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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인생을 바꾸는 ‘습관의 힘’

by 김민식pd 2026. 3. 5.

오늘은 트레바리 독서 모임 발제문을 올립니다.

<습관의 힘>을 읽고 느낀 점. 뇌는 극도로 효율을 추구하는 기관입니다. 일일이 하나하나 신경을 써서 움직이는 일은 매우 피곤합니다. 그래서 뇌는 습관을 만듭니다. 자전거를 배울 때를 떠올려 보세요.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면 오른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꺾으면 왼쪽으로 간다는 사실은 알지만, 어느 정도 꺾어야 하는지는 처음에는 알 수 없어요. 여러 번 시도해 보면서 적절한 각도를 몸에 익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처음에는 몹시 힘들지만, 어느 순간 습관이 형성되면 자전거 타기는 훨씬 수월해집니다. 그냥 올라타기만 해도 원하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갈 수 있게 됩니다.

뇌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거의 모든 일을 습관으로 전환합니다. 마치 자동차의 오토파일럿 기능처럼, 습관은 우리 몸의 운전자인 뇌에게 휴식을 제공합니다. 뇌가 효율을 추구한 덕분에 우리는 걷거나 먹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행위에 드는 에너지를 줄이고, 남는 정신적 에너지를 보다 창조적인 일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다니면서 온갖 역사 유적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요. ‘그 시절에 사람들이 힘이 남아돌았나 보다. 이렇게 과도하게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물을 지은 걸 보면...’

인류가 지구를 정복한 비결 역시 ‘습관의 힘’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과제라도 습관으로 잘게 나누면 해결이 가능합니다. 예컨대 스리랑카 갈레나 대만 타이난의 16세기 네덜란드 식민지 유적에 가보면, 붉은 벽돌로 쌓은 요새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새로운 땅에 정착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할지 매번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배 밑바닥에 실어온 붉은 벽돌을 꺼내 항구에 쌓아 요새를 만드는 방식이 반복되었어요. 그 반복이 식민지의 초석이 되었던 겁니다.

고속도로에서 오토파일럿 기능으로 달리는 자동차를 떠올려 보죠. 습관은 자동 운전 기능과 같습니다. 브레이크와 액셀을 번갈아 밟지 않아도 차는 일정 속도로 달립니다. 그러나 도로 위에 갑자기 들짐승이 뛰어든다면, 반드시 사람이 개입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해요. 오토파일럿에만 맡겨두면 지정된 속도로 계속 달릴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오토파일럿을 켤 때와 끌 때를 구분해야 합니다. 뇌 역시 습관을 사용해야 할 때와 멈춰야 할 때를 구분합니다. 반복되는 하나의 신호를 습관 시작의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신호–반복 행동–보상’이라는 세 단계의 고리로 이루어집니다. 첫 단계는 신호입니다. 신호는 뇌에게 자동 모드로 들어가 특정 습관을 실행하라는 자극, 즉 방아쇠입니다. 다음 단계는 반복 행동입니다. 이는 신체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심리 상태나 감정의 변화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은 보상입니다. 보상은 뇌가 이 고리를 계속 유지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시간이 흐르며 이 고리가 반복되면 점점 자동화되고, 신호와 보상이 강하게 연결되면서 기대감과 욕망까지 형성됩니다.

저는 지루할 때마다 책을 펼쳐 읽습니다. 독서하는 습관은 3가지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지루함이라는 신호, 독서라는 반복 행동, 즐거움이라는 보상. 20대에 만들어진 강력한 습관은 제 평생을 지탱하는 단단한 기둥이 되었어요. 힘들 때마다 나는 새로운 습관을 만듭니다. 지루함을 신호로 새로운 반복 행동을 찾아보고요, 그 습관이 내 인생을 권태로부터 구원해주길 바랍니다.



1992년에 입사한 첫 직장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습니다. 치과 외판 영업은 몹시 힘들었어요. 치과 대기실에서 환자들 속에서 기다리는 과정은 지루하고, 쫓겨나는 순간엔 창피하고, 나와서는 모멸감을 느꼈어요. 그나마 회사 생활에서 유일하게 즐거웠던 업무는 통역이었습니다. 미국 본사에서 손님이 오면 제가 통역을 맡았어요. 사람들은 제가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했어요. 1990년대 초반에는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거든요.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았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퇴근 후 영어 학원까지 다니게 되었습니다. 칭찬이라는 보상이 영어 공부라는 반복 행동으로 이어진 거죠.

근무 시간에는 상사로부터 영업 실적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을 받으며 괴로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나 퇴근 후 통대 입시반 수업에 가면 선생님은 저를 칭찬해 주셨고, 학생들은 부러움의 눈빛을 보냈습니다. 그때 깨달았어요. 내가 가야 할 길은 영업이 아니라 통역이라고. 물론 2년 후, 생각은 다시 바뀌죠. 내가 가야 할 길은 통역이 아니라 코미디 연출이구나! 귀 얇은 사람의 인생이 그렇죠, 뭐. ^^

1996년에 입사한 MBC에서 한창 피디로 일하다 2015년에 송출실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드라마국에서 마지막으로 만든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어 인사평가 A를 받았지만, 송출실로 옮겨가서는 최하 등급인 D를 받았습니다. 저는 변하지 않았는데 환경이 바뀌자 평가도 달라졌어요. 당연한 일이지요. 저는 로맨틱 코미디 연출 전문가이지, 송출 전문가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회사가 제게 다시 연출을 맡길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어릴 적 저는 힘들 때마다 책을 읽으며 위로를 얻었어요. 제게 소원이 생겼습니다. 언젠가 나도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는 책을 쓰고 싶다고. 드라마 피디의 꿈이 좌절되자 이제 작가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어요. 문제는 당시 제가 회사를 향한 원망과 분노로 지쳐 있었고, 야간 근무로 체력도 바닥난 상태였다는 거죠.

이럴 때 인생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습관의 힘’에 있습니다. 좋은 습관을 다시 만들면 되죠. 저는 언제든 힘들 땐 책을 읽으면 힘이 납니다. 그래서 차를 집에 두고 전철로 출퇴근하기 시작했어요. 하루 두 시간의 독서 시간이 만들어졌죠. 흥미진진한 하드보일드 소설들을 읽다 보니, 다음 이야기가 늘 궁금해요. 야간 근무 시간에도 방송 송출이 시작되면 소설을 다시 펼쳐 읽었습니다. 그렇게 2016년 한 해 동안 250권의 책을 읽고, 블로그에 독서 일기를 연재했습니다.

1년 동안 읽은 250권 중 다수는 소설책이었어요. 재미난 소설을 읽으니 제 마음속 분노는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 회사 경영진에게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절약한 마음의 에너지로 저는 퇴근 후 동네 도서관에서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썼습니다.

괴로움은 습관을 시작하는 신호입니다. ‘괴로움이 찾아올 때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그 질문이 중요합니다. 그 순간의 선택이 중독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신호가 찾아왔을 때 즐거움으로 이어지는 반복 행동을 선택합니다. 저에게 독서는 늘 확실한 즐거움이라는 보상을 안겨줍니다. 독서를 통해 저는 불안과 공포를 가라앉히고, 새로운 도전과 공부,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어요.

습관은 우리 삶을 자동으로 끌고 가는 힘이지만, 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입니다. 괴로움이라는 신호가 찾아왔을 때 어떤 반복 행동을 택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보상을 내 삶에 남길 것인지 스스로 묻는 일이 필요합니다. 독서 모임에서 우리가 책을 함께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좋은 습관의 고리를 의식적으로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늘의 독서가 또 하나의 작은 고리가 되어, 각자의 삶을 지켜주는 힘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번 모임에서 함께 나누면 좋을 5가지 질문입니다.

1. 최근에 고치고 싶었던 나쁜 습관이 있다면, 그 신호는 무엇이었나요?
행동을 억지로 끊기보다 ‘보상은 유지하되 행동만 바꾼다’는 전략을 적용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2.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동으로 나오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그 행동은 나를 살리는 습관인가요, 소모시키는 습관인가요?

3. 지금까지 형성한 습관 중 ‘내 인생을 바꿨다’고 느끼는 습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 습관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4. 기업이나 조직에도 습관이 있다고 합니다. 내가 속한 조직의 ‘보이지 않는 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것은 긍정적인가요, 부정적인가요?

5. 사회 운동이나 기업 혁신 사례에서 작은 습관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바뀌어야 할 집단적 습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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