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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놀라운 도시, 로테르담

by 김민식pd 2024. 5. 29.

2023년 8월 23일의 로테르담 여행기입니다. 작년 여름에 유럽을 한달간 다녀왔는데요. 1992년에 다녀온 배낭여행 30주년 기념 여행이었어요. 대학생 때 가보고 좋았던 곳을 다시 가기도 하고요. 처음 가는 곳도 있어요. 92년에는 암스테르담을 갔어요. 하지만, 로테르담도 좋다고 하는 분들이 많기에 유레일 패스 마지막 날은 로테르담으로 이동했습니다.

딸과 함께 하는 마지막 여정인데요. 어디서 묵을까 고민하다 조금 독특한 숙소를 골랐어요. 물위의 호텔, H20tel입니다. 물을 뜻하는 H2O 더하기 Hotel.

식당 창밖으로 운하의 풍경이 보입니다.

방은 크루즈 유람선의 선실 같아요. 깔끔하고요, 흔들림은 없습니다.

운하의 나라 네덜란드에서 해보는 독특한 숙박 경험입니다.

호텔에는 대여용 자전거도 있어요. 첫날에는 자전거를 빌려 근처 도시인 델프트에 다녀왔어요.

낯선 이름의 도시에 온 이유는... 

델프트 공대 도서관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친한 후배가 추천한 장소거든요. 

아, 저는 이렇게 멋진 도서관에 오면 참 행복합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도 좋지만,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도 좋아요. (도서관은 입장료가 없어요. ^^)

유럽은 도서관 여행만으로도 풍성한 체험을 할 수 있어요. 

2일차에는 로테르담 걷기 여행을 했어요. 유럽의 유명 도시에 가면 free walking tour를 검색합니다. 투어 시작 전, 로테르담 도서관에 다녀왔어요. 건물 외양이 독특합니다. 외벽에 온갖 파이프가 있어요. 

안에 커다란 체스판도 있어요. 영화 해리 포터에 나온 체스판이 떠오르네요.

체스 전용석도 있습니다. 그렇죠. 도서관에서 책만 읽으라는 법은 없지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여기에 앉아 게임을 즐겨도 좋을 것 같아요.

도서관이라고 너무 엄숙하게 공부한 하는 공간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편안하게 들러 여가를 즐기는 곳이기를.  

도서관 시설은 참 좋은데요, 딱 하나 아쉬운 점은... 화장실이 유료에요. 0.5유로를 내어야 쓸 수 있어요. 태그리스 카드나 동전을 챙겨 다녀야 합니다. 도서관은 '공짜로 즐기는 세상' 아닌가요? ^^

로테르담의 건물들은 외양이 다 독특합니다. 중앙역 근처에 이렇게 신기한 건물들이 모여있어요. 건물마다 별명이 있어요.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연필, (진짜 연필처럼 생겼네요.) 오른쪽은 큐브 하우스.

큐브 하우스는 기울어진 정육면체를 연결시킨 집인데요. 이게 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랍니다. 나무 모양을 형상화해 숲처럼 보이게 한 거라고요. 

이 커다란 원통형의 건물은 시장인데요. 

외벽에는 사람들의 거주공간이 있고, 내부에는 가게들이 있어요. 로테르담이라는 도시는 현대 건축의 아이디어 경연장 같아요.

화요일과 토요일에는 야외 장터가 열립니다.

네덜란드는 '로우랜드 Low land'라고 해서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가 많아요. 그래서 자주 강이 범람하여 땅이 물에 잠겼지요. 그래서 댐을 건설합니다. 암스터 Amster강에 댐 Dam을 건설해서 토지를 개간한 도시가 암스테르담 Ameterdam이고요. 로테르 Roter강에 댐Dam을 건설해 만든 도시가 로테르담 Roterdam입니다. 댐의 나라인거죠. 

로테르담 곳곳에 에라스무스의 조각상이 있어요. 알고보니 이곳이 에라스무스의 고향이군요. 르네상스 시대 네덜란드의 가톨릭 사제였던 에라스무스는 당시 성서의 교리를 교회에서 독점하는데 반대했어요. 농부와 주부들도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고 명료하며 수사학적인 신학을 추구하였답니다. 중세시대에 교회가 성경 지식을 독점할 때, 지식의 대중화에 앞장선 분입니다. 그래서 자유로운 네덜란드 사람들의 사랑을 받나봐요. 자유에 선행하는 것은 깨달음이거든요. 내가 구속된 상태에 있는가를 깨달아야 자유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1622년에 만든 동상인데요. 2차 대전 때 나치가 전쟁물자로 징발할 것을 피해 땅 속에 묻었답니다. 그 덕분에 소중한 문화재를 지킬 수 있었다고요. 

로테르담 시청 뒷뜰입니다.

그리스 신 중 하나일 것 같은데, 누구일까요? 작년에 그리스 여행을 다니며 배웠어요. 손에 번개를 들고 있으면 제우스고요, 삼지창을 들고 있으면 포세이돈입니다. 이분은 바다의 수호신 포세이돈.

이분은 무역의 신, 머큐리라는 군요. 상인들이 공물을 바치던 신이지요. 포세이돈과 머큐리가 로테르담의 수호신입니다. 이 도시는 해상무역으로 엄청난 부를 일구었어요. 유럽 최대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무역항이 있었지요. 

1926년에 이렇게 번성했던 도시가...  

1940년의 나치 침공 이후, 이렇게 폐허로 변합니다. 가운데 교회만 덩그러니 남아있습니다. 공습과 폭격으로 순식간에 도시가 잿더미가 되었어요. 중세 시절 찬란했던 영화를 보여주는 건축물이 다 사라집니다. 전쟁이 끝난 후 로테르담은 도시 재건을 하는데요. 완전히 새로운 건축 양식을 도입하기 위해 갖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실험합니다.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을 가진 건축가들이 이곳에 몰려왔고요. 그 결과 이렇게 창의성을 자극하는 건물들이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되었지요. 그리고 지금 로테르담은 유럽 연합 내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무역항으로 다시 우뚝 섰어요.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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