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5년만에 다시 찾은 도쿄

by 김민식pd 2024. 7. 24.

24년 짝수달 해외여행, 6월의 일본 여행 마지막 일정은 도쿄입니다. 가마쿠라에서 전철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쿄역에 도착합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에 둘째딸 초등학교 졸업 기념 여행을 이곳으로 왔어요. 그때의 여행 테마는 일본 놀이공원 일주였어요.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도쿄 디즈니랜드를 둘러보는 일정이었지요. 이제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저는 은퇴자가 되어 혼자 다니네요. 저는 시간이 주는 중년 이후의 여유를 사랑합니다.

그때도 민서랑 도쿄역과 황궁에 왔어요. "민서야, 외국인 여행자가 우리나라에 오면 경복궁에 오잖아? 그런 것처럼 일본 여행 가면 일왕의 거처인 황궁을 보는 거야."

그러다 낯익은 스타벅스 매장이 보여요.

스타벅스 커피 고쿄가이엔 와다쿠라 분수공원점 スターバックスコーヒー 皇居外苑 和田倉噴水公園店

5년 전에 민서랑 왔을 땐 구경만 했던 곳인데요. 마침 읽고싶은 책이 있어 차분하게 독서를 즐깁니다. 은퇴자의 여유지요. 반드시 돌아다니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현지인처럼 여유를 맛보기도 합니다.

도쿄역에서 아침 10시에 현지에 사는 지인을 만났어요. 캐나다에서 박사 학위를 딴 한국인인데요. 일본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어요. 세계화 추세에 걸맞는 재미난 현상이지요. 황궁외원(고쿄 가이엔) 산책을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요즘 일본의 젊은이는 해외 취업이나 여행에는 관심이 없다고요. 일단 일본 국내에도 기회는 많거든요. 우리보다 먼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진행된 나라에요. 단카이세대가 물러난 일자리를 젊은이들이 차지하니 취업은 아주 쉽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교수로 일하는 건 쉽지 않대요. 일본 대학생은 학점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요. 졸업생 취업률이 90퍼센트가 넘으니가요.

다만 요즘 일본 기업 인사팀에는 나름의 어려움이 있답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연공서열 제도에 대해 젊은 세대가 반발하는 거죠.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요. 일본의 50대는 영어도 안 되고, 정보화 적응 속도도 느리거든요. "일은 우리보다 못하는 데 왜 돈은 우리보다 많이 받는 거냐?"는 20대의 울분이 터져나올만도 하지요. 

한국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한국을 무시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2019년 한일 양국 관계가 악화되었을 때 엄청 싫어했답니다. 학교에서 추진하고 기업에서 후원하는 한국 방문 행사도 부모의 반대로 못 가는 학생이 있었다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반가웠습니다. '오호! 너희들 이제 우릴 신경쓰는구나.'

1992년에 만난 유럽 여행을 하다 일본 대학생을 만나기도 했는데요. 당시 그들은 한국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우리만 죽어라 그들을 미워하지 그들에게 우리는 안중밖이더라고요. '일본의 경쟁 상대는 미국과 유럽이다. 한국과 중국? 그 가난한 두 나라가 왜?' 약간 이런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지난 30년 사이 일본은 경제 침체를 겪고요, 그 사이에 한국과 중국은 대약진을 했지요. 특히 한국은 과거처럼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에요. 우리를 무시하던 그들이 이제 우릴 경원시한다는 얘기가 반가웠어요. 같은 체급으로 인정받은 느낌?

대학에서 일하시는 교수님이라 국제 학계의 흐름에도 민감한데요. 1990년대 미국의 경영학계는 도요타 방식 등을 연구하는 게 붐이었어요. 짧은 시간 내에 일본이 미국을 따라 잡은 비결이 뭘까? 그러다 한동안 일본은 미국 학계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는데요. 지금 다시 일본 연구 붐이 일고 있답니다. 선진국 중에서 성장이 멈추고 고령화와 쇠락을 가장 먼저 겪은 나라에요. 일본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사회 경제적 현상이 미국이나 유럽에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는 거죠. 

제가 일본어를 공부하고, 일본 여행을 다니며, 일본에서 나온 책을 읽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고령화 시대, 한국의 미래를 보려면 일본의 현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산책하다 일본 만화 출판사 슈에이샤 건물을 만났어요. 제가 좋아하는 <하이큐!> <주술회전> <귀멸의 칼날> 같은 작품을 만든 회사지요. 반가운 마음에 찰칵.

진보초 헌책방 거리도 가고요. 

간만에 만난 지인과 수다를 떨며 즐겁게 걷습니다. 이런 순간이 행복이지요. 

다음날 저는 신주쿠 교엔에 갔어요. 

처음 와보는 곳인데요. 
신주쿠 시내 한복판에서 일본식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어요.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도심 속 보석같은 공간이에요. 
연못가에 있는 스타벅스도 유명 명소더군요.

시부야 역 앞 횡단보도를 걸었어요. 영화에도 나오고 드라마에도 나오는 장소인데요. 올때마다 이곳의 활기는 놀랍네요. 

도쿄, 갈 때마다 새로운 명소를 발견할 수 있어 좋아요. 다음에 또 가보렵니다. 가까운 곳에 세계 5대 메트로폴리스가 있다는 건 즐거운 자극이니까요. 

반응형

'짠돌이 여행예찬 > 은퇴자의 세계일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드리드 여행기  (16) 2024.08.07
못다한 쿠바 여행 이야기  (14) 2024.07.31
가마쿠라 수국 꽃놀이 여행  (14) 2024.07.10
하코네 온천 여행  (15) 2024.07.03
하코네 휴양 여행  (16) 202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