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말로 먹고 살았습니다. 영업사원, 통역사, 피디, 강연자, 하나하나 말이 중요한 직업이었고요. 앞으로도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닐 제게 중요한 건 말하기 능력입니다. 말은 늘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에 책을 읽고 공부합니다. 오늘은 방송인이자 스피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하는 강은하 저자가 쓴 책을 소개합니다.
<나를 소진하지 않는 관계의 말들> (강은하 지음 / 테라코타)
같은 말도 듣기 좋게 하는 사람이 있어요. 아나운서, 성우, 강사, 스피치 트레이너 등으로 20년 넘게 활동한 강은하 저자는 2만여 시간 동안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말을 잘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방법을 코칭하고 강의하셨어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기회가 많은데 자신감이 부족해 코칭을 받는 이들에게 강은하 저자가 들려주는 조언. ‘자기 말을 직접 녹음해서 들어보고 거슬리는 부분을 바꿔 보려고 노력하면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개선할 수 있다.’
매 순간 언제나 100점인 말하기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같은 말도 듣기 좋게 하는 사람들은 있어요. 그들은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말을 하기 전 딱 3초만 생각하거나 마침표로 말하고 싶어도 상황에 따라 물음표로 말하는 등 남다른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 AI 아나운서, AI 성우의 목소리를 이용해 방송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야 시간 홈쇼핑 채널에서는 쇼핑호스트 등장 없이 상품설명을 AI 성우 음성으로만 전달하기도 한다고요. 기계 음성을 가만히 들어보면 아직까지 인간을 흉내 낼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감탄사의 활용이지요. 사람이 말할 때는 감탄사가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와! 이번 시즌 제품은 놀라울 정도로 이전 제품에 비해 좋아졌어요.”
“000님, 어머! 반갑습니다. 자주 보는 휴대전화 뒷자리번호네요. 오늘도 보고 계시네요.”
“크흐~ 이 안마의자의 편안함은 정말 앉아 보셔야 한다니까요. 어이쿠, 시원하네요. 이렇게 알아서 탁탁 주물러 주니까 앉아만 계시면 됩니다.”
인공지능이 못하는 말이 감탄사라는 탁견에 감탄이 절로 납니다. 드라마 피디로 일할 때 저도 감탄사를 연발하며 살았어요. 드라마 촬영장에서 저는 가만히 모니터 앞에 앉아 있고요, 모든 사람들을 바쁘게 몸을 움직입니다. 배우도, 스탭도 다 바삐 움직이는데 그들의 움직임에 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 저의 말입니다. “캬아아! 조명 세팅이 벌써 끝났어요? 와, 역시 우리 조명팀은 진짜 부지런해. 덕분에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할 수 있겠네요. 고맙습니다!” “야~ 분장팀 오늘 애쓰셨네요. 노인 분장 쉽지 않은데, 꼼꼼하게 화면에 주름이 잘 돋보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이크 토크백을 열고 그냥 “수고하셨습니다.”하는 것과 감탄사를 넣고 더 디테일하게 상대의 업무를 칭찬하는 게 맛이 달라요.
저는 아이들을 키울 때도 감탄사를 연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아이들도 일상에서 감탄사를 자주 쓰는 어른이 될 것이고요. 곧 우리는 인공지능의 기계 음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 텐데요. 사람다운 표현의 중심에는 감탄사가 있습니다.
제가 얼마 전 친한 성우분에게 부탁해서 보이스 코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목을 많이 쓰는 탓인지 가끔 강연하다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새된 소리가 나올 때가 있어요. 어떻게 하면 목을 더 잘 쓸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레슨을 받기도 했는데요.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이 책에서도 나와서 반가웠어요. 바로 ‘복식호흡’입니다.
‘만약 이 책에서 언급한 말하기 비법들 중 단 한 가지만 남기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복식호흡’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싶다.’
저자는 복식호흡 방법을 담은 <보이스 디자인>이라는 과정명으로 온라인 연수도 진행했다고요. 수업을 들은 교사의 후기. ‘이 강의 진짜 도움이 되었어요. 전 특히 목이 잘 쉬는 편이었는데 열심히 따라 했더니 이번 운동회에서는 목이 쉬지 않았답니다.’ 요즘 강의가 많아 목을 자주 쓰는 저도 해봐야겠네요.
복식호흡 훈련은 들숨, 멈춤, 날숨의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요. 훈련의 기본은 들숨보다 날숨의 시간이 더 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4초 들이마시고, 1초 멈추어 몸 안에 숨을 가두었다가 8초 동안 천천히 입으로 ‘후-’하고 내쉽니다. 이때 들숨 단계에서 어깨가 위아래 수직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하고요. 풍선에 공기가 차오르듯 숨을 들이마실 때 흉부와 복부를 포함한 몸통에 가득 공기를 채웁니다. 첫 숨을 내쉴 때부터 마지막 호흡까지 고르게 조절하면서 다 내뱉는 것이 중요합니다. 뱉는 호흡의 첫 1, 2, 3초만 강하게 뱉고 나머지 5초 동안 호흡의 세기가 약해지지 않도록 고르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요. 저도 앞으로 틈날 때마다 연습해보려고요.
저자는 사람들에게 말 잘하는 비결에 대한 상담도 해주십니다. 가볍게 점심 식사하러 만난 자리에서 고민을 털어놓은 작가님이 있어요. 세바시 강연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있는데 강연 시간이 15분으로 제한되어 있어 부담이라고요. 이럴 때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영상을 찾아서 좋은 강연을 많이 들어보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15분의 감각이 익혀지거든요.
영상을 볼 때 주의 사항이 있어요. 영상 속도를 1.5배속으로 빠르게 듣거나 영상 내용을 건너뛰며 보고 듣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정속도대로 들어야 듣는 감각이 몸에 스며듭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발표를 듣다 보면 말이 너무 빨라 전달이 잘 안 되는 학생도 있는데요. 그럴 때 물어본답니다. “혹시 온라인 강의를 1.5배속으로 듣나요?” 그렇다고요. 사람은 자신이 듣는 속도에 길드니 저도 모르게 말이 빨라지는 거지요.
저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첫 출연을 앞두고 조회수가 높은 영상을 하루에도 몇 편씩 봤어요. 그 많은 연사들 중에 아무도 하지 않은 게 있더라고요. 강연을 하며 춤을 추기. 그래서 저는 첫 강연에서 춤을 췄어요. 최근에 춤꾼 제이블랙님의 세바시 강연을 봤는데요. 아휴, 이 분 나오기 전에 춤추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도 틈만 나면 세바시 강연을 듣고요, 도서관에서 하는 저자 강연을 직접 들으러 갑니다. 말을 잘 하려면 우선 잘 들어야 하거든요.
최종 면접에서 예기치 못한 압박 질문을 견뎌 내야 하는 취업 준비생, 입찰 프레젠테이션에서
돌발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기업 대표에게 강은하 저자는 상대의 태도를 180도 바꾸는 한 문장을 알려줍니다. 현재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있는 그대로 고백을 한 후, 다음으로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해결책을 말하면 때로 답답하고 떨리는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많이 긴장했습니다. 짧게 심호흡 한 번 하고 이어가겠습니다”,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은 문장이지요.
<나를 소진하지 않는 관계의 말들>을 읽으며 나를 더욱 채우기 위해 어떤 말을 듣고,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말하기에 있어 좋은 교재를 써주신 강은하 저자님, 고맙습니다!
이번 한 주도 감탄사를 남발하는 한 주가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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