히 하지 않은 티가... 조연출 때 과로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던 김태호를 보세요. 최고의 연출가가 되었지 않습니까? (물론 태호가 과로한데는, 당시 연출인 제가 농땡이를 친 탓도 있지만...^^) 

 

6. 여자라서 드라마 피디가 될때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드라마의 주시청층인 여성 시청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으니 좋은 연출이 될 수 있죠. 단점은, 제가 직접 안 겪어봐서 잘 모르겠어요.

 

7. 제 나이 19살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나이가 맞나요?

무엇이든지 꿈꿀 수 있는 나이죠. 열아홉살... 참 좋은 나인데... 참 좋은데... 뭐라 말로 설명할 길이 없네요... ^^ 솔직히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막 해보세요. 그 시절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아무것도 안하면 나이들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답니다.

 

8. 피디가 아닌,저보다 인생을 많이 산 선배로서 인생의 진정한 가치는 행복인가요?

그렇죠. 행복 외에 무엇이 더 있겠습니까...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행복에는 두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오랜 시절, 남는 행복과 한 순간 끝나는 행복... 제게는 독서의 즐거움이 오래가는 행복이고, 게임의 즐거움은 그 순간만 즐거운 행복인 것 같아요. (물론 요즘 저는 게임도 많이 해요. 마흔살이 넘으니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드라고요. ㅋㅋ) 

 

9. 공부를 잘하고 똑똑해야만이 드라마pd가 될 수 있나요??

주위를 둘러보면 꼭 그렇지는 않던데... ^^ 저는요, 어려서 대통령은 국민들 중에서 제일 똑똑하고 제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잖아요? 피디도 마찬가지랍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유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피디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의 요즘 고민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입니다. 여섯살 난 아이에게 좋은 아빠란 무엇일까? 업어달라 할 때 많이 업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열여섯살이 되면 업어달라고 하지도 않고, 업어주기도 힘들테니까요. 어떤 일이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중고생 시절은 공부를 하는 학창 시절입니다. 10대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나중에 벌충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독서, 영화 감상, 여행, 다 중요하지만, 이런 건 나중에 할 수 있거든요. 10대에는 10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바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10. 마지막으로 피디님도 명문대를 나오셨나요?주위 피디님들도 명문대를 나오셨나요??

저는 한양대 자원공학과 나왔어요. SKY는 아니지만 인서울대학이니 명문이라 해야 하나요? 아, 맞다. 제 최종 학력은 외대 통역대학원이랍니다.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해서 통역사가 되었다는 점을 지원 당시 면접관들이 좋게 생각해주신 것 같아요. SKY를 못갔다고, 좋은 대학을 못갔다고 인생이 끝나지 않아요. 20대에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끝으로 광고~~~

제 블로그를 꾸준히 보아오신 분들이 보기에 오늘 올린 답변은 그동안 자주 했던 이야기의 반복일 수 있어요. 드라마의 '지난 이야기' 같은 거죠. 제 블로그는 '더 좋은 피디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매일 매일 고민하며 사는 저의 학습장입니다. '좋은 피디 되기 참 어렵거든요.' 

 

처음 온 사람이 400개가 넘는 블로그 글을 읽기는 힘들겁니다. 좀 더 일목요연하게 피디가 되는 노하우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네, 있습니다.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의 요약본이 나옵니다. 한 권의 책에 피디가 되는 방법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모았어요.

10월 15일,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 책으로 나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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