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부를 하며 늘 느끼는 점이 있어요. 우리는 돈에 관한 한 무지할 수 밖에 없어요. 돈이라는 개념이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돈에 대해서는 무조건 겸손해야 합니다. 홍춘욱 박사님이 쓰신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를 읽다 저자가 추천한 <머니 앤드 브레인>이라는 책을 찾아봤는데요. 제목이 다른 새로운 판본이 있네요.
<투자의 비밀 : 신경경제학이 밝혀낸 유능하고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법> (제이슨 츠바이크 저/김성일 역 /에이지21)
‘신경경제학neuroeconomics’이 뭐지? 신경과학, 경제학, 심리학이 뒤섞여 새로 태어난 분야인데요. 무엇이 투자자의 행동을 유도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입니다. 영어 원제가 <Your Money and Your Brain>인데요. 뇌와 돈은 서로 친하지 않아요. 이론적으로는 많이 배우고 연구할수록 투자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 그러나 신경경제학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그런 가정은 완전히 잘못되었다고요. 모든 사람이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대부분 비싸게 사서 싸게 팝니다. 시장을 못 이긴다는 것을 누구나 알아요. 하지만 자기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평생 TV 피디로 일하며 밤을 새워 촬영하고 편집하는 대가로 월급을 받았습니다. 2020년에 코로나가 터지고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실시했고요. 퇴직금을 받아 나왔을 때 주식 펀드 수익률을 보니 지난 6개월 동안 플러스 30%를 기록한 상품이 많았어요. ‘와, 퇴직금 2억 원을 주식 펀드에 넣어두고 1년에 30%씩 수익을 올리면 일을 안 해도 생활비는 벌 수 있겠구나. 노동 소득 대신 자본 소득으로, 이거 꿀이네!’라고 쾌재를 외치며 퇴직 연금 주식 펀드에 가입했는데요. 그로부터 6개월 뒤에 원금의 30%가 날아갔습니다. 네, 6개월간 30%의 수익을 기록한 펀드는 다시 6개월간 30%의 손실을 기록할 수도 있어요. 이걸 ‘평균 회귀’라고 부릅니다.
2003년 초부터 2005년 말까지 신흥시장은 연평균 36.3%의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 사실 수백 년간의 역사를 보면 인플레이션을 제외한 경제 성장이 매년 2.5~3.5% 이상 지속할 수는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은 경제나 개별 기업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간 이후에는 반드시 더욱 정상적인 수익률이 뒤따릅니다. 일본 증시가 1970년대와 1980년대 기록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뒤 1990년대 들어 3분의 2가량 폭락한 것도 이 때문이고요. 미국이 1990년대 후반에 호황이었다가 2000~2002년에 불황을 겪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어떤 주식이나 펀드가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보인다면 거의! 반드시! 조만간! 평균으로 되돌아간다. 같은 이유로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익률을 보이는 경우에도 상황은 역전되게 마련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세가 뒤집히는 이런 경향을 ‘평균 회귀’라고 한다. 평균 회귀는 투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경기에서 경기장을 평준화하는 자연의 방식이다. 따라서 당신이 매우 높거나 낮은 수익률이 계속되는 도박을 할 때마다 승산은 당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아, 왜 나는 이런 투자의 기본 원리도 몰랐을까요?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어떻게 그런 멍청한 짓을 했을까?”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이렇게 자신에게 외쳐본 적이 없다면 당신은 투자자가 아니라고. 경제 공부를 하고 투자를 시작한다면, 이런 과정은 우리가 필수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어요.
예측 능력을 향상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기본 비율은 얼마인가?”라고 묻는 것입니다. 기본 비율은 장기 성과로 구성된 매우 큰 표본에서 논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결과를 말하는 기술 용어입니다. 심리학자 하워드 래클린은 기본 비율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당신이 해안에 있는 사람의 직업을 추측한다고 상상해보라. 한 남자가 오리발을 신고 잠수복을 입은 채 물속에서 나왔다면 당신은 그를 전문 잠수부나 해군 잠수대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다른 직종의 사람보다 그렇게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이 그를 변호사라고 추정한다면 내기에서 이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왜냐하면 미국에는 전문 잠수부보다 변호사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스노클을 쓰고 잠수복을 입은 변호사를 생각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만약 동전 던지기를 했는데 30번 연속해서 동전의 앞면이 나왔다면 다음 판에 여러분은 돈을 어디에 거실 건가요? 30번 연속으로 앞면이 나왔으니 이번에야말로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동전을 던질 때 뒷면이 나올 기본 확률은 언제나 50%입니다. 20년 전 카네기 멜론 대학의 연구진이 밝힌 바에 따르면, 동전의 앞면이 연속해서 나오고 다시 던지면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뒷면에 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지요. 반면 잠시 쉬고 나서 던질 경우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이 확률을 50 대 50으로 돌려놓은 듯이 앞면에 돈을 건답니다. 우리의 두뇌가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인식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식이나 시장 공부를 중단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20분쯤 다른 활동에 관심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크게 발휘됩니다.
‘시간은 돈이다. 하지만 돈 또한 시간이다. 당신이 투자한 자산의 가격을 자주 확인하는 것은 자신의 금융 수익에 해를 끼칠 뿐 아니라 생활의 나머지 부분에서 귀중한 시간을 불필요하게 빼앗는 행위임을 알아라.’
그래서 고수익을 올리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자산을 산 다음, 그 가격을 수시로 확인하는 대신, 잊고 사는 겁니다. 열심히 일을 하면서 소득을 계속 올리는 겁니다. 그러다 긴 시간이 지나면 자산은 불어나 있을 거예요. 수시로 확인하며 사고 파는 일을 반복하면 중개인에게 수수료만 챙겨주는 꼴입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행복으로 돈을 살 수는 있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일을 더 즐겁게 하고요, 그 결과 생산성이 올라가고 일을 잘 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 결가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지요.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삽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행복을 희생합니다. 그 결과 운동, 휴가, 취미, 친구나 가족과의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는 이런 활동이 지속적인 행복을 만들어냅니다. ‘내가 불행한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야’, 라고 생각한다면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요. 그 과정에서 소소한 행복을 놓칠 수 있어요. 나는 돈이 없어도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라고 믿어야 합니다.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잠을 푹 자고, 그렇게 건강을 지키면 돈을 벌기가 더 수월해져요.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행복으로 돈을 살 수는 있다, 이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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