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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못다한 쿠바 여행 이야기

by 김민식pd 2024. 7. 31.

2023년 2월에 저는 쿠바 여행을 다녀왔어요. 뉴욕 - 올랜도 - 마이애미 - 아바나 항공권으로 쿠바에 들어갔고요. 그때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있어 이어갑니다.

쿠바의 마지막 여행지는 바라데로라는 휴양지였어요.

카리브해의 석양이 예쁜 바닷가 도시인데요.

이렇게 멋진 호텔도 많지만, 사람은 없어 거의 텅텅 비어있었고요.

바라데로 2층 버스 투어. 1일 요금 5불이고요. 현찰이나 카드로 결제 가능합니다.

오픈카를 타고 해안 드라이브 하는 기분입니다. 유럽의 은퇴한 노인들이 많은데요. 걸음도 불편해서 버스타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역시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가다가 골프장도 지나가고요. 비싼 올인클루시브 호텔들이 줄지어 나타납니다. 내가 묵은 까사 (민박집)은 오히려 서민적인 동네였네요. 

숙소가 싸거나 말거나 보는 풍광은 모두에게 공짜! ^^

간판에 웬 영화 배우 포스터가 있나 싶었는데요. 

다시 보니 체 게바라네요. 쿠바가 아끼고 세계의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민박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요. 맞은편 방에 묵는 여행자가 그리스 사람이라기에 "작년에 갔었어!"라고 하면서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저장한 산토리니 사진을 보여줍니다. 그랬더니 그 친구 왈.

"산토리니는 너무 비싸서 그리스 사람도 잘 못 가는 곳인데?"

그리스 여행을 하며 궁금했던 점. 한때 서구 문명의 발상지였던 그리스는 어쩌다 지금 유럽 연합의 가난한 채무국으로 전락했을까요? 따듯한 기후가 농업에는 최고 조건이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한 이래, 공업 발전에서는 쫓아가지 못했습니다. 저렴한 물가에 기후는 따듯하니 유럽 부자나라 사람들의 휴양지가 되었어요. 산토리니 같은 곳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어 물가가 오른 탓에 정작 그리스 사람들은 가기가 어렵다고요.

그 친구가 "난 부산에 간 적 있어."라고 하기에 놀랐어요. 잉? 서울이 아니라? 그리스 크루즈선에서 선원으로 일했다고요. 역시 전통의 해양 강국 답네요. 

바라데로 센트로라는 쇼핑몰에 갔어요.

관광객 대상 가게들이 몰려있는 몰인데요. 아이스크림 30페소, 파인애플 주스 2페소, 물가가 하도 싸서 돈 쓰는 재미가 있습니다. 

볼쇼이 러시안 레스토랑. (같은 공산권이라 러시아 관광객들이 많아요.)

일식당 사쿠라.

거기에 중국집까지. 여느 휴양도시처럼 있을 건 다 있네요. 

제가 묵은 까사의 마당입니다. 마지막 날 아침에 까사의 주인에게 150불을 건넵니다. 4박 숙박비가 100불이고요. (독방을 씁니다.) 아침 4번 20불. 30불에 대한 거스름돈은 달러당 150페소로 계산해서 4500페소를 받습니다. 얼마 전 동생이 그러더라고요. "오빠, 작년에 쿠바 여행 다녀온 건 정말 잘 한 일이야." "왜?" "지금은 달러가 많이 올랐잖아." 아, 그렇군요. 네, 당분간은 달러가 비싸 멀리 가는 건 자제하고요. 가까운 일본만 갈 겁니다.  

(바라데로에서 보낸 마지막 날 카페에서 쓴 두 편의 글이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네. 

이제 하루밤만 더 자면 다시 하바나로 간다. 마드리드로 날아갈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니 고투게이트에서 메일이 날아왔다. 비행 일정 확인 메일. 

이번에 여행 준비하면서 조금 불안했다. 일단 아바나행 비행기는 내가 늘 애용하는 인터파크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았다. 스카이스캐너에 들어가 예약을 시도하니 이름이 생소한 사이트들이 떴는데, 회원 가입과 카드 번호 인증을 요구하는 대목에서 포기했다. 인터파크는 오래도록 나와 거래 기록이 있기에 나를 믿고 항공권을 중개해줄텐데, 이 생소한 사이트와는 어떻게 거래를 터야하나. 그러다 스카이스캐너에 모두투어가 뜨기에 모두투어 앱을 깔고 항공권을 예약했다. 아바나에서 인천 오는 편은 아예 모두투어에서도 나오지 않아 할 수 없이 고투게이트라는 사이트에서 예매를 했다. 중간 기착지인 뉴욕, 마드리드, 이스탄불에서 일정을 며칠씩 잡았다. 예전에 아버지를 모시고 델타항공으로 뉴욕 갈 때, LA 경유였는데, 인천에서 2시간 연착 출발했더니 도착 후, 연결편 항공권이 날아가버려 결국 하루를 공항에서 날밤을 새우며 기다린 적이 있다. 그래서 그냥 이럴 바에야 며칠 LA여행을 할 걸 그랬지? 싶다가 휴가 날짜가 촉박해 그러지 못했다. 

이제 나는 여행을 다니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을 거라는 걸 안다. 그것 또한 여행의 과정으로 껴안기 위해 길게 시간을 잡는다. 모르는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하고 공항에 갔다가 '죄송하지만 예약하신 티켓은 안 뜨는데요?'라고 하면, '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다시 예약을 하면 된다. 어차피 중간 기착지에서 며칠씩 쉬어가는 일정의 여유를 뒀으니까. 암트랙 사이트에서 올랜도에서 마이애미 가는 기차도 예약하고  아바나에서 마드리드 갈 때는 World2Fly라는 생경한 항공사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무사히 잘 왔다. 다행이다, 

처음에 인터파크에서 아바나 가는 항공편 검색이 안 되고 미국에서 쿠바 입국이 까다롭다고 듣고 포기할까 생각한 적도 있다. 그래도 용기를 내기를 잘했다. 살면서 하도 다양한 형태의 좌절과 시련을 맛보았기에 이젠 실패가 두렵지는 않다. 진짜 두려운 건 시도조차 안하는 거다. 두려움에 밀려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는 순간, 그때부터 나의 삶은 쪼그라들기 시작할 것이니까.'  

(그즈음 <외로움 수업>이 나오고 유튜브 출연을 했는데요. 댓글 중에는 우호적이지 않은 반응도 있었어요. "이 양반, 사고 치고 또 나왔네?" 그 글을 보고 쓴 메모도 있어요.)

'왜 나는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댓글 반응을 살피는 걸까?

주식회사 김민식에는 성향이 완전 다른 두 김민식이 있다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용감한 김민식,
그러다 또 다칠까봐 주저하는 소심한 김민식.

후자가 댓글 반응을 계속 찾아다닌다.

'거봐 거봐 내 이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그냥 조용히 쥐죽은듯 살자고 했잖아.'

나의 목표는 용감한 김민식에게 경영권을 맡기고
소심한 김민식은 감사를 시키는거다.

소심한 김민식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고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고할 생각은 없다. 브레이크 없는 엔진은 폭주기관차일 뿐이다. 다만 소심한 김민식이 대표이사가 되는 건 막아야한다. 사세 확장을 위해선 용감한 김민식이 필요하다.'

소심한 김민식은 계속 망설였어요. 이 글을 공유할까 말까... 대중과 소통하는 일은 늘 어렵습니다. 하지만 힘들고 괴롭다고 그만둘 수도 없어요. 어려서부터 저의 꿈은 작가였고요. 작가란 결국 소통하는 직업이니까요. 용기를 내어 쿠바편 마지막 여행기를 올린 김에 그때 쓰지 못했던 마드리드와 이스탄불의 여행기도 올릴게요. 은퇴자의 세계일주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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