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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by 김민식pd 2024. 8. 30.

여러분에게 인생이란 무엇인가요?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한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이지요. 쇼펜하우어가 염세주의 철학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아마도 이렇게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삶이 고통이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응? 이게 뭔 소리야, 싶지요?

저는 어려서 삶이 힘들었어요. 가정 폭력, 학교 폭력, 직장 폭력을 어려서 다 겪어보고 깨달았어요. 타인은 지옥이구나. 산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구나. 그렇다면 기왕에 괴로운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덜 괴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하루의 일상에 나의 선택을 더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억지로 보낸 공대 공부는 재미가 없었는데요, 군대에서 혼자 한 영어 공부는 재미있었어요. 상사가 시키는 영업은 재미가 없는데요, 내가 원해서 하는 예능 편집은 밤을 새워도 재미있어요. 똑같은 일도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시켜서 할 때와 내가 원해서 할 때가 달라요. 그래서 내가 선택한 괴로움을 찾습니다. 절대 내가 선택한 즐거움을 먼저 찾지는 않아요. 인생이 마냥 즐거울 수는 없거든요. 처음부터 즐거움을 찾는 사람은 그 즐거움의 끝에서 괴로움을 만납니다. 차라리 괴로움을 선택하고, 내가 선택한 괴로움이 나의 인생이라고 믿고 살면 그 끝에서 진짜 즐거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강용수 / 유노북스)에 보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마흔은 가장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인생의 황금기이자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인생은 고통’이라는 인식에 도달하는 시기다. 고통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가짜 행복’을 좇는 고통이다. 많은 사람이 출세, 부, 명예를 손에 잡히는 행복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런 행복은 무게 중심이 자기 안이 아니라 자기 밖에 있다. 그래서 좇을수록 의심이 들고 점점 공허해지며 더 괴로워질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진짜 행복’을 좇는 고통이다. 진짜 행복은 허상과 같아서 찾기가 어렵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며, 계속해서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무게 중심을 자기 밖에서 자기 안으로 옮겨야 하며 자신이 무너지고 깨지고 부서지기 때문에 괴로울 것이다. 그런데 진짜 행복을 좇으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마음, 타인에게 비굴하지 않고 기죽지 않는 당당함,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는 품격이다.’

피디로서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겠다, 그게 나의 행복이다, 라고 생각하잖아요? 그 인생, 불행해지기 십상입니다. 시청률은 절대로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3명의 피디가 똑같은 방송시간대에 프로그램을 만들면 그 중 한 명은 대박이 나고, 한 명은 쪽박을 차거든요. 그래서 저는 결과에 목을 매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그 순간,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그게 나의 즐거움이라 믿었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그렇게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는 일을 사랑하는 게 티가 나잖아요? 그럼 세상이 나를 괴롭히고자 할 때는 내게서 일을 뺏어가 버립니다. 그래야 내가 괴로워할 테니까요. 드라마 피디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타부서로 전출시켜버리면 불행해질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다시 깨달았어요. 외부의 조건과 상관없이 내면의 행복을 추구하는 게 진짜 행복이로구나. 시청률도, 드라마 연출도, 진짜 행복은 아니었던 거죠. 회사에서 내게 드라마를 맡겨야 비로소 드라마 연출을 할 수 있는 거죠. 행복의 조건이 회사의 결정이라는 외부에 있다는 건 진짜 행복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퇴직 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책을 읽고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건 나혼자 마음을 먹으면 가능하거든요. 물론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쉽지는 않아요.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게 진정한 행복이라 믿습니다.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쇼펜하우어는 불행의 두 가지 원인으로 고통과 권태를 꼽는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어서 고통에 시달린다면, 돈이 많은 사람은 넘쳐나는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라서 삶에 권태를 느낀다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설명했다.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두 가지 적수가 고통과 무료함인데, 우리의 인생이란 이 두 가지 사이를 오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적으로는 궁핍과 결핍이 고통을 낳는 반면, 안전과 과잉은 무료함을 낳는다. 따라서 하층 계급 사람들은 궁핍의 고통과 끊임없이 싸우는 반면 부유하고 고상한 세계의 사람들은 무료함을 상대로 싸움을 벌인다.”’

누구나 경제적인 자립을 원하며 성공과 행복을 꿈꿉니다. 그러나 과잉 충족은 불행의 시작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쏟아붓다 보면 어느 순간 허망해집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사색과 통찰로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기 위한 공부.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한 사람이란, 다른 사람에게 손 벌리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 있고 여가 시간을 누릴 수 있는 뛰어난 정신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결핍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권태, 따분함, 지루함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제를 살아가는 데 최고의 지혜이자 원칙으로 들었어요.
 
“현자는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

제가 퇴사하고 나서 느낀 점이 있어요.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게 행복이 아니라, 만나기 싫은 사람을 피하는 게 진짜 행복이구나. 젊어서 우리는 쾌락을 좇는데요. 나이 들어서는 쾌락의 양을 늘려가는 것보다 고통을 줄이는 것이 더 현명한 삶입니다. 마찬가지로 돈을 많이 벌고 많이 쓰는 게 행복이 아니라 적은 돈으로도 만족하는 것이 진짜 행복입니다. 더 벌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하거든요.

“건강한 거지가 병든 왕보다 더 행복하다.”
 
‘요즘 많은 사람이 돈과 건강을 맞바꾼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의 첫 번째 조건으로 건강을 꼽는다. 건강을 희생하면서까지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인간의 행복은 대부분 건강에 의존한다. 건강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다른 어떤 것도 즐거움이 될 수 없다. 몸이 일단 건강해야 기분도 좋고 웬만한 어려움을 잘 견딜 수 있다.’ 

인간의 주관적인 자산이 있어요. ‘고상한 성격’, ‘뛰어난 두뇌’, ‘낙천적인 기질’과 ‘명랑한 마음’ 등. 이중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명랑한 마음입니다. 그 명랑한 마음을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외적인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건강입니다. 따라서 쾌락을 좇느라 건강을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는 데부터 힘써야 하고요. 그러기 위해 운동이 필요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여가를 인간의 소유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칭송”했답니다. 행복한 시간은 노동하지 않는 자유 시간입니다. 

‘진짜 부자와 가짜 부자의 차이는 분명하다. 진짜 부자는 부를 자신의 장점을 계발하는 데 최대한 활용한다.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얻으면 유흥이나 과시, 소비보다 자신의 교양을 쌓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독서, 음악 감상, 여행 등을 통해 아름다움을 찾고 자신의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가짜 부자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지 못하고 남에게 과시하거나, 낭비와 방탕으로 돈을 쓴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진짜 부자는 경제적인 자유를 뜻합니다. 진짜 부자는 돈의 가치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검소한 경우가 많고 돈 관리에 철저합니다. 가난했다가 갑자기 부자가 되는 경우,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경우 탕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지한 자가 부자가 되면 그 무지가 품격을 떨어뜨린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곰곰이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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