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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이 인연이 꼭 다시 이어지기를

by 김민식pd 2026. 7. 20.

5부

사라의 한국 여행기 5부입니다. 팟캐스트 진행자들과의 만남, 마지막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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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분들은 혹시 내향형이 아닐까? 적어도 MBTI로는 IN형, 어쩌면 INFJ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분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곧장 본질로 들어가는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INFJ라서 잘 안다. INFJ는 피상적인 대화나 겉치레만 가득한 상황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는 '육감' 같은 것이 있다. 그리고 그런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런데 그 자리에는 그런 피상적인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우리는 방금 처음 만난 사이였는데도 삶과 정치, 오늘날의 사회 문제 같은 주제에 대해 깊고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사실이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나는 그동안 몇 달, 아니 몇 년 동안 팟캐스트를 들으며 이미 이분들을 잘 알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반면 이분들은 나를 거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놀라울 만큼 진솔했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상쾌한 진정성이 있었다. INFJ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진정성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김민식 PD님과는 처음 만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금세 마음이 통했다. 마치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이었다.

음료를 다 마신 뒤에는 김민식 PD님과 박 선생님과 함께 근처에 있는 스타필드 도서관으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봉은사를 함께 걸었다. 봉은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큰 사찰이었다. 김민식 PD님은 그날 다음 일정 때문에 기차를 타야 했지만, 출발까지는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며 천천히 걸어가자고 했다. 나는 우리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잘 모른 채 즐겁게 걸었다. 걷는 것 자체는 좋았지만, 사찰에 가까워질수록 오르막길이 많아져서 엘리자베스가 힘들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가는 길에는 또 장난스러운 사진도 여러 장 찍었다. 전체적으로 무척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나는 봉은사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는데, 박 선생님은 이곳이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정치적 영향력도 큰 사찰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해 주셨다. 실제로 절에는 많은 신도와 참배객이 찾아와 있었고, 곧 다가올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하느라 곳곳이 분주했다. 부처님오신날은 한국에서 매우 큰 불교 명절이라고 했다. 우리는 경내를 천천히 둘러본 뒤 스타필드 도서관으로 가기 위해 길을 건너려 했다. 그때 박 선생님이 봉은사에서는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말씀하시며, 나중에 한번 관심이 있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셨다. 템플스테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인지는 잘 모르지만, 며칠 동안 조용하고 평화로운 사찰에서 머물며 지낼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내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코엑스몰을 향해 걷다가 그 유명한 초대형 ‘강남스타일’ 손 조형물을 발견했다. 김민식 PD님과 박 선생님은 아마 이 조형물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지만, 엘리자베스와 나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무척 반가웠다. 당연히 기념사진도 신나게 찍었다. 우리처럼 해외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어 더욱 즐거웠다. 엘리자베스와 둘이서도 찍고, 김민식 PD님과 박 선생님까지 모두 함께 찍으며 익살스러운 사진을 잔뜩 남겼다. 정말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제는 그 유명한 노래를 듣거나 뮤직비디오를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 조형물 앞에서 함께 웃고 떠들던 즐거운 시간이 떠오른다. "미국에서는 강남 스타일 'Gangnam style'을 갱엄 스타일 'gang-um style'처럼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이야기하자, 김민식 PD님과 박 선생님은 정말 배를 잡고 웃으셨다. 그 반응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사진을 실컷 찍은 뒤 우리는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이 있는 코엑스 몰로 들어갔다.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실내에는 다양한 상점과 넓은 통로가 이어져 있었고,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공간이 한눈에 펼쳐졌다. 사방을 둘러싼 책장은 최소 2층 높이는 되어 보일 만큼 웅장했고, 빼곡하게 책들이 꽂혀 있었다. 처음 든 생각은 당연히 '저 높은 곳에 있는 책은 도대체 어떻게 꺼내 읽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조금 둘러보니 이곳은 일반적인 도서관이라기보다는 관광 명소에 더 가까워 보였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정교하게 연출한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아마 그 사진과 영상들은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인스타그램에 올라갔을 것이다. 물론 우리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팟캐스트 친구들(Podcast Friends)'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포즈를 지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민식 PD님과 박 선생님은 각자 다음 일정이 있어 우리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헤어지는 것이 아쉬웠지만, 함께 보낸 시간에 깊이 감사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눌 날이 분명 올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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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가 보내온 한국 여행기는 모두 148쪽 분량입니다. 이번에 연재한 글은 그중 저와의 인연을 담은 17쪽에 불과하고요.

원고를 읽으며 가장 놀랐던 점은 사라의 스토리텔링이에요. 한국 여행의 풍경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 성인이 되어 다시 한국어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여행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이해해 가는 여정을 따뜻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여행기이자 성장기이며, 언어와 문화,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긴 에세이지요.

무엇보다 이 글은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이 아니라, 한국과 미국 두 문화 사이에서 살아온 한 사람이 자신의 뿌리를 다시 만나러 오는 특별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제가 사라의 이야기에 처음 흥미를 느낀 지점이기도 하고요. 1970년대 한국에서 산 선교사 가족에게 한국 사회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사라의 기억 속 풍광이 한국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하고, 해외 독자들에게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한층 깊이 이해하게 해 줄 겁니다.

혹시 이 원고를 책으로 만드는 데 관심이 있는 출판사 편집자가 계시다면, 알려주세요. 저는 이 멋진 여행기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과 만나기를 진심으로 바라거든요. 좋은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팟캐스트 애청자와의 만남 덕분에 이런 멋진 이야기를 만났어요.

역시 삶은 하루하루가 다 선물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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