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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60이후, 진짜 전성기가 온다

by 김민식pd 2024. 9. 20.

강연을 갔다가 만난 50대 직장인이 이런 질문을 던지셨어요. “100세 시대, 60세에 퇴직하면 그때부터 최소 30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딱히 하고 싶은 게 없거든요.” 영어 공부에 대한 질문도 주셨는데요. 일단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라는 책을 한번 읽어보시라고 권합니다. 그 책을 읽고 영어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일면 하셔도 되고요. 해보고 문장 암송이 힘들면 안 하셔도 됩니다. 저는 100세 시대, 나이 50의 직장인이 해야 할 일은 영어 공부가 아니라 인생 이모작 준비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게요.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온 게 52세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평생 아끼고 벌고 모은 돈이 많아 그냥 남은 평생 책 읽고 여행 다니며 살 생각이었는데요. 1년 정도 놀아보고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일해야겠다.’ 건강에 관련된 책을 보니 이른 은퇴는 노화를 가속하고요, 경제 공부를 해보니 최고의 자산관리는 평생 현역으로 일하는 거더라고요.

명퇴하고 평일 아침에 탁구장을 다니며 운동을 했어요. 팔순을 넘긴 고령의 회원이 계신데요. 탁구장에서 날아다녔어요. 그분과 시합을 하면요, 제가 8점을 받고 해도 이길 수가 없어요. 제가 3점을 내기 전에 그분이 11점을 내버리거든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나이 80에도 건강 관리를 잘 하면 50대 중년 못지않게 활력이 넘치는 삶을 살 수 있구나. 그렇다면 잘 하면 나이 80에 돈도 벌 수 있겠는데? 

은퇴하겠다는 마음을 고쳐먹고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이 53세부터 80세까지 일한다고 보면 27년이라는 시간이 생깁니다. 제가 MBC를 다니며 피디로 일한 시간이 24년이에요. 인생 이모작의 시간이 본업의 시간보다 더 길어요. 그렇다면 나의 전성기는 과거에 있는 게 아니라 다가올 미래에 있는 게 아닐까?

50대의 나이에 다시 직장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요. 출퇴근은 30년 동안 해봤고,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도 질릴 만큼 했어요. 은퇴의 행복은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보기 싫은 사람은 보지 않는 데서 오거든요. 이 행복을 유지하면서 내가 나이 80에도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다행히 제게는 롤모델이 있어요. 제가 즐겨 읽는 책의 저자들이지요. 당장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을 쓰신 이근후 선생님은 나이 80에도 저자로 왕성하게 활동을 하시거든요. 이제 누구나 60 이후에 어떤 일을 하며 살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긴 시간이 남아 있고요. 잘하면 추가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있어요. 예전에 블로그에 쓴 글이 있어요.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 사람인가? 그걸 찾아보세요." 
저는 학교 진로 특강을 다니며 학생들에게 항상 이 말을 합니다. 그럼 좋아하는 일만 해서 먹고 살 수 있나요? 싫어도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도 있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텐데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 이유가 있어요.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우리는 그 일을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진짜로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는 사람 사이에 누가 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좋아하는 일을 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사람과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사는 사람이 그리는 삶의 궤적은 갈수록 격차가 벌어집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공부하고 성장합니다. 배운 내용을 일에 적용해 더 높은 성과를 내고 돈을 법니다. 그렇게 번 돈을 공부에 투자합니다. 지식과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일의 성과가 더 올라갑니다. 학습과 성장의 선순환에 들어가는 거죠.
반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 두 가지 악순환에 빠져버립니다. 첫째, 일 자체가 스트레스이기에 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돈을 쓰게 됩니다. 둘째, 일에 흥미가 없기 때문에 시간이 있어도 더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 쉬고 싶다는 강력한 동기가 돈도 쓰고 성장하지도 않는 악순환을 가속하죠.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하고 싶은 일 찾는 법>(야기 짐페이 저, 장혜영 역, 소미미디어)을 보면 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오해하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첫 번째 이유는 평생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때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기준은 의미 없습니다. 100년을 살면서 평생 한 가지 일만 하며 살 수 있을까요? 1989년 세계 시가총액 순위 상위 50개사 중 일본 기업이 32개사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몇 개일까요? 놀랍게도 도요타 자동차 단 하나뿐입니다. 30년 만에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지금 잘 나가는 회사, 지금 잘 나가는 직업이라는 게 10년 후, 20년 후에는 의미가 없을 지도 몰라요. 너무 긴 시간의 관점에서 일을 선택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는 걸로 충분합니다.

두 번째 오해는 처음부터 운명적인 느낌이 있을 거라는 착각입니다. 인도의 라자스탄 대학교에서 연애결혼과 중매결혼 중 어느 쪽이 더 만족도가 높은지를 조사했어요. 결혼 1년 이내에는 연애결혼 70점, 중매결혼 58점으로 연애결혼이 더 높았지만 장기적인 만족도는 연애결혼 40점, 중매결혼 68점으로 역전되었습니다. 애정을 전제로 한 연애결혼과 애정은 키워가는 거라 생각하는 중매결혼의 차이가 빚어낸 결과랍니다. 직업을 찾을 때도 어딘가에 모든 조건이 나에게 딱 맞는 천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직업이란 시행착오를 겪으며 찾고 키우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둘 중 최종적으로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는 이는 후자입니다. 애당초 즐겁기만 한 일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골치 아프고 싫은 것을 감수하며 즐기려고 노력하는 것도 일의 일부입니다.

세 번째 오해는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훌륭한 일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하고 싶은 일을 찾고도 “난 이게 하고 싶어!”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냥 하세요. 내 분야의 전문가가 된 다음에는 누군가를 도울 기회도 많고 오랜 기간에 걸쳐 사회에 공헌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자신도 즐겁고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므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내가 행복해야 세상에 공헌할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겁니다. 저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궁금해지면 스스로에게 3가지 질문을 해봅니다. 첫째, 지금 돈을 내고서라도 배우고 싶은 게 있나요? 기꺼이 돈을 내면서도 하고 싶은 일이 진짜 좋아하는 일입니다. 둘째, 책장에 어떤 장르의 책이 잠들어 있나요? 유난히 겹치는 한 가지 주제의 책들이 많다면 그 분야가 나의 관심 분야더라고요. 셋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감사인사를 하고 싶은 직업은 무엇인가요? 저는 책을 읽고 저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 생각이 작가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내게 소중한 것,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이 세 가지를 일치시켜 보는 겁니다. 내게 소중한 것은 나의 가치관을 드러내고요. 내가 잘하는 것은 재능을 찾아줍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우리는 열정을 발휘할 수 있고요. 

예전에 리뷰로 소개한 글인데요. 질문을 받고 제일 먼저 떠오른 책이에요. 짧은 답보다는 책을 통해 긴 시간 사색하며 길을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00세 시대, 오래오래 일하는 즐거움을 누리시길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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