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피디를 꿈꾸는 어느 여고생이 방명록에 질문을 남겼어요. 피디가 되는 길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길이 있겠지요.  저의 답변 역시 저의 의견일뿐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1. 명문대를 나와야하나요?(인서울 대학 포함)

좋은 대학을 나오는게 공중파 방송사에 입사하는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확률적으로 보아 명문대 출신들이 많거든요.

 

2. 만약,명문대를 나와야 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좋은 질문입니다. 나도 이게 항상 궁금했거든요. 공부만 한 범생이들이 어떻게 오락 프로를 잘 만들 수 있을까? 그냥 잘 놀던 사람이 예능 연출하는 게 맞지 않나? 피디라는 직업은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이 잘 어울립니다. 방송은 수백만 시청자와의 약속인데 펑크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을 뽑는데, 그런 사람들은 대개 학창시절에 공부도 성실히 한 사람이더군요.

명문대를 나오면 도움이 됩니다. 안 나오면?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성실함과 열정을 증명해보이면 됩니다.

 

3. 보통 몇세에 입사를 하나요?

30세 전후가 많습니다. 몇년전에 신입 피디 평균 나이를 보니 32세더군요. 요즘은 졸업도 늦고 다른 직장생활을 하다 오는 사람도 많아 입사 연령이 늦어도 별 흠이 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4. 피디가 되면 정말 바쁜가요?

네, 조연출 때 가장 많이 바쁘지요. 많은 걸 한꺼번에 배우는 시기니까. 나중에 정직을 먹거나 징계를 받으면 한가해져서 블로그 생활을 할 여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

 

5. 바쁘다면 어느정도로 바쁜지 알려주세요~~

제가요, 신혼 때 아내에게 제일 미안했던 점은, 결혼하고 처음 한 달 동안 집에 가서 아내랑 저녁을 먹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겁니다.  매일 혼자 빈 집을 지키는 아내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피디가 되면 사정은 좀 나아집니다. 그런데 보니까 좋은 직장일수록, 좋은 직업일수록, 20대에 더 바쁘더라고요. 좋은 직장과 좋은 직업이란 결국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많은 일이거든요. 그만한 책임감을 지기 위해서는 고난과 시련을 많이 겪어야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의사의 인턴 시절이 힘들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사람들이 피디라는 직업에 대해 멋있게 생각한다면, 아마도 배우나 가수 같은 연예인들이 피디의 지시에 따르고, 스태프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는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인생은 참 공평하답니다.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에는 그만큼의 고난이 있거든요. 조연출 시절, 한가하게 보내면, 피디가 되어서 티가 납니다. 별로 일 열심히 하지 않은 티가... 조연출 때 과로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던 김태호를 보세요. 최고의 연출가가 되었지 않습니까? (물론 태호가 과로한데는, 당시 연출인 제가 농땡이를 친 탓도 있지만...^^) 

 

6. 여자라서 드라마 피디가 될때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드라마의 주시청층인 여성 시청자들의 심리를 잘 알고 있으니 좋은 연출이 될 수 있죠. 단점은, 제가 직접 안 겪어봐서 잘 모르겠어요.

 

7. 제 나이 19살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나이가 맞나요?

무엇이든지 꿈꿀 수 있는 나이죠. 열아홉살... 참 좋은 나인데... 참 좋은데... 뭐라 말로 설명할 길이 없네요... ^^ 솔직히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막 해보세요. 그 시절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아무것도 안하면 나이들어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답니다.

 

8. 피디가 아닌,저보다 인생을 많이 산 선배로서 인생의 진정한 가치는 행복인가요?

그렇죠. 행복 외에 무엇이 더 있겠습니까...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행복에는 두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오랜 시절, 남는 행복과 한 순간 끝나는 행복... 제게는 독서의 즐거움이 오래가는 행복이고, 게임의 즐거움은 그 순간만 즐거운 행복인 것 같아요. (물론 요즘 저는 게임도 많이 해요. 마흔살이 넘으니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드라고요. ㅋㅋ) 

 

9. 공부를 잘하고 똑똑해야만이 드라마pd가 될 수 있나요??

주위를 둘러보면 꼭 그렇지는 않던데... ^^ 저는요, 어려서 대통령은 국민들 중에서 제일 똑똑하고 제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잖아요? 피디도 마찬가지랍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유리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피디가 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의 요즘 고민은 좋은 아빠가 되는 것입니다. 여섯살 난 아이에게 좋은 아빠란 무엇일까? 업어달라 할 때 많이 업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열여섯살이 되면 업어달라고 하지도 않고, 업어주기도 힘들테니까요. 어떤 일이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요. 

중고생 시절은 공부를 하는 학창 시절입니다. 10대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고 나중에 벌충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독서, 영화 감상, 여행, 다 중요하지만, 이런 건 나중에 할 수 있거든요. 10대에는 10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 바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10. 마지막으로 피디님도 명문대를 나오셨나요?주위 피디님들도 명문대를 나오셨나요??

저는 한양대 자원공학과 나왔어요. SKY는 아니지만 인서울대학이니 명문이라 해야 하나요? 아, 맞다. 제 최종 학력은 외대 통역대학원이랍니다.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해서 통역사가 되었다는 점을 지원 당시 면접관들이 좋게 생각해주신 것 같아요. SKY를 못갔다고, 좋은 대학을 못갔다고 인생이 끝나지 않아요. 20대에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끝으로 광고~~~

제 블로그를 꾸준히 보아오신 분들이 보기에 오늘 올린 답변은 그동안 자주 했던 이야기의 반복일 수 있어요. 드라마의 '지난 이야기' 같은 거죠. 제 블로그는 '더 좋은 피디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매일 매일 고민하며 사는 저의 학습장입니다. '좋은 피디 되기 참 어렵거든요.' 

 

처음 온 사람이 400개가 넘는 블로그 글을 읽기는 힘들겁니다. 좀 더 일목요연하게 피디가 되는 노하우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네, 있습니다. 블로그 '공짜로 즐기는 세상'의 요약본이 나옵니다. 한 권의 책에 피디가 되는 방법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모았어요.

10월 15일,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 책으로 나옵니다. 기대해주세요~^^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잠깐멈춤 2012.10.05 07: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책 기다려지네요^^ 좋은하루보내세요~!

  2. 여강여호 2012.10.05 07: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때 살짝 꿔본 꿈이라
    관심있게 읽고 갑니다.

  3. 노지 2012.10.05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호오...책이라 ....ㅎㅎ 궁금해지네요 ㅎ

  4. yoon 2012.10.05 0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완전 축하합니다. 북콘도 하시겠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5. 나비오 2012.10.05 1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 출판 축하드려요 ^^

  6. 임현아 2012.10.05 1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궁금한게 생겼는데, 예전에 닥터챔프란 드라마 있었잖아요 근데 그 드라마가 5dmark라는 카메라로 촬영을 해서 화질이 정말 예뻣거든요. (전 그렇게 알고 있어요.) 근데 그 이후론 그 카메라로 촬영을 한 드라마를 본 적이 없는거 같아요 귀찮고 힘들어서 그렇게 촬영 못하는 건가요?

    • 김민식pd 2012.10.10 05: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5dmark 오두막으로 찍는 드라마 요즘도 있죠. 새로운 카메라도 많이 나오구요. 기술적으로 좀 까다롭기는 하죠. 얼마전 더 킹을 그걸로 찍은 걸루 아는데요?

  7. 임현아 2012.10.05 1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도 방송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고 있는데 이 글을 보니깐 더 미련을 못버리겠어요..ㅋ 드라마를 많이 보진 않지만 지금도 드라마를 보면 어떤 장면에 어떤 방법으로 촬영했을까 궁금하고 그런 촬영을 하는게 정말 재밋을거 같아요 하지만 글빨도 없고 피디가 되기엔 제가 너~~무 부족한거 같아 오늘도 미련을 버릴려고 노력합니다..

  8. 임현아 2012.10.05 2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내년 초에 프레시안에서 주관하는 글쓰기 수업을 받을려고 하는데요 글을 전혀 잘 못쓰는 사람이 글쓰기 수업을 받는건 좋은거겠죠?

  9. Tiret 2012.10.06 13: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판 축하드려요!

  10. 방원경 2012.10.07 15: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블로그는 매일오는데ㅎㅎ댓글은 오랜만에 달아요ㅎ마치 제가 질문한듯한 느낌! 저도 10대에만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해야겠어요ㅎㅎ아! 피디님 책이 나온다니!두근두근해요ㅎㅎ축하드립니다ㅎ 꼭살께요!

    • 김민식pd 2012.10.10 0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가워요, 방기자님. 10대 청소년들이 많이 찾아오는 블로그라는 점에서 더욱 큰 책임을 느끼며 삽니다. 책 나오면 주위 친구들에게 입소문 좀 부탁드려요!^^

  11. 축하드려요! 2012.10.07 22: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한 권의 고난을 내놓으셨군요! 쓰신 글... 평생 증거 자료로 따라 다닐 터이니 더 멋지게 살아주셔요. 늘 노력하시고 모범이 되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 인생 잘 살아내는 게 다른 이에게도 큰 선물이라는 거 좋은 거 같아요. ㅎㅎ

    • 김민식pd 2012.10.10 05: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을 쓰며 가장 큰 보람은 아이들에게 아빠가 쓴 책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고요. 가장 큰 책임은 님의 말씀처럼 내가 쓴 글의 무게를 남은 인생 책임지고 살아야한다는 거지요. 인생 잘 살아야 겠어요~^^

  12. 윤재리 2012.10.08 0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책 너무 기대되요!!!ㅋㅋㅋ 오늘도 피디님 블로그 와서 힘얻고 갑니다^^

    • 김민식pd 2012.10.10 05: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 블로그를 보시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으신다면, 제 블로그의 정수를 모은 책을 보신다면, 아마 산삼 한뿌리를 그냥 씹어먹는 느낌일듯!!! (네, 요즘 제가 책 홍보하느라 좀... ^^)

  13. 이소진 2012.10.15 01: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생이 되어서도 제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중 PD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이리저리 관련된 글 서핑하다가 우연히 이 블로그에 들어왔는데 저에게 참 도움되는 글이 많네요!^^ 책 출판 축하드려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한 권 구입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해야겠네요! ㅎㅎ

  14. 유지원 2013.11.23 0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제 대학 새내기가 되는데 아직도 꿈을 못 찾고 방황하다 여기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방송작가, 연출, 피디 쪽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평소 저 장면에서는 좀 더 이런 느낌으로 가지 이런 식으로 생각을 자주 했었어요. 방송 쪽에 진출하게 되면 대만 연예계와도 연을 맺고 싶어요ㅎ가능한가요? 외국 연예인과 인연이 닿는 것?

  15. 2015.11.18 1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