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박 11일의 오키나와 여행 기간 동안 자마미섬에서 2박3일간 지냈어요. 자마미 섬에 가려면 나하의 도마린 항에서 페리를 탑니다.
저는 스노클링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8년 전 자마미 섬에 있는 후루자마미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했어요.
대부분의 산호초는 육지로부터 꽤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배를 타고 나가서 즐깁니다. 지난 1년 동안 베트남 나뜨랑이며 태국의 꼬란섬에서 스노클링을 했는데 다 그런 식이에요. 저는 배에서 바다로 쑥 들어가면 겁이 납니다. 한번에 첨벙하고 들어가잖아요. 그리고 물속 깊이가 전혀 가늠이 안 됩니다. 후루자마미 해변은 모래사장에서 걸어서 조금만 들어가면 산호초가 나옵니다. 그래서 해변에서 바로 즐길 수 있습니다. 스노클링을 하다 언제라도 겁이 나면 금방 뭍으로 돌아올 수 있어요. 저같은 쫄보를 위한 최고의 바다지요.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도 많아요.
스노클링을 하며 바닷속 물고기떼랑 놀다 힘들면 나와서 해변에 앉아 쉬고, 그러다 다시 바다로 들어가고. 신선놀음이 따로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 동네 산책을 합니다.
작은 어촌 마을의 풍광을 즐기며 걷다보니...
생뚱맞게 개의 동상이 나옵니다. 시부야역에 있는 충견 하치의 동상도 아니고 왜 해변에 이런 조각이 있지?
마리린? 마린 보이의 친구인가? 검색해보니 무려 영화 주인공입니다.
1988년에 개봉한 일본 영화 '마릴린을 만나고 싶다'의 실제 개를 본떠서 만든 동상인데요. 주인과 함께 '자마미 섬'에 왔다가 마릴린을 보고 한눈에 반한 개 '시로'가 아카 섬에 돌아가서도 마릴린을 잊지 못해 3km를 헤엄쳐 '자마미 섬'으로 건너왔다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자마미 섬의 '마릴린 동상'과 아카 섬의 '시로 동상'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세워져 있다고요.
자마미섬 건너편에 아카섬이 있는데요. 사랑에 빠진 개가 바다를 건너 친구를 만나러 왔다는 이야기, 와우! 놀랍네요.
여기는 아미 해변. 딱히 볼 것 없는 바닷가지만, 그냥 1시간 정도 산책하러 가기엔 좋아요.
이제 슬슬 점심 먹으러 갑니다. 8년 전에 갔던 식당이 있어요. Zamami Village Fish Co-op 座間味村漁協
페리 선착장 근처에 있는 작은 가게인데요. 오로지 포장만 되는 식당입니다.
회덮밥 (700엔)과 군만두 (300엔)를 사서 해변 공원으로 가서 벤치에 앉아 먹습니다. 돈 만원으로 즐기는 오션뷰 야외 레스토랑~^^
오른쪽이 회덮밥인데요. 8년전에 500엔이었으니, 별로 안 올랐네요.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방문자 센터 카페로 갑니다.
페리 선착장 앞 2층 건물인데요. 1층에는 자마미섬 소개하는 방문자 센터가 있고요.
2층에는 카페가 있는데요. 전망이 좋습니다. 공공사업장인지라 가격도 착합니다. 망고쥬스 500엔. 여기서 앉아 바다를 보다 멍때리다 책을 읽다 그렇게 쉬다 갑니다.
창밖을 보다 문득 든 생각. 우리나라라면 이런 바닷가에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몇개는 생길텐데, 여기가 한적한 시골이라 그런가? 저성장이라는 게 그런 게 아닐까요? 민간부문에서 투자는 일어나지 않고, 공공부문의 개발만 가능한 거?
제가 묵었던 자마미아 인터내셔널 게스트하우스. 영어를 잘 하는 스탭들과 주인이 운영하는 숙소고요. 1박에 35000원하는 도미토리에서 2박을 했는데요. 힘들었어요. 8인실에서 자는데 하필 이틀 연속 코를 심하게 고는 이가 있어서 새벽에 깨어 그 소리를 듣는 건 고역이었어요. ㅠㅠ 어쩔 수 없죠, 이건 복불복이니까. 숙소는 참 편하고 점심에 파는 수제 버거도 맛있고 좋은데, 도미토리는...
그런데 대안이 없었어요. 자마미 섬의 다른 숙소는 다 30만원대거든요. 혼자 자는데 30만원을 쓰는 건 좀 아까워서 도미토리를 잡았는데, 다음부터 숙면을 위해 합숙은 지양해야 할듯.
저녁에 숙소에서 쉬다 휴게실에서 두 여행자가 영어로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코리아 앤 저팬 어쩌고저쩌고' 하는 소리에 귀가 번쩍했어요. 한 사람은 일본을 좋아해서 여행을 자주 온답니다. 일본에서도 한참 시골인 자마미섬까지 온 걸 보면 여행을 꽤 많이 한 것 같아요. 또 한 사람은 미국에서 일본까지 온 김에 한국에도 다녀왔다네요. 둘이 대화를 하다, 일본 사람들은 다들 친절한데 한국 사람은 퉁명하다는 말이 나왔어요. '엥? 그런가?' 갑자기 둘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었어요. 이유가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참았어요. 다른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면 '역시 코리안은 무례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엄청 억울하더라고요. 저는 한국인이 전반적으로 불친절하거나, 일본인이 모두 나이스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냥 어떤 나라든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그런 거죠. 한국와 일본의 차이라면, 내가 보는 독일과 프랑스 사람의 차이 정도 아닐까요? 내가 만약 프랑스에 일주일 지내고 독일에서 일주일 지낸 후, 어느 나라 사람이 더 친절하더라, 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짧은 경험으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 아닐까요? 조금 속은 상했지만, 서울에서 만나는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2박 3일간 자마미 섬에서 지내며 틈 날때마다 후루자마미로 스노클링하러 갑니다. 해변에는 스노클링 기어와 구명조끼를 대여해주는 샵이 있고요. (1일 대여료 2만원) 저는 한국에서 제 걸 가지고 갔어요. 돈 아끼려고. ^^ 여기서는 컵라면과 생수도 팔아요.
일정이 짧다면, 자마미섬에 당일치기로 오셔도 좋아요. 오전 9시 나하의 도마린 항구에서 고속선 퀸 자마미 타고요. 9시 50분 자마미 항구에 도착해 선착장 앞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후루자마미 해변으로 갑니다. 종일 스노클링을 하며 열대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요. 점심 먹고 자마미 항구까지 이동 후 마을 구경하고 방문자 센터 2층에서 커피 한 잔 하며 쉬었다가 4시 페리를 타고 나하로 귀환하시면 됩니다.
저는 섬에서 1박을 하시라고 권하고 싶은데요. 그렇다면 자마미 섬보다 토카시키 섬을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 편에서 설명해드릴게요~
오키나와 스노클링 여행, 다음 편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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