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출을 하면서 처음 작업하는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지 못하는지 알아보는 첫번째 기준. 리액션을 어떻게 하느냐다. 연기가 어색하거나 신인의 경우, 집에서 혼자 연습해온대로만 연기를 한다. 상대 배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는 보지 않고 오로지 자기 차례가 왔을 때 어떻게 대사를 칠지 그것만 머리속으로 고민하는 배우가 있다. 그런 배우는 편집해서 보면 혼자 따로 놀고 겉돈다. 연기의 기본은 액션이 아니라 리액션인데 말이다.

 

영화 '광해'를 봤다. 워낙 선수들 사이에서 '잘 빠졌다'는 평이 많아 개봉일만 기다리고 있던 영화였다. 보면서 몇번을 박장대소하고 몇번을 눈시울을 훔쳤다. 이렇게 재미난 영화, 간만일세. (바로 전에 본 영화가 익스펜더블 2였으니 더욱 비교가 되었다. 요즘엔 후진 헐리웃 액션보다 한국 영화가 더 낫다.)

 

이병헌과 류승룡의 합이 참 좋았다. 이병헌의 연기가 참 능청맞고 개구진데 그걸 받아주는 류승룡의 의뭉스러운 표정 또한 걸작이었다. 코미디는 액션보다 리액션이 더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웃기는 장면을 연기하면 항상 그걸 보는 상대 배우의 반응이 다음 컷으로 들어간다. 배우의 리액션은 관객의 반응의 대리자다. 이때 리액션이 과도하면 관객의 입장에서 흥이 깨지고, 리액션이 부족하면 상대 배우의 흥이 깨져버린다. 적절하게 상대 배우의 액션을 도와줘야하는데, 류승룡이 그 역할을 참 잘했다.

 

 

 

연출로서 가장 짜증나는 배우는? 상대 배우의 감정이 중요한 씬인데, 자기 표정만 연습해와서 코믹한 리액션 하나로 역할을 따먹으려는 배우다. 그렇게 연기하면 시청자들 머리 속에 '그 배우 진짜 웃기더라'하는 이미지는 각인될 지 몰라도 드라마의 전체 합은 깨진다. 진짜 잘하는 배우는 적절하게 리액션을 해줘 상대의 연기를 돋보이게 해준다. 

 

이건 사실 소개팅에 나서는 자세이기도 하다. 때로 남자들은 처음 만난 여자에게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준비한 대본을 줄줄 외우듯이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이건 대화의 자세가 아니다. 연기의 기본이 리액션이라면, 대화의 기본은 반응이다. 상대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그에 따른 적절한 맞장구가 대화의 맛을 살린다.  

 

혹시 잘생긴 남자라면 몇시간에 걸친 자기 자랑을 여자들이 참을성있게 들어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으니까 죽었다 깨나도 모르겠지만. ㅋㅋ 

 

영화 '광해'를 보며 다시금 리액션의 중요성을 깨닫는 하루였다.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나비오 2012.09.14 1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액션을 잘 해야겠네요
    그녀 앞에서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