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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오키나와 토카시키 섬 여행

by 김민식pd 2024. 11. 21.

아버지는 여행을 좋아하십니다. 교사로 일하시며 방학 때마다 패키지 투어를 다니셨어요. 퇴직하시고는 저랑 매년 추석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녔지요. "아버지, 올 추석에는 어디 가실래요?"하고 여쭤보고 보라카이, 뉴욕, 오키나와, 사이판 등등 매년 다른 곳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재미난 점. 아버지는 한 번 간 곳은 안 가십니다. 무조건 한번도 안 가본 곳을 가십니다. 저는 가보고 좋았던 곳을 또 가거든요. 왜 이럴까요? 아버지는 패키지 투어를 하고 저는 자유 배낭여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패키지 투어는 효율을 추진하다보니 가장 짧은 동선과 가장 유명한 곳을 잇습니다. 그러니 여행사는 달라도 일정은 비슷비슷해요. 즉 패키지로 한 번 가본 곳은 두번 가면 비슷한 걸 경험할 확률이 큽니다. 

저는 혼자 배낭여행을 다닙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혼자 걸어다니기에 유명한 곳을 한번에 다 볼 수는 없어요. 그러기에 가보고 좋으면 또 갑니다. 두번째로 갈 때는 첫번째 여행에서 놓친 곳을 가거나, 가보고 좋았던 곳에 다시 갑니다. 그래서 저는 두번째 여행이 더 좋을 때도 많아요. 지난 10월에 오키나와 여행이 그랬어요.

아버지에게 그랬어요. "아버지, 이렇게 매번 처음 가는 곳만 가시잖아요? 그럼 갈수록 여행이 재미가 없어져요. 왜냐. 가고 싶은 곳은 다 가본 후고, 유명한 곳은 이미 다녀왔기에 갈수록 덜 가고 싶은 곳, 덜 유명한 곳으로 가는데요. 인기가 없는 곳은 나름 이유가 있거든요. 가보고 좋았던 곳을 다시 가기도 하고, 안 가본 곳을 처음으로 가기도 하고, 번갈아하시면 더 좋아요."

한번 간 곳에 다시 갈 때는 지난번에 안 가본 곳도 일정에 추가합니다. 그래야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가 생겨요. 지난번에 가서 좋았던 자마미섬을 다녀온 후, 토카시키 섬을 새로 일정에 추가했어요. 

나하의 도마린 항에서 페리를 타고 40분간 가면 나오는 섬이에요. 일단 자마미섬보다 가까워서 좋구요.

토카시쿠라는 한적한 해변이 있어요. 제가 잡은 숙소는 해변 바로 앞에 있는...

토카시쿠 마린 빌리지.

다다미 방이고요. 1박에 100불. 아침과 저녁 식사, 뷔페식 두끼가 포함된 가격입니다.

부킹닷컴 앱에서 위치를 확인했을 때, 바다 바로 앞이라 좋았어요. 자마미섬에 있는 후루자마미 해변가에는 숙소가 없어 게스트하우스까지 편도 20분 정도 되는 거리를 걸어다녔거든요.

체크인하고 숙소 앞 바닷가를 산책합니다.

방에 앉아 책을 읽다 창 너머 해지는 바다 풍경을 봅니다.

자마미섬에서는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서 자고, 오늘은 혼자 방을 독차지하니 완전 호강이네요.

젊어서는 고생하고, 나이들어서는 호강하는 인생을 좋아합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초반부에는 저렴한 배낭 여행, 후반부에는 편안한 리조트 여행, 이렇게 두 가지 모드로 합니다.

조식과 석식, 하루 2끼를 뷔페식으로 제공하는 숙소인데요. 식사가 아주 훌륭해요.

아침은 채소 샐러드, 감자 샐러드, 낫토, 두부, 해초, 요거트 등으로 시작합니다. 12시간 금식 후, 하루의 첫끼는 장내 유익균을 위한 만찬입니다. ^^

그런 다음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먹습니다. 그래야 근력을 키우고 낮에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아침 일곱시, 식당에 10테이블 정도가 찼는데, 그중 혼자 여행 온 사람은 저밖에 없네요. 5일 정도 묵었는데 그 기간 동안 한국 손님도 저밖에 없었어요. 덕분에 저는 스탭분들이랑 일본어 회화 연습을 많이 하고 왔어요. ^^

아침 산책, 토카시쿠 해변. 아무도 없는 갯펄을 걸으며 소리내어 <일본어 회화 100일의 기적>을 암송합니다. 이 나이에 일본어 공부한다고 인생이 달라지겠냐만은, 덕분에 혼자 일본 자유 여행을 다닙니다. 올해는 짝수달마다 일본 여행을 다니며 일본어 회화 책 한 권을 외우고요. 내년에는 중국 여행을 다니며 중국어를 공부합니다. 외국어 공부 덕에 여행은 더욱 풍성해지고요. 여행을 다니며 다시 외국어 공부의 동기부여를 얻습니다. 이렇게 공부와 여행은 최고의 선순환 관계랍니다. 이러다 언젠가 <일본어책 한 권 외워봤니?>도 쓸 기세!

숙소 앞에 있는 토카시쿠 해변에는 사람이 없어요. 여기엔 산호초가 없어서 스노클링을 해도 볼게 없어 그런가 봐요. 괜찮아요. 스노클링의 명소인 아하렌 비치로 가는 숙소 무료 셔틀 버스가 있거든요.

오전 10시 20분 숙소에서 출발하고요. 오후 14시 20분에 복귀합니다.

아하렌은 스노클링 하기 참 좋은 해변입니다. 마을이랑 같이 있어서 각종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후루자마미 해변보다 여기가 놀기는 더 좋았어요.

버스 정류장 옆에 각종 편의 시설이 있습니다. 샤워장에는 코인 샤워가 있고요. (이용료 300엔) 비치 파라솔이나 스노클링 장비를 유료로 대여해줍니다.  

무료 휴게실이 있어요.

물놀이하다 지치면 여기에 앉아 책을 읽으며 숙소로 돌아가는 셔틀 버스를 기다렸어요.

 

여기 물 색깔 정말 예뻐요. 일본 사람들은 게라마 블루라고 부르더군요. 자마미 섬과 토카시키 섬 등 여러개의 작은 섬을 묶어 게라마 제도라 부르거든요. 결심했어요. 다음에 오키나와 여행을 온다면, 자마미 섬 대신 토카시키 섬으로 올 거고요. 숙소는 이곳 아하렌 비치 근처에서 잡을 거예요. 동네가 꽤 커서 식당도 많더라고요. 

만약 오키나와에서 4박5일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토카시키 섬의 아하렌 비치에서 1박2일 하는 편을 권합니다. 오키나와에서 해수욕이 가능한 시즌은 4월부터 10월까지이니 참고하시고요. 나하 숙소에서 묵으면서 당일치기로 게라마 제도 스노클링 여행을 하는 상품도 있으니 그걸 이용하셔도 좋아요. 짐이 많아 이동이 불편하다면 나하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이렇게 다니는 거죠.

모래 사장에서 5미터 정도만 헤엄쳐서 가면 바로 산호초가 나오고요. 예쁜 열대 바다의 물고기들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요. 토카시키 섬의 아하렌 비치, 강추입니다! 

지난번 여행에서 후루자마미 해변을 건졌다면, 이번에는 아하렌을 발견하는 기회였어요.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풍광을 발견하며 나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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