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저런 경제책을 읽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경제 공부는 어려서 시작해도 좋을 것 같은데 아이들을 위한 경제 공부 책은 없을까? 네, 구하라, 찾을 것이다. 있네요. MBC 라디오에서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는 이진우 기자가 기획한 동화책.
<이진우 기자의 몬말리는 경제 모험 1: 처음 만나는 경제> (이진우 기획 · 글몬 저자(글) · 지문 그림/만화 / 아울북)
우리가 하는 사소한 고민도 경제와 깊은 연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은 학교, 좋은 직업에 매달리는 이유가 뭘까요? 학업적인 성취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얻을 수 있는 보상입니다. 이는 많은 수요에 비해 쉽게 가질 수 없는 ‘희소성’과 직결되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우리가 마주하는 갈등과 고민은 대부분 이러한 경제적 문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경제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좋은 경제관념을 만들어주는 건 가정 교육의 일환입니다. 이제까지는 용돈을 주고 저축을 하라고 하거나, 아이 이름으로 주식을 사주거나, 아이 이름으로 통장을 만들어주거나 그랬는데, 이진우 기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좋은 경제 관념을 심어주는 것이랍니다. 어렸을 때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가 하는 것이 어른이 되었을 때 소득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책머리에 나오는 글에서 이진우 기자는 계층 이동성을 이야기합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라즈 체티 교수는 ‘계층 이동성’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계층 이동성이란 저소득층에서 태어난 아이가 어른이 되어 고소득층에 편입되는 걸 의미합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친구의 80% 이상이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인 그룹 A와 친구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그룹 B를 수십 년간 관찰했더니 부자 친구가 많았던 그룹이 성인이 되었을 때 비교 그룹보다 소득이 20% 가량 더 높았답니다.
유명 대학을 다닌 저소득층 학생과 고소득층 집안 출신 학생의 소득 차이가 심하게 벌어졌답니다. 같은 명문대를 나왔으니 기대수익의 차이는 별로 없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왜 소득에서 차이가 나나 직업을 살펴보니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요. 고소득층 출신 학생들은 졸업 후에 컨설팅이나 금융업 등 소위 돈을 잘 버는 업종에 취업한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은 공무원이나 저널리스트 같은 공적인 영역의 직업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 소득도 전자가 더 많은 거죠.
저자는 어쩌면 저소득층 학생들은 부모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게 되어 돈을 좇는 일이 부도덕하다고 무의식중에 느낀 게 아닐까, 반면 부잣집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돈을 버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인지 알고 그래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부도덕하기보다 능력이 된다면 당연히 추구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아이들에게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어야 한답니다. 어느 유튜브 채널에 이진우 기자나 나와서 편의점과 할인점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왜 차이가 나는지 아이에게 설명해주는 대목이 있더라고요.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게 편한데, 조금 더 멀리 떨어진 아이스크림 할인점까지 사람이 오게 하기 위해서는 더 낮은 가격으로 사람을 유혹해야 한다고요. 더 비싸게 파는 가게가 나쁜 가게, 더 싸게 파는 가게가 좋은 가게가 아니라는 거죠. 가게에 따라 특성이 있는 거고, 돈을 버는 방법이 다른 겁니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욕심 많은 사람, 덜 버는 사람이 착한 사람, 이런 이분법도 의미가 없는 것처럼요.
사람이 돈을 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었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더 많은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법니다. 10명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과 만 명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의 수입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떤 능력을 가져야 할까? 어렸을 때부터 그런 고민을 해보자는 거죠.
저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 책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미국에서는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어떤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는지, 경기와 실업의 관계는 어떠한지를 가르치는데, 우리나라는 용돈을 스스로 벌게 하면서 절약이 왜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미국은 부채(빚)는 좋은 부채와 나쁜 부채가 있으며 리스크 관리를 잘하면 부채가 자산 증식의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경제 교육은 부채가 피해야 할 나쁜 것이라는 점만 강하게 주입합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겁니다. 길을 잃은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고, 심심해하는 사람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는 것도 모두 돈을 버는 방법입니다. 그러니까 돈을 벌고 싶다면, 제일 먼저 ‘과연 저 사람은 뭐가 필요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아이를 위한 경제책을 읽다 문득 고민에 빠집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그걸 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시어요. 그 답에서 나의 쓰임새를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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