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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교토 벚꽃 놀이 1탄

by 김민식pd 2024. 5. 1.

2024년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일본어 공부입니다. 예전에 <일본어 회화 첫걸음의 모든 것>이라는 책으로 공부한 적이 있는데요. 올해는 <일본어 회화 100일의 기적>이라는 책의 본문 회화 구문을 외우고 있어요. 50과까지 외웠으니, 여름이 오기 전에 전체를 암송하는 게 목표입니다. 기왕에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으니, 올 한 해 일본 여행을 다니려고요. 4월엔 어디를 가면 좋을까 하다 교토 벚꽃 놀이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항공권을 끊고 다녀왔어요.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바로 기차 타고 교토로 갔어요. 숙소를 잡고 다음날 아침 일찍 벚꽃놀이하러 간 곳은 '철학의 길'입니다.

은각사로 가는 길목에 있어요.

철학의 길 哲学の道
긴카쿠지 부근의 긴카쿠지바시부터 난젠지와 에이칸도 등의 사찰이 있는 냐쿠오지바시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인데요. 일본의 길 100선에도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길입니다.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와 다나베 하지메가 이 길을 걸으며 사색했다는데서 이름이 나왔어요.

교토의 벚꽃 명소 중 하나로 유명한 곳인데요. 강물이 분홍빛인 건, 꽃잎이 가득 수면을 덮고 있기 때문입니다. 

길을 따라 심어진 450 여 그루의 벚나무가 꽃을 가득 피우고요. 떨어진 꽃잎이 개울을 따라 흘러 장관을 펼칩니다.

저는 영어를 하기에 세계 어디를 여행해도 불편한 점이 없는데, 20년 전에 일본에 오니 영어가 통하지 않아 힘들었어요. 그때 교토 여행을 다니다, 곳곳에 벚나무가 있는 걸 보고 '나중에 일본어 공부하고 벚꽃 필 때 다시 오면 좋겠네' 했는데 20년만에 소원성취했어요.

철학의 길의 종점은 은각사입니다. (입장료 500엔)

쇼군이었던 아시카가 요시마츠가 지은 별장이에요. 요시마츠는 14세라는 어린 나이에 권력의 정점인 다이쇼군 자리에 올랐는데요. 권모술수가 끊이지 않는 정치 세계에서 일찌감치 물러나 은거하는 삶을 선택합니다.

교토에 오면, 금각사와 은각사를 보는데요. 저는 금각사보다 은각사를 더 좋아해요. 금각사는 금박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화려한 누각이 보는 이를 압도하는 느낌이라면, 은각사는 산 속에 은거하며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는 모습이에요. 정원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두어 걷는 재미가 있어요.

아무것도 없이 펼쳐진 모래정원을 보며, 생각해봅니다. '마음을 비우는 게 제일 중요해.' 이렇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저는 욕심이 너무 많아요. 읽고 싶은 책, 배우고 싶은 외국어, 가고 싶은 곳... 너무 많아요. ^^

괜찮아요. 돈, 명예, 권력 욕심은 아니니까요. 셋 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얻을 수 있어요. 은퇴자로서 저는 제 마음 수양에 집중합니다. 그래야, 독서, 공부, 운동 등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어요.

은각사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헤이안신궁이 있습니다. 

안에는 진엔 정원이 있는데요. 입장료 600원. 벚꽃이 한창이라 표를 끊습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보겠어요.

저는 아기자기하게 연못과 정자로 꾸며진 일본식 정원을 산책하는 걸 좋아합니다. 

정원을 걷다 오카자키 공원으로 갑니다. 바로 옆에 있어요. 

4월의 교토는 어디에 가나 벚꽃이 흐드러져 있네요.

강변을 따라 벚꽃이 만개했어요. 바로 그 전주에는 서울에서 벚꽃놀이 3종셋트를 즐겼어요. 여의도, 양재천, 석촌호수. 저는 꽃구경을 참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는 불꽃놀이를 좋아했거든요? 벚꽃놀이와 불꽃놀이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공짜입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해요. 

오카자키 공원 岡崎公園 안에 있는 교토부립도서관입니다. 내부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니 참 예쁜 도서관인데 실내에서는 사진을 못 찍게 하네요. 잠시 앉아 지친 다리를 쉬었다 갑니다. 남들은 여행지에서 예쁜 카페 찾아다니지만, 저는 그냥 도서관에서 노는 게 더 좋아요. 공짜니까요. ^^

점심은 제가 좋아하는 단골집 쿠라 스시에서. 그날은 전철 1일권을 끊었기에 전철역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갑니다. 쿠라 스시는 회전초밥 체인점이라 일본 어디에나 있어요.

계산할 때 보니 800엔. 애걔? 너무 조금 먹었나? ㅋㅋ 한 접시에 2점씩 올라간 싼 걸로만 먹었더니 배불리 먹고도 겨우 7000원. 제가 애정하는 가성비 초밥집, 쿠라 스시.

한 시간 정도 숙소에서 쉰 다음 (제가 사랑하는 낮잠 시간~^^) 다시 나갑니다.

아이가 개울에서 뭘하나 봤더니...

배를 띄웁니다.

학교 공작 시간에 직접 만든 걸까요?

"도떼모 키레이나 후네데스네." (참 예쁜 배네.) 했더니 방긋 웃습니다. 일본어 공부한 보람을 느낍니다.

지나가는 버스에 광고를 보니 "어떤 키스든 해결해 드립니다." 아니 너무 야한 광고 아닌가? 싶어 다시 보니
"어떤 기스(차에 난 흠집)든 해결해 드립니다." 일본어로 키스는 キス, 기스는 キズ로 씁니다. 점 두 개 차이가 사람을 이렇게 헷갈리게 하네요. 공부가 부족하니 내 안의 음란마귀가 자꾸 나옵니다. ^^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빛나는 교토의 대표 사찰, 기요미즈데라 清水寺입니다. 우리에겐 청수사라고도 불리지요. 

엄청 붐비는 곳이고요. 입장료 500엔인데요, 가볼만 합니다.

근처에는 유명한 쇼핑 거리, 산넨자카와 니넨자카 産寧坂&二年坂가 있어요. 전통 목조가옥이 늘어서 있는 데다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중간중간 사진찍기 좋은 곳.

산넨자카라는 이름은 ‘산모의 안녕을 기원하는 언덕’이라는 의미인데요. 순산을 기원하며 참배하던 길이에요. 가파른 계단길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전설이 전해져 산넨자카三年坂로 불리기도 합니다.

군것질거리가 많은 거리라 저도 유혹을 참지 못하고... 녹차 벚꽃 믹스 아이스크림 400엔. 

20년 전, 나와의 약속을 이룬 날~

저는 이제 이렇게  살 겁니다. 나의 욕망에 충실한 삶. 그 속에 공부와 모험이 늘 함께 하기를~

다음에 교토 벚꽃놀이 2일차 일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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