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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자산관리의 골든타임

by 김민식pd 2024. 8. 16.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어렸을 땐 좀 가난하고 힘들어도, 나이 들수록 조금씩 형편이 나아지고 노후에는 여유를 누리는 삶 아닐까요? 1960년대생의 삶이 그렇습니다. 1960년생이 태어날 때 우리나라 1인당 GDP는 79달러였습니다. 60세가 되어 퇴직할 때 GDP는 3만 1,700달러가 되었어요. 경제성장기에 태어나 많은 것을 누렸습니다. 촌에서 태어나 성공한 사람이 유독 많았어요. 1981년부터 졸업정원제를 실시하면서 대학 정원이 30% 늘었고, 1980년대 후반에는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성과로 임금이 20%씩 올랐어요.

다만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노동시장이 경쟁적으로 변하고요, 비정규직 증가와 산업구조 변화로 임금 격차가 나타났습니다.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0년대생의 양극화가 고착되었는데요. 여기에 2010년대 급등한 부동산 가격으로 서울과 지역간의 격차도 벌어졌습니다. 

그 결과 60년대생들의 출발은 엇비슷했지만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경제적 출발은 너무 다르게 되었어요.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 봉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 즉 줄 건 다 주고 자신은 못 받는 세대가 되었고요. 거기에다 고령화와 저성장까지 맞게 되었습니다. 국가재정이 악화되고 연금재정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명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고, 노후자금은 넉넉지 못한 상태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해야 합니다. 오늘은 1960년대생이 어떻게 살아야할까를 고민하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60년대생이 온다> (김경록 / 비아북)

저자가 <60년대생이 온다>는 책을 쓰고 있다고 하자 40대가 그랬대요. “가는 거 아니에요?” 이제 60년대생은 역사의 주역에서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가올 초고령사회의 주역이 됩니다. 인생 1막을 고성장과 민주화의 주역으로 보내고 2막에서는 초고령사회의 주역이자 중요한 자원이 되는 것이지요. 

일본 베이비부머의 중심에 해당하는 단카이세대는 고성장의 혜택을 누렸으면서 노후 부담은 젊은 세대에게 떠맡긴다고 해서 ‘도망치는 세대’라고 불립니다. 초고령사회의 주역이 되려면 개인적, 사회적 준비가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노후 준비를 통해 사회에 주는 부담을 줄여야 하고, 사회적 책무도 져야 합니다. 고령사회에서는 한정된 자원을 둘러싸고 세대 간 마찰이 일어나는데, 이를 상생의 길로 이끌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60년대생이 일터에서 완전히 물러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성장과 민주화의 기억을 공유한 세대가 아직 세상에서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구직 활동도 다시 꾸준히 이어가야 합니다. 60년대생이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한 5가지 전략이 있습니다.

첫째, 퇴직은 자신의 예상보다 좀 더 일찍 닥치므로 체계적인 재취업 준비가 필요합니다. ‘나는 예외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평균의 법칙’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통계청의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이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평균 49.4세입니다. 즉 50언저리에는 퇴직한다는 걸 생각하고 40대에는 인생 이모작 준비를 해야 합니다.
 
둘째, 자신의 전문 경력을 확보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인생 이모작 준비라고 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홀히하고 노후대비를 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고 좋은 평판을 얻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퇴직후에도 구직의 기회는 쉽게 찾아오거든요.

셋째, 일자리 포트폴리오를 갖는 게 좋습니다. 재취업 때는 소득이 크게 하락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일자리로 소득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하나의 직업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의 경우, 매년 한 권씩 책을 내지만 인세로 생활하긴 어렵습니다.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에서 매주 한 번 강의를 하고요. 도서관 저자 특강이나 진로 특강을 다니며 다양한 일을 합니다. 재취업 초기에는 소득을 위해 일하지만, 후기에 들어서면 삶에서의 역할이나 보람이 중요해집니다. 그러기에 다양한 일의 포트폴리오가 중요합니다. 돈도 벌고 보람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나 둘 찾아가는 겁니다.

넷째, 근로소득과 금융소득의 유기적 관계를 잘 설정합니다. 재취업을 했을 때는 소득이 40% 이상 줄어들므로 소비도 줄여야 합니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여가 시간이 늘어나 씀씀이가 늘어납니다. 그래서 소득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 소득에 더해 연금 소득이나 투자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찾아야 합니다.

다섯째, 퇴직 전에 ‘재정 소방훈련’을 실시합니다. 소방훈련, 불이 난 경우를 상정하여 소화, 통보, 피난 훈련을 실시하는 일이지요. 주된 일자리에 재직하는 동안 향후 줄어든 소득에 맞춰 살아가는 재정 소방훈련을 합니다. 소득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살아보는 예행 연습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출 원리금, 상환, 월세, 자녀 학비와 주거비 등과 같은 경직적인 지출 비중, 혹은 고정비용이 크지 않은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삶을 재구조화해야 합니다. 환경이 변화할 때는 단순히 열심히 산 사람보다 지혜롭게 산 사람이 생존합니다. 단순히 재테크를 좀 더 잘하고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정도로는 안 됩니다. 길어진 수명에 맞게 건강, 돈, 일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재취업을 할 때 삶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3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전문성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화려하지 않고 평범하고 지루하며 반복적인 작업일 수 있습니다. 둘째, 깊이는 노력에 비례해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노력에 따른 결과는 비선형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지루한 답보 상태를 견디는 게 중요합니다. 셋째, 잘 안 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꼭 성취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없을 때 자신의 전문성에 깊이를 더하는 길을 꾸준히 걸을 수 있습니다. 젊을 때는 성취에 초조할 수밖에 없지만, 인생 후반에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것이 노년의 이점입니다.

워런 버핏은 약 150조 원의 자산을 가진 세계 5위의 부자입니다. 그보다 앞선 4명은 테슬라, 아마존, 루이뷔통,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들입니다. 버핏은 오직 투자로 부자가 되었는데요. 그의 투자 비법은 바로 장수입니다. 현재 버핏 자산의 95퍼센트가 60세 이후에 이루어졌어요. 지금 92세니 60세 이후에도 30년 이상 자산이 불어난 셈입니다. 만일 버핏이 60세에 사망했더라면 날고 기는 투자의 천재일지라도 세계 거부의 반열에 끼지는 못했을 겁니다. 버핏이 부를 이룬 것을 보면, 장수 시대의 60세는 자산관리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특히 일반인들은 60세 전후가 자기 삶에서 자산이 가장 많을 때입니다. 

60의 나이에 5억 원의 금융자산을 가진 갑, 을, 병 세 사람이 있다고 해봐요. 생활비로 매년 4,000만 원을 지출합니다. 갑은 10년 동안 일자리가 있어 근로소득과 국민연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합니다. 따라서 5억 원을 4% 수익률로 운용해서 불려가요. 을은 일은 하지만 근로소득이 충분치 않아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4% 소득인 2,000만 원과 근로소득 2,000만 원으로 생활비를 마련합니다. 자산이 불어나지는 않지만 원금이 줄지도 않아요. 병은 국민연금 이외에 다른 소득이 없어 자산에서 매년 4,000만 원을 인출해서 씁니다. 10년이 지나 70세가 되면 이들의 자산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갑은 2억 4,000만 원이 불어나 7억 4,000만 원의 자산을 갖게 되고요. 을은 5억 원 그대로인데, 병은 2억 원만 남았어요. 70세에 갑, 을, 병은 각각 7억 4,000만 원, 5억 원, 2억 원으로 노후의 삶을 시작합니다. 이 차이가 인생 후반을 결정짓습니다. 병은 76세가 되면 자산이 소진되어 노후 파산을 맞고요. 을은 평균수명인 86세가 되면 자산이 소진되는 반면, 갑은 101세가 되어서야 자산이 소진됩니다. 60세 이후 10년은 자산관리의 골든타임입니다. 

건강수명을 소득 수준별로 살펴보면 소득 5분위 즉 최상위의 건강수명은 74세인 데 반해 소득 1분위 최하위의 경우 65세로 9년이나 차이가 납니다. 자산과 건강의 관계는 밀접합니다. 건강해야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고요, 반대로 자산이 있어야 건강을 지키는 것도 수월해집니다. 나이 60이라고 이제 할 만치 했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60 이후에도 모쪼록 건강과 자산을 지키고 가꿔가는 노력을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60년대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첫째,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노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요. 둘째, 열린 노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셋째는 주는 노년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노년은 받는 입장이 되기 쉬운데요, 계속 받는데 익숙하다보면 이를 당연하게 여기게 됩니다. 노년은 세상에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자산이 넉넉한 사람은 돈을 줄 수 있고,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을 줄 수 있고, 시간이 많은 사람은 시간을 줄 수 있습니다.

저성장도 고령화도 밤의 도적처럼 닥칠 것입니다. 모쪼록 잘 대비하여 인류가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초고령사회에서 우리 모두 주역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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