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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하코네 휴양 여행

by 김민식pd 2024. 6. 19.

짝수달마다 해외 여행을 다니는데요. 2024년은 일본어 공부하는 해라, 일본 여행에 주력하고 있어요. 마침 엔화가 40년 이래 최저가를 기록하고 있거든요. 엔화가 쌀 때는 일본 여행을 가고요, 미국 여행은 달러화 떨어지면 가려고요.

6월이면 1학기 수업을 마치고 방학이 시작됩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휴양입니다. 한 학기 동안 수고한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 어디로 갈까? 도쿄 근처에 있는 하코네는 에도시대부터 일본인에게 인기 있는 온천 휴양지였어요. 후지산을 배경으로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호수, 여전히 수증기를 내뿜으며 활발히 활동 중인 화산, 험준한 협곡 등 풍부하고 진기한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지요.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도쿄 왕복 항공권을 끊었어요. 아침 9시에 비행기를 타니 낮 12시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합니다. 6월4일에는 나리타 공항 활주로 비상 착륙 소동이 있어 30분 정도 지연되었어요. 오후 1시가 넘어 입국 수속이 끝났어요. 요즘 일본으로 오는 관광객이 정말 많네요. '엔야스(円安)'때문이지요. ‘엔저’란 말은 일본에서 ‘엔야스(円安)’라고 불립니다. ‘값싸다’라는 뜻의 야스(安)를 혼용해서지요. 반대로 일본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여행자 수는 적다고 하네요. 이제 일본의 젊은이들은 굳이 해외 여행을 다닐 욕구를 느끼지 못한다고요. 1990년대 해외에 가면 눈에 띄는 아시아인은 다 일본 사람뿐이었는데, 아, 옛날이여~  

오후 3시가 넘어 아사쿠사 근처에 있는 호텔에 체크인하고요. 잠깐 산책을 나갑니다. 

센소지를 찾아가는데요. 관광객이 엄청 많네요.

센소지 浅草寺는 도쿄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사찰로 도쿄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방문하는 곳이라고요. 절로 가는 길목에 온갖 특산품을 파는 가게들이 줄을 지어 있어요.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하코네로 가는 길을 검색해봤어요. 어라? 생각보다 다양하네요. 예전엔 무조건 신주쿠에서 하코네 프리패스를 샀거든요. 96년에는 가이드북에 나오는 경로만 따라 갔어요. 이젠 구글 대중교통 검색을 하면 다양한 경로가 나와요. 5시에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 운동을 하고 5시반에 체크아웃하고 전철로 갑니다. 6시 전철을 타니 6시 18분에 신바시, 6시 45분 요코하마를 지나가네요. 아, 요코하마가 도코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군요. 다음엔 여기도 와봐야겠어요. 7시 40분에 종점 오다와라에 왔어요. 이제 슬슬 배가 고픕니다. 이른 아침에 식사를 하려면 일단 큰 기차역 근처로 이동하는 게 좋습니다. 일본 소도시를 여행할 경우, 아침에 영업하는 식당 찾기가 은근 어려워요. 

구글 지도 검색으로 sukiya를 찾습니다. 마침 오다와라역 근처에 지점이 있네요.  

규동집인데요. 테이블에 있는 태블릿으로 주문을 하는데 한국어 메뉴가 있어 이용하기 편합니다. 저는 일본 여행오면 여기 와서 아침에는 샐러드와 함께 장어 덮밥을 먹습니다. 아침 첫끼로 채소를 먹는 습관을 이어가기 위해서죠. 맛있어요. 역시 체인점은 어디서나 익숙한 메뉴가 나오기에 좋아요.

이제 오다와라 역에서 자동발매기로 하코네 프리패스를 삽니다. 신주쿠역 출발의 경우 2일권이 6,100엔인데요, 오다와라역에서는 5,000엔입니다. 3일권은 신주쿠역 6,500엔 오다와라역 5,400엔이네요. 다음엔 3일권을 끊어야겠어요. 그럼 하코네 온천에서 2박을 할 수 있으니까요.

기차표치고는 비싼 것 같지만, 다양한 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티켓이에요. 하코네 온천 휴양지라고 하는 거대한 자연 테마파크의 입장료입니다.

하코네유모토역에 오전 9시에 도착했어요. 아침 일찍 서두른 보람이 있네요. 배낭은 코인록커 (600엔)에 보관하고 가볍게 길을 나섭니다. 예전엔 돈 3천원 아끼려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몇시간씩 걸었어요. 
이젠 돈보다 몸이 더 중합니다. 이러려고 평생 돈을 아끼고 모았는 걸요.

하코네 프리패스로는 다양한 교통수단을 탈 수 있어요. 그 첫번째는 하코네 등산전차.

하코네 등산전차 箱根登山電車
하코네유모토역에서 고라까지 운행한다. 스위치백 방식을 이용해 지그 재그로 방향을 바꾸며 40분간 천천히 고라를 향해 달린다. 자연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하코네의 자연 환경을 볼 수 있는데, ‘데야마의 철교(하야카와 다리)’에서는 깊이 43m에 달하는 협곡이 내려다보이는 광경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도쿄 셀프트래블 (2023-2024) | 김미정,백진수 공저>

오전 10시, 고라역에 내려서 고라공원 强羅公園을 찾아 갑니다. 20세기 초에 문을 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프랑스식 정원으로 아름다운 분수와 일 년 내내 다양한 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요.

입장료가 따로 있지만, 하코네 프리패스를 보여주면 무료 입장 가능합니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둔 온실이 예뻐요.

10시 반 고라역에서 하코네 등산케이블카 箱根登山ケーブルカー를 탑니다. 

고라와 소운잔을 연결하는 산악 열차인데요.

널따란 차창을 통해 하코네 일대의 산과 봉우리들을 보면서 갑니다. 그날 열차에 사람이 많아서 창밖 전망을 찍지는 못했어요. 한국과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더군요.

자, 이제는 하코네 로프웨이를 타러 갑니다. 우리는 케이블카라고 부르지요.

하코네 로프웨이 箱根ロープウェイ
소운잔에서 아시노호에 위치한 종점 도겐다이까지 운행하며 약 30분이 소요된다. 로프웨이는 산악 국가인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널따란 차창을 통해 아시노호의 아름다운 풍경, 웅대한 후지산, 오와쿠다니의 분연 등하코네의 대자연을 360도 대형 파노라마로 만끽할 수 있다. 

<도쿄 셀프트래블>

창밖으로 녹음이 우거진 산을 보면서 가다가 풍경이 바뀌면서...

갑자기 화산의 분화구가 나타납니다.

오, 아직도 유황가스가 섞인 연기를 뿜어냅니다. 제가 얘기했지요? 하코네 프리패스는 거대한 테마파크 입장권이라고요. 등산전차, 케이블카, 로프웨이를 번갈아타면서 활화산이라는 놀이공원을 주유합니다.

여기는 오와쿠다니 大涌谷라고요, 하코네 관광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약 3,100년 전과 2,900 년 전 하코네 화산이 두 차례에 걸쳐 분화했을 때 생긴 분화구의 흔적입니다.

1996년 MBC 신입사원 해외 연수 때 여기에 와서 찍은 사진도 있을텐데, 어디있는지 찾지를 못하겠네요. 제가 요즘 셀카를 부지런히 블로그에 올리는 이유지요. 기록하지 않은 기억은 사라지거든요.

온천 달걀, 지열로 달궈진 온천물에 삶은 계란인데요. 유황을 머금어 검은색을 띠고요, 하나 먹을 때마다 수명이 7년씩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저는 오래 살 욕심에 그날 혼자 4개나 먹었네요. (온천 달걀 4개 500엔)

로프웨이 종점인 도겐다이역에서 유람선 타러 가는 길에 에바가!

우와앙, 에반게리온 덕후인 저를 이렇게 반겨주는군요.

에반게리온 주인공들이 하코네 홍보대사인가봐요. 여행자 차림의 포스터가 붙어있네요. 오늘 저녁 숙소에 가면 다시 에반게리온 오프닝을 보며 주제가를 따라 부를 것 같아요. 

하코네 해적관광선 箱根海賊観光船을 타러 갑니다. 중세의 해적선을 테마로 꾸며진 배인데요.

도겐다이항에서 하코네마치항을 연결합니다.

해적선을 타고 아름다운 아시노호와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하코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지요. 달걀 4개를 먹으니 졸리네요. 이제 선실에 내려가 한숨 자면서 갑니다.

하코네마치항에 내리니 12시 반, 이제 점심 먹을 시간입니다.

마침 선착장 근처에 후지미야라는 식당이 있군요. 

메뉴를 보니 낯익은 이름이 나옵니다. '히가와리테쇼쿠' (오늘의 정식) (1700엔). 예전에 일본어 회화책을 암송할 때, '아노 미세노 히가와리테쇼쿠니와 하즈레가 나이데스까라네'라는 문장을 외운 적이 있어요. '그 가게의 오늘의 정식은 틀림이 없으니까요.'라는 표현이었지요. 배운 건 주문할 때 바로 써먹습니다. '히가와리테쇼쿠데 오네가이 시마스.' (오늘의 정식으로 부탁드립니다.)

호수 전망을 즐기며 혼자서 호젓하니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 먹고 찾아간 곳은 하코네 세키쇼. 세키쇼는 검문을 위한 시설을 말합니다.

도쿠가와 막부의 쇼군은 에도 방위를 목적으로 전국 53개소에 세키쇼를 설치했어요. 관문의 주요한 역할은 에도에 무기가 반입되는 것을 단속하는 것과 에도에 인질로 들어와 있는 지방 영주의 딸들이 도망가는 것을 감시하는 것이었다고요.

저는 요즘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에도 시리즈를 즐겨 읽고 있기에 당시의 생활 풍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좋았어요. 

이런 장면을 보고 나면 소설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인물과 배경의 그림이 더욱 잘 그려지거든요. 

검문소에는 감시초소까지 오르는 계단이 있는데요. 운동 삼아 오르면...

이런 멋진 풍광이 펼쳐져요. 

호수 주위 산책로를 따라 걷습니다.

아시노호 芦ノ湖, 약 40만 년 전 하코네 화산의 폭발로 만들어진 칼데라호입니다. 약 7km² 넓이의 호수는 주위를 둘러싼 산맥과 함께 매력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

온시하코네 공원 주위를 한바퀴 걸어도 좋아요.

이제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갑니다. 하코네 프리패스를 보여주면 그냥 탈 수 있어요. 2일권으로 이틀 동안 하코네 지역 모든 교통수단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그날 제가 잡은 숙소는 Posada Suimei라고요. 왼쪽에 보이는 Suimeisou hotel의 싱글룸 즉 저가형 숙소입니다.

부킹닷컴에서 예약했는데요. 방은 작지만... (일본의 호텔은 다 그래요.) (1박에 8,350엔)

메인 호텔 수명장水明의 온천탕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이렇게 개천가에 지어진 호텔이라...

노천탕에서 맞은 편 산이 보여요. 온종일 걸어다닌 후, 온천에서 뜨끈하게 몸을 지지는 이 순간, 아, 좋네요... 

시원한 숲의 바람을 맞으며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곳. 완전 마음에 들었어요. 굳이 블로그에 남기는 이유는, 다음번에 찾아 갈 때 기억하기 쉬우라고. ^^ (사진은 숙소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어요.) 

체크인하고 나서 동네 산책을 하다

카이센동을 파는 식당을 찾아냈어요. 

정말 맛있네요. 일본은 회덮밥 메뉴가 다양해 저처럼 회를 좋아하는 1인 여행자가 찾기에 참 좋아요. 가격은 1,700엔. 비싸지도 않아요. 

휴양지를 찾아 떠난 도쿄 여행, 이렇게 하루가 갑니다. 다음번 여행기로 또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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