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저 / 한재호 역 / 갤리온)을 소개한 적이 있지요.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나침반은 삶의 가치입니다.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삼고 사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달라지거든요. 삶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중에 바람직하지 않은 가치도 있는데요. 저자는 4가지를 우선 꼽습니다. 쾌락, 물질적 성공, 나는 다 안다는 태도, 무한 긍정. 하나하나 살펴보지요.
1 쾌락.
연구에 따르면, 얕은 쾌락에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 불안과 감정 동요, 우울함을 더 많이 느낀답니다. 쾌락은 만족감 가운데 가장 얄팍한 형식이기에 그만큼 얻기도 쉽고 잃기도 쉽습니다. 쾌락은 행복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쾌락을 좇는 대신, 삶의 가치와 기준을 바로 세우면, 그 결과로 쾌락이 따라옵니다. 이걸 믿어야 합니다.
2 물질적 성공.
많은 사람이 자기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어떤 차를 모는지, 또는 내 집에서 보이는 전망이 다른 집보다 얼마나 좋은지로 자존감을 측정합니다. 일단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고 나면, 행복과 세속적 성공의 상관관계는 급속히 0으로 향합니다. 인도에서 노숙하며 굶주리고 있다면, 1년에 1만 달러를 더 버는 건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선진국의 중산층에 안착해 있다면, 가욋돈 1만 달러는 밤낮으로 죽도록 일만 하는 무의미한 일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요.
3 ‘나는 다 안다’는 태도.
나는 다 안다는 식으로 자존감을 세우는 사람은 시행착오를 통해 뭔가를 배울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지 않고 타인에 공감하지도 못하고요. 무엇보다 새롭고 중요한 정보를 스스로 차단함으로써 배움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차라리 ‘난 무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는 태도를 취하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지속적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거든요.
4 무한 긍정.
어떤 사람들은 거의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자신의 삶을 평가합니다. “실직했다고? 잘됐네,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볼 기회야!” “아이가 사고만 치다가 퇴학당했다고? 대학 등록금 걱정할 일은 없겠네!” 인생을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삶은 때로 엉망진창이라는 게 사실이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건전한 일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한결같은 긍정은 일종의 회피일 뿐, 삶의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올바른 가치관과 기준을 확립한다면, 삶의 문제는 오히려 우리에게 활력과 자극을 줍니다.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더 나은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좋은 가치와 나쁜 가치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좋은 가치는 ① 현실에 바탕을 두고 ② 사회에 이로우며 ③ 직접 통제할 수 있습니다. 나쁜 가치는 ① 미신적이고 ② 사회에 해로우며 ③ 직접 통제할 수 없습니다.
정직은 좋은 가치입니다. 왜냐면 완전히 통제할 수 있고, 현실을 반영하며, 타인에게 이롭기 때문이지요(불편할 때가 있긴 하지만). 반면에 인기는 나쁜 가치입니다. 인기가 당신의 가치라면, 그리고 댄스파티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사람이 되는 게 그 기준이라면, 우선 많은 일이 자신의 통제 밖에 있습니다. 거기에 누가 참석할지 알 수 없고, 참석자의 절반은 모르는 사람이지요. 게다가 이 가치와 기준은 현실적이지 않아요. 남들이 실제로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거든요. 오로지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자기가 인기 있다고 또는 인기 없다고 느낄 테니까요.
건전하고 좋은 가치의 예로는 정직, 혁신, 유연함, 자립, 후원, 자존감, 호기심, 너그러움, 겸손, 창조 등이 있고요. 해롭고 나쁜 가치의 예로는 늘 모두에게 사랑받기, 부자가 되기 위해 돈 벌기, 즐기며 살기, 항상 주목받기, 등이 있습니다.
건전하고 좋은 가치는 내적으로 얻는 것입니다. 창조성이나 겸손은 지금 당장이라도 경험할 수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됩니다. 이런 가치들은 우리가 직접 통제할 수 있으며, 또한 우리가 공상이 아니라 현실을 마주하고 살아가게 해 줍니다. 나쁜 가치는 외적 사건에 의존합니다. 예를 들어, 전용기 타기, 듣기 좋은 소리만 듣기, 비싼 집 사기, 고급 술집에서 캐비어 먹기 등이 있지요.
저자 마크 맨슨은 자신이 운이 좋았다고 표현합니다. 2007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때마침 금융위기가 닥쳐 경제가 최악으로 치달았고, 그런 상황에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어요. 월세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세입자 중 한 명이 3개월 동안 월세를 한 푼도 안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지자 그는 한바탕 악을 쓰더니 종적을 감춰버렸습니다. 저자는 그 뒤로 6개월 동안 친구네 소파에서 신세를 졌습니다.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진짜 직업’을 찾을 때까지 빚을 되도록 적게 지려고 안간힘을 썼다고요.
저자가 운이 좋았던 이유는, 이미 망한 상태로 어른의 세계에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바닥에서 시작했어요. 세상을 좀 살아본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입니다. 가령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직업을 바꾸거나, 끔찍한 직장을 그만 두는 일 말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사회생활의 문턱을 넘으며 이미 바닥을 쳤어요. 남은 건 올라갈 일 뿐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자는 행운아였다고요.
얼마 전 대학원 수업을 하는데 학생이 물었어요. “교수님은 살면서 직업을 바꿀 때마다 두려움은 없나요?” 저도 운이 무척 좋았어요. 스무 살에 이미 망한 상태로 사회에 나왔거든요. 강의실에 앉아 전공 수업을 듣는 게 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공업수학, 암석역학, 석탄채굴학, 하나같이 재미가 없었어요. 그런데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건 늘 즐거웠어요. 태백산맥, 스티븐 킹, 리더스 다이제스트. 다 재미있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치과 외판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건 힘들었어요. 그래서 주말에 도서관에 갔어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영어 공부를 하는 게 너무 즐거운데 월요일에 출근하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사표를 던졌어요. 제게 있어서 행복의 기준은 스무 살 이후 늘 하나였어요. 도서관에 가서 책을 마음껏 읽는 것.
좋은 가치는 ① 현실에 바탕을 두고 ② 사회에 이로우며 ③ 직접 통제할 수 있다고 했지요? 제게는 독서가 그래요. 일단 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돈이 들지 않는 활동이기에 현실적이고요. 나의 통제 범위 안에 있어요. 다만 고민은 이게 사회에 이로워야 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저는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메모를 하고 블로그에서 공유합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이 글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스무 살에 인생이 망했다면, 기뻐하십시오.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스무 살에 인생이 살만하다면, 기뻐하십시오. 새로운 도전을 할 만한 여력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려워도 힘들어도 도전해보세요. 그 도전을 통해 망해도 두려울 게 없어요. 다시 올라가면 되니까요. 저는 100세 시대에는 나이 50에도 새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5,60의 나이에 공부해서 7,80에도 일하는 사람이 되면 되거든요.
삶의 좋은 가치를 따라, 망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나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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