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디를 가나 걷습니다. 낯선 동네를 걸어다니며 새로운 풍광, 새로운 음식, 새로운 경험에 취해봅니다. 8월 말에 다녀온 치앙마이, 비록 여름이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꽤 선선합니다. 25도 정도의 날씨이기 때문에 일찍 길을 나서면 걷기 딱 좋습니다. 걸어다니기 좋은 치앙마이 올드 시티를 소개합니다.
치앙마이의 올드시티는 네모난 해자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그래서 물가를 따라 걸어도 좋아요. 성안과 성밖의 풍광이 다릅니다. 내부에는 사원과 여행지가 많고요, 외부에는 대학이나 시민들의 주택가가 있습니다.
해자를 따라 걷다 구글 지도를 보고 찾아간 곳은 농부악 핫 퍼블릭 공원 Nong Buak Haad Public Park. 지도에는 Buak Hard Public Park라고 뜹니다. 올드 시티 남서쪽 코너에 위치해 있는 아담한 공원입니다. 호수를 중심으로 현지 주민들이 달리는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쪽에는 세팍타크로 경기장이 있는데요. 아저씨들이 공놀이를 하는 모습을 구경합니다. 대학 시절에 즐겨했던 족구하고 비슷한데요, 네트가 높고 공은 작고 탄성이 있습니다. 동네 아저씨들이 시합을 하지만 묘기에 가까운 플레이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공원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왓 프라싱이 있습니다.
전통적인 란나 양식을 갖춘 치앙마이의 대표 사원인데요. 금빛으로 빛나는 쩨디(탑)와 화려한 불당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불당 안에 들어가려면 외국인 여행자는 입장료를 내야하는데요. 그냥 사원의 정원과 불탑 주위를 돌아보는 건 무료입니다. 처음 간 날에만 불당 내부 입장을 하고 다른 날은 그냥 정원을 걸었어요.
야자수가 늘어선 정원을 걷다보니 슬슬 태양이 대지를 달구기 시작합니다. 선선한 에어콘이 있는 실내로 가야해요.
이곳은 Kalm Village Chiangmai라는 문화센터입니다. 갤러리, 카페, 아트샵, 도서관이 있어요.
사진찍기 좋은 예쁜 공간이고요.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한다면 이곳이 저의 아지트가 될 것 같아요. 이곳 도서관에는 영어로 된 그림책이 많아요. 책이 있는 공간은 어디나 저의 아지트지요.
루프탑에서 보는 전망도 멋집니다.
캄 빌리지, 가이드북에는 안 나오는 장소인데요.
블로그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치앙마이가 관광지로 뜨면서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해 만든 새로운 공간입니다.
역시 최신 정보는 블로그에~^^
오전 내내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네요. 이제 점심 먹으러 갑니다. 현지인 맛집을 찾아갔어요. 흐언펜이라는 곳. 치앙마이 특유의 국수 요리인 카오소이를 시킵니다. 딱딱한 튀김 같은 걸 국물에 풀어서 먹는데 별미에요. 점심 먹고 숙소로 돌아가 책을 읽으며 쉽니다. 낮에는 호캉스를 즐기고요.
다음날 아침 걸어서 타패 게이트로 갑니다. 올드 시티의 관문입니다. 비둘기들이 많아 시에서 나와 저렇게 물청소를 하는군요.
도시를 둘러싼 해자.
타패 게이트 앞에 스타벅스가 있어요. 세계 어디를 가나 별다방은 있지만 제가 가본 중 가장 한가한 곳이었어요. ^^
치앙마이에서 걷기 좋은 곳은 치앙마이 대학교 교정입니다.
치앙마이 대학은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유명한데요. 탁심 총리가 이곳 동문이라네요. 저같은 여행자에게는 크고 예쁜 호수를 품은 캠퍼스가 인상적이지만요.
하루는 한국 음식이 땡겨서 '더 김밥'이라는 식당에 갔어요. 잡채도 맛있고, 떡볶이도 맛있네요. 그곳에서 치앙마이 한달살기 하러온 아버지와 아들을 만났어요. 초등학생 아들과 아버지가 둘이서 이곳에서 한달살기를 하는데요. 무척 즐거워보였어요.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 문득 아이 아빠가 물어요. "혹시 무에타이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무에타이는 태국의 전통무술이지요. 길을 걷다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레슨 광고를 본 적이 있어요. 호기심이 동합니다. 알고보니 1회 레슨비용이 우리 돈 3만 원 정도인데, 아들과 같이 운동하려고 장당 1만 원으로 할인하는 20회권을 끊었는데요. 치앙마이를 이제 떠나야 하는 데 쿠폰이 남았다고요. 이럴 때 저는 "그거 제게 파세요."라고 합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제게는 새로운 경험이 되겠지요.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타인이 제게 무언가를 제안할 때 일단 저는 YES!하고 봅니다. 그러면 여행이 풍성해져요. 게스트하우스 휴게실에서 만난 친구가 "내일 우리가 배를 빌려 무인도 캠핑 가는데 한 자리가 비거든? 같이 갈래?" 하면 "좋아!"라고 해요. "우리는 내일 번지 점프하러 가는데 같이 갈래?"라고 해도 "좋지!"라고 해요. 겁없이 따라다닌 덕분에 저의 경험은 늘 풍성해졌어요.
무에타이 레슨, 즐거웠어요. 무에타이는 실전 격투기더라고요. 팔꿈치와 무릎을 이용해 상대의 급소를 공격하는... 다음에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한다면, 무에타이를 배우고 올 것 같아요. 코치님이 미트를 대어주는데요, 펀치나 킥을 날릴 때마다 팡팡! 소리가 나고 타격감이 있어 재밌어요. 90분 수업에 만 원 정도인데요. 인건비가 저렴한 태국이라 가능한 수업이라고 생각해요. 코치가 일일이 붙어서 미트를 잡아줘야 하거든요.
점심 먹고 쉬었다가 선데이 마켓에 나갑니다. 아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었던 거야? 치앙마이 올드시티는 보통 한가한데요. 일요일 오후 5시에 열리는 길거리 장터에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몰려나와요. 치앙마이 여행기간에는 반드시 일요일을 끼워넣으라는 이유를 알겠네요. 볼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아요.
물가 싸고, 날씨 좋고, 음식 맛있고.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도시, 치앙마이에서의 여름밤이 이렇게 깊어갑니다. 은퇴자의 세계일주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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