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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마드리드 여행기

by 김민식pd 2024. 8. 7.

2023년 2월, 쿠바에서 비행기를 타고 마드리드로 갔습니다. 아바나에서 서울로 오는 항공편을 검색하니 마드리드 - 이스탄불 - 인천 편이 뜨더군요. 쿠바는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지라, 스페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입니다. 그래서 쿠바 - 스페인 항공편이 많아요.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숙소 예약부터 합니다. 쿠바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아 할 수 없었거든요. 21세기에 마치 20세기처럼 사는 나라, 쿠바. ㅠㅠ 


쿠바 여행 다닐 때, 배낭 깊숙이 넣어둔 파카를 꺼냅니다. 그래도 스페인은 남부 유럽이라 겨울에 많이 춥지는 않네요. 마드리드에선 어딜 봐야할까요? 한달씩 장기 여행을 할 때는 후반부 여행지는 여행 다니며 중간 도시에서 검색합니다. 그런데 쿠바 숙소는 인터넷이 되지 않아 그게 안 됩니다. 이럴 땐 예스24 북클럽 서비스로 가서 스페인 여행 가이드북를 검색해 다운로드 받습니다.

전철을 타려고 무인발권기를 이용하는데 카드 결제가 안되네요. 비상금으로 가져간 유로 현금을 씁니다. 카드에 문제가 생겼나? 호텔 카운터에선 되는데, 맥도날드 무인결제는 또 안 됩니다. 아마도 직원이 직접 결제하는 카운터에서는 되고 무인 결제는 막아둔 모양이에요. 카드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한 조처겠지요. 이래서 비상금으로 현지 화폐는 꼭 갖고 다녀야합니다. 

쿠바에 있는 동안 그리웠던 맥도날드로 갑니다. 해외 여행가면 만만한게 맥도날드지요. 빅맥 세트 7.3유로, 뉴욕의 절반 가격이네요. 이러니 미국 여행자들이 남부 유럽에 몰려오지요. 코로나 이후 미국의 물가가 너무 올라서 물가가 저렴한 남부 유럽에 오면 상대적으로 부자가 된 기분이거든요.

광장에 가니 유명한 스페인 사람이 맞이해줍니다. 실제 인물은 아니고요. 허구의 인물이지요.

바로 돈키호테입니다. 옆에 산초 판자도 있어요.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왕궁이 있는 도시. 왕궁을 보러 갑니다.

'왕궁 Palacio Real
18세기 펠리페 5세에 의해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된 스페인 왕실의 왕궁이다. 왕궁은 왕실의 공식 행사 때 가끔 사용되고 실제 왕실 사람들은 마드리드 교외의 팔라시오 데 라 사르수엘라 Palacio de la Zarzuela 에 머문다. 왕궁 일부를 일반에게 공개해 화려한 방과 왕실에서 쓰던 도자 기와 장식품, 그리고 고야, 벨라스케스, 미켈란젤로 등의 작품들을 볼수 있다. 왕궁 서쪽의 무기고(왕궁 입장권에 포함)에는 무기와 갑옷이 전시되어 있다.'

스페인 셀프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 김은하

왕궁은 스페인어로 Palacio Real, 영어로 쓴다면 Royal Palace겠지요. 스페인어로 Real은 영어로 Royal, 즉 왕립이라는 뜻입니다. 축구 클럽 '레알' 마드리드는 '왕립' 축구단이라는 뜻이에요. '진짜' 마드리드 축구단이 아니라. 레알?

영국 왕실에 비해 스페인 왕실은 참 존재감이 없습니다. 저는 스페인 국왕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며, 다이애나비며, 윌리엄 왕자며, 멤버들이 거의 연예인 수준의 인기를 누리는 영국 왕실에 비해 스페인 왕실은 너무 조용하지 않나요?

영국은 지금도 커먼웰스Commonwealth의 종주국이라 과거 식민지였던 나라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영연방 국가라 하여 아직도 영국 왕실은 깍듯하게 대우해줍니다. 스페인은 별로 그런 게 없어요. 영국은 문화적으로 스페인보다 더 풍성하지요. 비틀즈, 퀸, 해리 포터를 배출한 영국. 스페인의 세계적 히트 문화는? 돈키호테 말고는 생각나는 게 없네요. 세르반테스가 위대한 문호라지만, 셰익스피어와 비교하면 약하잖아요? 문화의 경쟁력 차이는 어디에서 올까요? 바로 국가 경쟁력의 차이에서 옵니다. 원래 스페인이 더 경제 대국이었어요.

쿠바에 가면 스페인 단체 여행자들을 많이 만납니다. 일단 과거에 스페인 식민지였고요. 식민지 시절의 화려했던 건축물들이 아직도 남아있거든요. 저는 아바나를 여행하며 궁금했어요. 신대륙을 먼저 발견한 건 무적함대를 거느린 스페인이었는데, 어쩌다 북미의 알토란같은 땅은 영국에게 빼앗긴 걸까?

남부 유럽에 위치한 스페인의 따듯한 기후와 비슷한 건 쿠바와 같은 중남미에요. 그래서 쿠바, 멕시코, 아르헨티나 같은 곳은 다 스페인어를 쓰는 식민지가 되었는데, 겨울이 오면 날이 추워지는 북쪽 대륙은 굳이 차지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후발주자인 영국이나 프랑스가 북미 대륙을 두고 각축전을 벌인 겁니다. '그 추운 땅, 너네가 해라.'

처음 영국에서 신대륙으로 건너온 이주민들은 북미 지역의 혹독한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기도 했지요. 멕시코나 쿠바는 온화한 기후 덕에 겨울에 얼어죽을 일이 없으니, 스페인으로서는 그냥 그 땅에 만족한 거지요. 무엇보다 사탕수수나 담배 농장을 하기엔 따듯한 중남미가 딱이었으니까요. 

그러다 영국에서 산업 혁명이 일어나고요, 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그 영향으로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 북부에서도 공업이 발달하고요. 남부의 면화 농장과는 다른 경제권이 만들어지지요. 남부가 농업에 치중할 때 북부는 영국에서 발달한 공업과 금융업을 받아들이고요. 나중에 뉴욕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됩니다.

스페인은 식민지 쿠바에 가서도 사탕수수와 담배 농장을 했어요.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데려와 부렸지요. 농업 국가다보니 아직도 공업 발달이 뒤처졌어요. 스페인은 지금도 이름난 생산 공장이나 기업은 없어요. 공장은 바쁠 땐 3교대로 돌아갑니다. 정규직 일자리 수요가 많아요. 스페인은 농업이 주생산 품목인데요, 오렌지 농장은 수확철에만 바빠요. 그나마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온 이주 노동자를 쓰면 되고요. 아무리 잘 나가는 제국이라도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금세 밀려납니다. 

영국와 스페인 왕실의 인기도가 지금에 와서 다른 건 두 나라가 걸어온 길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알무데나 대성당, 유럽 각지에서 만나는 고풍스러운 건축이 아니라 현대적인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16 세기에 카를로스 1세가 성당의 설계를 명했지만, 건축이 시작된 것은 19세기 말부터였고, 완공된 것은 1992년이기 때문이지요. 

가세가 기울면 가장의 권위가 줄고, 지도자의 기운이 쇠하면 영이 서지 않습니다.

이곳 광장에 갔다가 한국인 단체 여행자들을 봤어요. 유럽 어딜 가나 만날 수 있는 한국 사람들. 

골목 골목 걷는 맛이 있어요. 

산 미겔 시장인데요.

배낭여행자는 여기에서 간단하게 한 끼 해결해도 좋겠네요.

2월의 마드리드.

항공 일정 때문에 잠깐 들렀는데, 그래도 한 나라의 수도인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고 갑니다.

제국의 흥망성쇠에 대해 고민해보는데요. 다음 날에는 스페인의 절정기에 만들어진 예술작품을 보러 프라도 미술관에 갑니다. 다음 편에서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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