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힘>을 읽고 트레바리 독서 모임을 했어요. 멤버분이 책을 읽은 소감문을 남기셨어요.
‘어떻게 하면 습관을 바꿀 수 있을까?
<습관의 힘>은 다른 습관에 관한 책과는 달리 개인의 습관뿐만 아니라 기업과 사회의 습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특히 습관을 어떻게 바꿀 수 있었는지 다양한 예시가 자세히 제시된 것이 특징적이다.
그런데 이 책의 의도와는 달리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은 ‘역시 습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구나’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습관이라면 습관과 얽혀있는 열망을 파악해야 하고 기존의 반복 행동을 대체할 새로운 반복 행동을 찾아내야 하며(보상도 동일해야 함), 이를 지속시키기 위한 믿음과 공동체까지 필요하다. 그나마 개인의 습관은 바꾸기가 쉬운 편인 듯하다. 기업의 습관을 바꾸려면, 능력과 의지를 가진 최고책임자의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문득 오래전에 제가 했던 고민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속한 공동체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거든요. 저는 2012년에 MBC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하며 170일 파업을 했는데요. 그 결과 다섯 명의 해고자가 나오고, 저 자신도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어요. 그 싸움의 패배로 MBC 조직 문화는 많이 위축되었습니다. 원래 MBC에서는 피디며 기자며, 제작 자율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즐겁게 일했어요. 이명박 정부의 언론 통제에 반대한 파업에서 패배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조합원들에 대한 일상적인 탄압이 계속되며 직원들은 패배주의에 물들었어요. 그 결과 MBC는 세월호 오보로 시청자들에게 상처를 안기고 최순실 사태에서 권력을 비호하는 뉴스를 내다 욕을 먹게 되었지요.
2017년의 촛불 정국에 깨달았어요. MBC나 KBS 같은 정권 부역 언론인에 대한 분노가 크구나. 이대로 가면 MBC 구성원들의 열패감을 더 커지겠구나. 싸우면 정권의 박해를 당하고, 싸우지 않으면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고, 이래도 저래도 우리는 망했네... 라는 생각이 들테니까요.
패배감에 짓눌린 MBC의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까? 저는 사회적 습관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난 정권에 부역한 경영진에 대한 저항을 시작해 조직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었어요. 권력의 눈치를 보기보다 자신의 양심에 따라 일하는 조직 문화를 되살리고 싶었어요. 문제는 조합원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져 집회를 기획한다거나 파업을 주도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 때 우리가 해야 할 생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뭐라도 하자.’입니다. 아주 작은 한 가지 습관은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마침 그해에 제가 낸 책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였어요. ‘영어를 못한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습관 하나를 만들자. 매일 아침 10분간 소리내어 영어 문장 10개를 암송하는 습관. 그 습관을 꾸준히 지속하면 영어 실력이 는다.’ MBC를 바꿀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습관 하나가 무엇이 있을까?
당시 보도국 조합원들이 인트라넷에 올린 성명서가 있어요. 보도국 임원 출신 사장이 이명박근혜 정부 하에서 MBC 뉴스의 경쟁력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조목조목 짚은 그 명문을 소리 내어 읽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긴 성명서를 혼자 낭독하는 건 쉽지 않으니 매일 한번씩 그 성명서의 제목을 큰 소리로 사내 복도를 오가며 읽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 제목이 ‘김장겸은 물러나라’였습니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중요한 건 신호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신호를 찾아야 합니다. 심심할 때마다 숏폼을 본다? 목마를 때마다 달달한 음료가 당긴다? 스트레스가 올 때마다 담배가 댕긴다? 나의 반복행동을 시작하는 신호를 찾아야 합니다. 저는 당시 회사에서 송출실 교대근무자로 일하고 있었어요. 송출실 근무자는 현장을 이탈해서는 안 됩니다. 밥도 구내 식당에서 배달해줍니다. 사무실 자리에 앉아 방송 송출 화면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먹습니다. 송출실 근무자가 유일하게 자리를 비울 수 있는 때는 화장실에 갈 때입니다. 매일 화장실에 한 번 이상은 갑니다. 그때마다 외쳤어요. “김.장.겸.은. 물.러.나.라!”
처음에는 겁이 났어요. 습관이 무서운 건 이겁니다. 처음 할 때가 어렵지, 이게 반복이 되면 어느 순간 오줌만 마려우면, 다음 방송 테이프를 거는 시간까지 참았다가 나갈 때 복도에 나가 큰 소리로 외쳤어요. 그러고나면 속이 후련했어요. 참았던 요의를 해소했으니 더욱 시원했지요. 무엇보다 저는 지난 몇 년 동안 혼자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살았어요. 드라마국에서 나를 쫓아내 내가 사랑하는 드라마 연출이라는 일을 못하게 한 사람에 대한 원망이 컸거든요.
저는 사장 물러나라고 1인 시위를 하면, 곧 사람들이 따라할 줄 알았어요. 회사 곳곳에서 그 함성이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질 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고요. 아무도 반응이 없었어요. 한 달이 넘도록 나 혼자 하고 다녔어요. 기운이 빠지고 이제 슬슬 여기저기서 압박이 들어옵니다. 그만 두라고. 재미난 건 이미 저에게는 화장실 갈 때마다 외치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만 둘 수가 없지요. 습관의 힘이란 그렇게 무서운 겁니다. 윗사람을 통해 압력을 행사해도 제가 그만두지 않으니 결국 인사부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다고. 저의 징계 소식이 알려지자 MBC 안팎에서 김민식을 지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어요. 조합원들이 함께 외치기 시작했어요. 그게 2017년 MBC 정상화 싸움의 시작이었지요.

<습관의 힘>을 읽어보면,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도 힘들고,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것도 참 힘듭니다. 그래서 습관의 힘이에요. 힘든 습관을 애써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가 MBC를 사랑하고, 함께 싸운 동료들을 깊이 애정하고, MBC에 실망한 시청자들에 대한 존중이 있으니 가능한 거죠. 좋은 습관을 만드는 데 핵심은 사랑과 존중입니다. 내 몸을 사랑하고 나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좋은 습관 만들기가 시작됩니다.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너무 큰 질문입니다. 중요한 건 이거에요.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https://youtu.be/WNeztT18lNc?si=ZDAciJLbk3_amvzu
<내가 빌린 책>이라고 독서 팟캐스트/유튜브를 진행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매주 5권 이상 책을 빌리고, 그중에서 3권 이상 완독하는 것이 오랜 습관입니다.
그렇게 빌려서 읽은 책 중에서 재미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좋아하는 친구랑 매주 한 시간씩 나눕니다. 즐거운 책 수다이지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좋은 습관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게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15년째 책을 읽고 독서 리뷰를 올리고 팟캐스트/유튜브를 만듭니다. 돈이 되는 일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만드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책을 읽고 만드는 사람을 긍정하는 일이 읽고 반응하는 것입니다.
저의 블로그를 찾아오시고, 저의 유튜브를 찾아오시는 분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책 읽는 습관과 함께 우리 사회가 더욱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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