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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나의 재테크 성향은 무엇인가?

by 김민식pd 2026. 2. 16.

경제 공부를 겸해 재테크 책을 꾸준히 읽고 있습니다. 발리 한달살이처럼 해외에서 장기 여행을 할 때면, 밀리의 서재에 접속해 경제·투자 분야 베스트셀러 목록을 훑어봅니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 눈에 띄면 부담 없이 한 권 꺼내 들지요. 그러다 첫 장부터 시선을 단번에 붙잡는 책을 만났습니다.

〈부자 아빠 투자 불변의 법칙〉(타짱 / 큰숲)

저자 타짱은 일본의 의사이자, 주식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둔 인물입니다. 얼핏 보면 의외의 조합이지요. 어떻게 이런 경로를 걷게 되었을까요?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관심사가 분명했대요. “부자가 되는 것.”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라 판단해 의대에 진학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신이 의사라는 직업에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미 선택을 되돌리기엔 늦은 시점이었지요. 

그래서 의사를 천직으로 삼기보다는, 주식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합니다. 의사는 어디까지나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 유지하고, 투자에 에너지를 집중하기로. 전공 선택부터 전략적으로 합니다. 24시간, 365일 호출이 잦은 외과나 산부인과 대신, 비교적 근무 시간이 예측 가능한 마취과를 택합니다. 인생을 길게 보고 설계한 선택이지요.

스무 살 무렵, 그는 미국의 유명 투자서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돈은 중요하다”는 믿음이 더욱 단단해졌다고 합니다. 책에서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부동산 투자를 강조했지만, 학생 신분의 그에게 부동산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요. 초기 투자금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결국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는 주식 투자를 선택합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여기서부터입니다. 그는 의대를 졸업했지만, 의사 국가고시에 한 차례 낙방합니다. 의사가 천직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니 의대 공부에 소홀했던 거죠. 재수 기간 1년 동안 주식 공부에 몰두합니다. ‘매일 주식 관련 책을 읽자’고 결심한 뒤, 1년에 약 100권을 읽고 나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저평가된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것이 주식 투자의 왕도다.”
저 역시 이 문장이야말로 주식 투자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지요.

1년 뒤 그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고, 연수의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을 시작합니다. 주식을 자주 들여다볼 여유는 없을 것이라 판단해, 오래 묵혀둘 수 있는 주식을 사두기로 합니다. 그가 선택한 종목은 호주의 금 관련주였습니다. 과외 아르바이트와 주식 투자로 모은 자금은 약 600만 엔, 당시 환율로 6천만 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20대 중반의 젊은이가 투자하기에는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설령 전부 잃더라도, 의사로 일하면 다시 벌 수 있다.” 이후 연수기간 중에도 월급의 일부를 떼어 금광주를 추가 매수했고, 2년 뒤 금 관련주는 그의 예상대로 대폭 상승합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주변 사례들이 떠올랐습니다. 은퇴 후 퇴직금을 들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분들 가운데, 성과가 좋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불안 때문이지요. 급여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는 작은 손실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립니다. 재테크는 결국 불안을 통제하고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한 게임입니다. 전업투자자보다는, 타짱처럼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투자할 때 성과가 더 안정적입니다.



타짱은 29세였던 2005년에 자산 총액 1억 엔, 우리 돈으로 약 10억 원을 돌파합니다. 이른바 ‘주식 부자’가 된 것이지요. 하지만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집니다. 투자했던 주식이 상장폐지되며 자산의 30%가 사라져 7억 원 정도만 남게 됩니다. 그럼에도 그는 이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봅니다. 폭락장은 곧 절호의 매수 타이밍이니까요. 당시 보유한 현금을 거의 모두 주식에 투입합니다. 심지어 결혼을 위해 모아두었던 자금까지 주식 투자에 쏟아붓습니다. 결혼이 미뤄지자 예비 신부가 크게 화를 내, 결혼이 무산될 뻔하기도 했다고요.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 폭락기에 매수한 주식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두 배로 뛰었고, 그 수익만으로도 여유롭게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38세가 되었을 때, 그는 페이 닥터 일을 그만두고 전업투자자의 길을 택합니다. 의사라는 직업보다 주식 투자가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평생 먹고살 만큼의 자산도 이미 확보했다고 판단했지요. 그러나 전업투자자의 삶은 반년도 채 가지 못합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아내가 하는 집안일과 육아에 사사건건 간섭하게 되었고, 부부 싸움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네, 남자가 집에 오래 있으면 싸우기 쉽습니다. 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는 ‘삼식이’는 부부 관계에 해롭습니다.

저자의 투자 방식은 단타 위주의 데이트레이딩이 아니라 중장기 보유 중심이어서, 하루 중 여유 시간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게임에 빠졌다가 목이 아파 그만두고, (너무 심하게 몰입했나 봐요. 컴퓨터 오래 하면 저도 목이 아파요. ^^) 이후에는 마작 게임장에 다니기 시작합니다. 평일 낮, 일도 하지 않고 마작을 치는 38세 남자는 저자뿐이었다고요. 조기 은퇴 후의 자유로운 생활은 생각보다 금세 싫증이 났습니다. 시간이 많다 보니 주식시장을 필요 이상으로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고, 단타 매매를 반복하다 보니 오히려 수익이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반년 만에 다시 의사로 복귀합니다.

그러던 중 2022년,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이 찾아옵니다. 암 선고를 받은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의사였기에 병을 더 늦게 알아차렸다고 말합니다. 대장암과 직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혈변 같은 증상이 나타나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는 40대 이전에는 발병 확률이 낮다는 통계를 알고 있었기에, 가끔 나타난 혈변도 치질로 여기고 넘겼다고 합니다. 마취과 의사로서 수많은 수술에 참여했지만, 40대 환자를 본 적이 없었던 것도 방심의 이유였지요. 젊은 나이에 암 말기 선고를 받자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증거를 투자 실적으로 남기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꼈다고 합니다. 

원금 50만 엔(약 500만 원)을 50억 엔(약 500억 원)으로 불린 자신의 투자 여정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이 책을 씁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는 혀를 내둘렀습니다. 의사로 일하는 와중에도 기업설명회를 쫓아다니고, 기업가치 분석 리포트를 직접 썼다고요. 책에서 설명하는 정교하고 복잡한 가치주 분석 방법을 보며, 저는 결론을 내렸어요. ‘개별 주식 투자는 내 체질이 아니다.’ 시간이 많은 사람이라면 가능하겠지요. 꼼꼼히 종목별로 분석하고 공부해서 투자하는 게. 저처럼 읽고 싶은 책도 많고, 가고 싶은 여행지도 많고, 하고 싶은 운동도 많은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지난번에 소개한 《달러 자산 1억으로 평생 월급 완성하라》에서 추천한 배당주 ETF 전략을 선택했어요.

중요한 건 이겁니다. 시장이나 개별 종목을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의 투자 성향을 아는 것입니다. 저는 평생 근검절약으로 돈을 아끼고 모으는 게 편했어요. 연금 투자가 저와 가장 잘 맞아요.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버는 건 쉽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아요. 저는 긴 시간에 적은 돈을 꾸준히 모아 부자가 되는 방식이 내 삶의 철학과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배당주 투자와 S&P 500 지수 투자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투자보다, 더 중요한 건 자신의 성향에 맞는 투자 방식을 찾는 일입니다. 다양한 책을 읽고 자신의 투자 성향과 맞는 스승을 찾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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