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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영어 공부의 즐거움

by 김민식pd 2026. 1. 29.

어렸을 때 영어를 처음 공부할 때는 한글과 영어 단어를 1대1 대응으로 외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닫게 되지요. freedom도 liberty도 둘 다 자유인데, 왜 어떨 땐 freedom을 쓰고 liberty를 쓸까? emotion과 feeling, thin과 skinny는 어떻게 다를까? 이런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재미나게 설명해 주는 책이 있어요.

<영어 어감 사전> (조이스 박 / 유유)

영어책을 암송할 때 저는 “Practice makes perfect”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맞아요. 연습하면 완벽해지지요. 이 문장에서 practice를 training이나 exercise로 바꿔 읽으면 어색합니다. 세 단어 모두 한국어로는 ‘연습’이라고 번역되지만, 실제로는 뜻이 다르거든요. 
Practice는 혼자서 보내는 시간의 언어에 가깝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평가받지 않아도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일. 피아노 앞에 앉아 매일 건반을 누르는 일이나,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루도 빠짐없이 문장을 고쳐 쓰는 일은 모두 practice에 해당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성과보다 과정이, 결과보다 축적이 더 중요하지요. 완벽함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쌓아 온 시간에서 비롯합니다.
반면 training은 개인의 의지보다는 구조와 시스템의 언어입니다. 훈련에는 대개 계획이 있고, 프로그램이 있으며, 이를 이끄는 주체가 존재합니다. 회사 연수나 교사 양성과정, 전문적인 스포츠 훈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training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기보다는, 이미 설계된 길을 따라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무엇을 언제까지 익혀야 하는지가 분명하고, 평가 기준도 명확합니다. 그만큼 효율적이지만, 개인의 속도나 내밀한 몰입과는 거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Exercise는 가장 일상적인 단어입니다. 신체를 단련하거나 특정 능력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한 개별적이고 비교적 짧은 활동을 의미하지요.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산책을 나가는 일, 교실에서 문법 문제를 몇 개 푸는 일은 모두 exercise에 해당합니다. 깊은 몰입보다는 즉각적인 효과에 초점이 있으며, 부담 없이 일상에 스며든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 세 단어를 나란히 놓고 보면, 우리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어떤 분은 체계적인 training의 과정에 있을 수 있고, 또 다른 분은 건강을 위해 exercise를 꾸준히 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말로 무언가를 잘하고 싶고,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능력을 갖고 싶다면 결국 필요한 것은 practice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시간에 반복한 선택들, 하기 싫은 날에도 이어 온 습관들이 결국 차이를 만들거든요.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lonely와 alone, 둘 다 혼자 있는 상태인데요. 살짝 느낌이 달라요. lonely는 외로운 거고, alone은 혼자인 겁니다. lonely는 심리 상태를 나타내고, alone은 물리적 상황을 설명하는 표현입니다. 
영화 ‘두 교황’을 보면 제가 좋아하는 대사가 나옵니다. “I was alone, but I was never lonely” (혼자였지만 외롭지는 않았어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사람은 외로워집니다. 교황 정도 되면 더욱 그렇겠지요. 교단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최종 책임을 지는 사람, 하지만 외롭지는 않아요. 왜? 당신이 섬기는 하느님이 늘 함께 하실테니까요. 
신앙을 가지면 덜 외로워지고요. 책을 좋아해도 덜 외로워집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힘들 때마다 책을 읽었어요. 제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작가들이 있어 외로운 줄 모르고 살았답니다. 



기쁨에도 분명 급과 결이 존재합니다. 영어에서 pleasure와 joy는 모두 ‘기쁨’으로 번역되지만, Pleasure는 대체로 욕구가 충족될 때 느끼는 순간적인 만족이나 감각적인 즐거움을 의미하는 반면, joy는 내면 깊숙이에서 솟아나는 환희와 충만한 행복을 가리킵니다.
Pleasure는 일상적인 사교 표현으로도 자주 쓸 수 있어요. “It was a pleasure meeting you.”라는 말은 “만나서 반가웠습니다”라는 인사로 자연스럽게 쓰이고, 누군가의 도움이나 호의에 감사할 때는 “My pleasure(천만에요, 제가 기뻐서 한 일입니다)” 혹은 “The pleasure is mine(오히려 제가 더 기쁩니다)”이라고 답하면 됩니다. 최근에는 guilty pleasure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을 뜻합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pleasure 관련 표현은 pleasure reading입니다. 말 그대로 ‘좋아서 읽는 독서’를 의미합니다. 독서는 정보를 얻고 지식을 쌓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 이전에 단순히 재미있어서 할 수도 있는 행위지요. 어려서 무협지, 대하소설, SF 소설 등을 탐닉하면서 책과 친해졌어요. Pleasure reading은 fun reading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만, 흥미롭게도 joy reading이라고 하지는 않아요. 이 차이 또한, 기쁨의 결이 얼마나 섬세하게 나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겠지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뉴 에디션>의 저자로서 이 책의 원고를 먼저 읽고 추천사를 썼어요. 이렇게 좋은 책에 감히 글 한 줄 보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오늘 리뷰의 마무리는 그 추천의 글로 대신합니다.

‘이 책은 영어 단어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언어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서로 다르게 울리는지를 보여준다. lonely와 alone의 차이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혼자 있음’과 ‘외로움’을 더 이상 같은 말로 쓰지 않게 된다. practice가 왜 training이 될 수 없는지 알게 되면, 꾸준함과 성실함의 결 또한 분명히 달라진다.
언어를 안다는 것은 단어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그 단어가 태어난 감정의 온도를 느끼는 일이다. 브레네 브라운은 공감을 “구덩이 아래로 내려가 옆에 있어 주는 태도”라고 말했다. 이 책은 바로 그 구덩이로 독자를 이끈다. 영어를 배우는 책이 아니라, 타인의 세계로 내려가는 사다리를 건네는 책이다.
무릇 어학 공부는 즐거워야 한다. 하루이틀에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매일의 입력과 인출이 차곡차곡 쌓여야 비로소 몸에 남는다. 믿거나 말거나, 나는 어학 공부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특히 입담 좋은 저자를 만나면 그 즐거움은 배가된다. 조이스 박 님은 영어 단어 공부마저 재미로 바꿔버리는, 진짜 절정의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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