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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치앙마이 여름 휴가

by 김민식pd 2024. 9. 11.

은퇴하고 결심했어요. '이제 매달 여행을 떠나자. 홀수달이면 국내여행, 짝수달이면 해외 여행!' 올해는 일본어 공부하는 해라 짝수달마다 일본 여행을 다녔어요. 4월에는 교토 벚꽃놀이, 6월에는 도쿄 인근 온천여행, 8월에는 날이 더우니 선선한 홋카이도에 가려고 일정을 잡아뒀는데요. 8월 초순에 일본에서 작은 지진들이 이어 일어나는 걸 보고 잠시 일본 여행은 미뤄두고 다른 곳을 가기로 했어요. 어디를 가면 좋을까?

8월 중순까지 내년에 나올 책 <짠돌이의 경제 공부> 원고 작업을 하느라 고생했으니,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고 싶은데요. 어디를 가면 좋을까? 첫째, 너무 덥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둘째, 고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누렸으면 좋겠고요, 셋째, 목적지를 급하게 바꾼 탓에 여행 준비할 시간이 없으니 예전에 가 본 곳이면 좋겠어요.

그랬더니 떠오른 곳이 치앙마이였어요. 2000년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워낙 오래전이라 또 가고 싶어졌어요. 그새 한달 살기의 성지로 떠올랐더군요. 공항에 내려 숙소로 가는 차를 탔는데 기사가 물어요. "치앙마이는 처음인가요?" "24년전에 한번 온 적이 있어요." 기사가 막 웃어요. "그때랑은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진짜 그러네요. 

저녁 비행기로 도착했고요.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간 곳은...  

왓 쩨디루앙 Wat Chedi Luang
‘큰 탑이 있는 사원’이라는 이름처럼 높이 60m가 넘는 쩨디가 우뚝 솟아 있다. 원래 90m에 달했지만 대지진과 전쟁으로 망가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신성한 에메랄드 불상 ‘프라깨우’를 모시기 위해 지은 탑으로 700년 전 란나 왕국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치앙마이 홀리데이> (박애진,유정열 공저)

이 책은 예스24에서 운영하는 크레마 북클럽에서 다운받아 읽었어요. 스마트폰에 여행 가이드북 한 권 저장하고 가면 어딜 가나 든든합니다. 

사진에서 보듯 긴 바지를 입고 다녔어요. 태국이면 더울 것 같은데, 치앙마이는 북부 산악 지대에 있어 아침 저녁으로는 25도 정도로 선선한 날씨입니다. 오히려 여행에서 돌아오니 서울이 더 더웠어요. 서울은 심지어 8월말까지 열대야가 심한데요, 치앙마이는 저녁에 온도가 내려갑니다. 열대야가 없어 밤에 자기 편했어요. 지금이 우기라 밤 사이에 비가 내려서 그러기도 하고요. 우기라고 하루종일 비가 오진 않아요. 잠깐 한 두 시간 내리고 그치고요. 그럼 선선해서 다니기는 더 좋아요. 단 비가 내릴 때는 잠깐 동안 폭우가 쏟아지기도 하니, 비가 한 두 방울 내리기 시작하면 근처 카페나 실내로 몸을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치앙마이 올드 시내에는 약 300개의 사원이 있어요. 이곳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하루에 10개씩만 보고 다녀도 시간이 다 갈 것 같군요. 여행자는 유명한 네다섯 개만 봐도 되는데요. 왓 쩨디루앙은 올드 시티에서 꼭 봐야 할 사원입니다. ‘큰 탑이 있는 사원’이라는 이름처럼 높이 60m가 넘는 탑(쩨 디)가 우뚝 솟아 있어요. 1411년에 지어진 탑이니 유서깊은 곳이지요. 

태국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황금빛 번쩍이는 불당.

왓 쩨디루앙을 나와 큰길을 걸어 10분 정도 가면 삼왕상이 나옵니다. 고대 태국 북부 지방을 다스리던 3명의 왕을 모신 동상입니다. 세 왕이 동맹을 맺어 하나의 나라를 만들고요. 1296년 치앙마이에 수도를 만듭니다. 유서 깊은 도시이지요.

삼왕상 뒤로 보이는 건물이 치앙마이 시티 예술문화센터인데요. 날이 슬슬 더워지니 이제 저곳에 가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구경을 합니다.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이 곳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봅니다.

치앙마이는 파란만장 700년의 역사를 지닌 란나 왕국의 수도입니다. 란나 왕국은 1296년 치앙마이로 천도 후 왕국의 기반을 다지며 빠르게 성장했어요. ‘치앙’은 도시, ‘마이’는 새롭다는 뜻으로 ‘새로운 도시’ 즉, 란나 왕국의 신도시를 의미합니다. 북쪽으로는 버마(미얀마), 남쪽으로는 아유타야(태국)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으로 번창했는데요. 

건국 300년도 채 되지 않아 1569년 버마에 의해 정복당하면서 속국으로 전락합니다. 2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버마의 지배를 받다 1775년 씨암(태국)의 도움으로 독립합니다. 그 후 씨암에게 조공을 바치며 반독립국으로 지내다 1939년 란나 왕조의 마지막 왕자가 사망하면서 태국으로 완전히 편입 되었어요.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치앙마이는 태국이면서도 태국과는 또 다른 독창적인 문화가 형성된 것이지요.

날이 더워지니 슬슬 숙소로 돌아갑니다. <찰라 넘버 6>라는 5성급 호텔에서 묵었어요. 1주일 여행하고 '아, 이래서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구나.' 싶었어요.  치앙마이에는 5가지 매력이 있습니다.

1. 저렴한 물가

태국은 어디나 물가가 저렴하지요. 한달을 살아도 부담이 없을 것 같아요. 현지인들이 아침으로 즐겨먹는 쌀국수는 20바트 우리 돈 800원이에요. 썬데이마켓이나 야외 먹거리 장터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보내는 시간도 즐겁지요. 

2. 걸어다니기 좋은 거리

유명한 사원이나 맛집은 다 올드 시티 안에 있어요. 숙소를 올드 시티 안에 잡으면 걸어서 10~20분이면 다 갈 수 있어요. 아기자기한 동네라 걷는 맛이 있고요. 좁은 골목에서 뒤에서 차가 따라와도 빵빵 거리는 법이 없어요. 나만 그런가요? 1주일 동안 치앙마이에 있으며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 듯. 그만큼 걷기 좋은 도시에요.

3. 맛있는 음식

태국 음식은 원래 맛있어요. 똠얌궁, 파인애플 볶음밥 등등. 그런데요, 치앙마이에는 태국 북부의 란나 음식이 또 있어요. 카오소이나 란나식 순대. 게다가 세계 곳곳에서 오는 여행자들 입맛에 맞게끔 피자나 이태리 음식도 많아요. 가성비 높은 식당으로 가득한 곳이 치앙마이에요.

4. 친절한 사람들

치앙마이에서는 만나는 현지 사람들이 보여주는 그 선한 미소에 늘 반합니다. 쑥스러운듯 싱긋 웃는 그 모습이 참 좋아요.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가끔 인종차별을 겪으며, 내가 유색인종이라는 걸 뒤늦게 자각하는 순간이 있는데요. 치앙마이에는 그런 게 없어요.  

5. 이국적인 풍광

일본 여행을 가면요, 때론 한국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동남아 리조트에 가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거든요? 치앙마이는 역사가 있는 도시인지라 이국적인 느낌이 확 듭니다.

다섯가지 매력이 있는 도시, 치앙마이,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달살기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때는 치앙마이의 100가지 매력이라는 책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음번에는 치앙마이 걷기 여행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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