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자기효능감을 맛보려면

by 김민식pd 2024. 10. 21.

우리는 평생 살면서 일을 합니다. 일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고,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좋을까요?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일하면서 보내는데 일이 힘들고 괴롭기만 하다면 얼마나 불행한 삶일까요? 일을 재미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30년 넘게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일에 관한 환자들의 고민을 듣고 나눠온 하지현 작가님이 책을 냈어요.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하지현 / 마티스블루)

일하면서 상처 입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를 지키며 일하는 마음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시는데요. 행복의 기본 조건은 ‘생존’입니다. 생존을 위해 우리는 일을 합니다. 즉, 일을 할 때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어요. 마음의 안정을 찾은 상태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거든요. 생존이라는 명제가 흔들리면 삶은 불안해집니다. 직업의 영역에서 오래 버티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잘하는 것보다 지치지 않는 것이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이 책은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일하는 것의 가치를 제시하며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일과 삶의 균형을 잡고자 하는 분들에게 답을 일러줍니다.

요즘 저는 틈날 때마다 20분씩 일본어 회화 문장을 암기합니다. 나이 쉰다섯의 퇴직자가 일본어 공부를 한다고 인생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사람들은 그 힘든 걸 왜 하느냐고 묻습니다. 글쎄요, 일단 저는 이게 힘들지가 않습니다. 왜? 힘들지 않을 정도만 하거든요. 그리고 일이 많아 지칠 때나 쉬고 싶을 때는 그냥 안 하고 농땡이를 치는 날도 많습니다. 제게 공부는 취미의 영역이니까요. 부담이 없어 오히려 마음 편히 할 수 있습니다. 

기초 회화 문장을 외우고 일본에 여행을 가면, 공부의 효능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를 아니까 길거리 간판을 읽어 길 찾기 수월하고요. 식당에 가서 주문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만약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일본에 가면 긴장하겠지요. 누가 말을 걸어도 당황할 거고요. 일본어를 공부하고 나니 일단 대화를 시작하는 게 두렵지가 않습니다. 물론 일본어 말문이 막히기도 하는데요. 괜찮아요. 돌아가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 되니까요. 서툴러도 외국인이 일본어로 말을 하면 다들 반깁니다. 우리도 그렇지 않나요?

일이나 공부를 지속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건 자기효능감입니다. 어떤 일이든 배워서 ‘기본’을 해내면, 그 일을 지속하는 게 조금 더 수월해집니다. 일에서 성과를 내면 효능감을 맛봅니다. 직업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맛보는 사람은 그 일을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어요. 다만 기본을 익힌 후에도 늘 하던 방식으로만 일하면 권태가 옵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도전, 과감한 시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일에서 권태를 느끼기 시작하면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나의 능력보다 살짝 버거운 정도로 일을 해야 사람이 성장합니다. 물론 실력 이상으로 무턱대고 나가다가 다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다치면서도 그것을 능숙해지는 과정이라고 여기면 다시 도전하게 되고요.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면 자기효능감이 다져집니다.

20대에 영어를 공부해서 통역대학원을 졸업한 저는 할리우드 영화를 보러 가면 대사가 들려요. 하지만 더 이상 그게 긍정적 자극이 되지는 않아요. 영어는 이미 제 삶의 기본 모드가 되었거든요. 하지만 길을 헤매는 일본인 여행자를 우연히 도와주면 자기효능감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일본어 공부하길 잘 했어!’ 사람은 오랜 시간 해온 일에는 적응을 하고요, 새롭게 배우는 것에서 효능감을 맛볼 때 자극이 훨씬 더 큽니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아예 지쳐서 번아웃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신과 의사인 하지현 선생님은 상담을 할 때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서 시급히 정신적 재활을 시작해야 하는 환자를 만나면,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은 정적인 운동을 권하신답니다. 내 몸의 관절과 근육을 낯선 방식으로 움직이고 복식 호흡을 하면서 자세와 균형을 제대로 잡으면, 유연성이 향상되고 근력이 좋아합니다. 여기에 더해 내 몸을 내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감각, 원하는 상태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은 자기효능감의 기본을 마련해줍니다.

드라마 피디로 일하다 송출실로 쫓겨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회사 생활이 정말 힘들었어요. 피디로 일할 때는 자기효능감을 맛 볼 수 있어요. 콘텐츠를 만들면서 피디는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니까. 하지만 송출실에서는 그런 효능감이 없어요. 그냥 방송 편성의 틀 속에서 자막을 흘리고 예고는 보내는 단순 작업을 반복합니다. 아, 그 시절에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때 저는 회사에 가기가 너무 싫었는데요. 출근이 괴롭다면, 출근하는 방식이라도 즐겁게 바꿔보자 싶어서 자전거로 통근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한강 자전거길로 아침마다 달리는 거죠. 20대에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며 깨달았어요. 자전거를 타면 내 몸에 대한 통제, 내가 가는 방향을 통제할 수 있기에 자기효능감을 맛볼 수 있어요. 전철이나 버스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달립니다. 자전거는 아니에요. 내가 핸들을 꺾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자전거 통근을 통해 몸을 계속 쓰니까 활력이 생기고요. 그러자 마음이 움직였어요. ‘잠깐, 드라마 피디로 일할 때는 밤을 새워 촬영하느라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는 시간이 많이 생겼네? 그럼 여유가 생긴 김에 책을 읽고 글을 써볼까?’ 그래서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블로그에 글 한 편씩 올리고 출근했어요. 힘들 때는 몸부터 챙겨야 합니다. 운동으로 체력을 보강하면, 마음이 움직입니다. 몸이 힘든데 억지로 마음을 추스르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다 힘들어집니다.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를 읽으며 배운 내용이 많은데요,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또 올릴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