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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미얀마 만달레이 여행기

by 김민식pd 2024. 4. 17.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 갔습니다. 만달레이는 미얀마가 영국 식민지가 되기 전 마지막 왕조가 수도로 삼은 도시입니다.

가이드북에는 도시의 역사가 소개됩니다.

'인도를 점령한 영국은 버마로 넘어와 양곤을 시작으로 점차 지배를 확대하였다. 꼰바웅 왕조의 마지막 왕 티보의 아버지인 민돈 왕은 영국에 대항하여 새롭게 국가를 정비하고자 하였으며 그 일환으로 아마라푸라에서 만달레이로 수도를 이전하고 만달레이 궁전을 건설하였으나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1878년에 사망하였다. 티보 왕이 왕위에 오르자 왕비는 남편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80명 이상의 왕족을 학살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은 결국 세 번째 버마-영국 전쟁을 일으켜 만달레이 왕궁을 둘러싸고 항복을 요구하였다. 티보 왕과 그 가족들이 영국군이 제공한 증기선에 몸을 싣고 인도로 떠나면서 꼰바웅 왕조도 그 막을 내리게 된다.'

<미얀마 셀프트래블 2016> (한동철,이은영)

인도를 정복한 영국의 기세에 놀란 버마 왕조가 궁궐 주위에 만든 해자입니다. 한강만큼이나 넓은 폭의 물이 왕궁을 빙 둘러싸고 있어요.

이전 수도인 아마라푸라는 세 겹의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12개의 성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버마 역사속의 모든 수도가 그랬듯이 만달레이로 수도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성벽의 벽돌과 왕궁 건물이 만달레이로 옮겨졌다고요. 누가 옮겼을까요? 힘없는 백성들이 옮겼겠지요.

깊은 해자를 파고 높은 성벽을 쌓지만, 총과 대포를 앞세운 영국 군대를 당해낼 수 있나요? 수도를 이전하고 불과 24년만에 영국에 의해 함락됩니다.

만달레이 왕궁 주위를 걷는데 한참 걸립니다. 해자가 워낙 넓고 길어 걸어서 한바퀴 돈다면 3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걸으며 조금 울적했어요. 새로운 왕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동원되었을까? 권력이란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땀과 피를 요구하는 것일까?

강신주 작가의 <장자 수업>을 보면요, 인류는 동물을 가축화하는 방향으로 농경 문명을 발전시켜왔는데요. 5천 년 전 이후로는 새로운 동물의 가축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답니다. 가축으로 삼기 가장 좋은 동물을 발견했거든요.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은 말을 알아듣고 손과 발을 다 쓸 수 있잖아요. 그 전에는 말이나 소같은 가축을 길들이는데 공을 들였다면, 이후로는 전쟁을 통해 노예를 획득하고 권력 구조를 통해 백성을 억압하고 동원하는 데 최선을 다합니다. 

만달레이 왕궁에서 만달레이 힐을 찾아가는 길에 야나나본 가든이라는 동물원이 있네요. 잠깐 들러봅니다. 입장료 7000짯, 우리 돈 3500원.

쇠락해 가는 동물원인데요.

우리 속 벵골 호랑이가 같은 자리를 계속 오가며 뱅글뱅글 돕니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어요. 우리에 갇힌 동물은 정신병에 걸린답니다. 그래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데요.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에요. 때로는 스스로를 우리에 가두기도 하지요.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가 그래요. 누가 가둔 게 아닙니다. 스스로를 유폐하는 거죠. 노예 제도가 철폐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며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로워졌는데, 이제 누군가는 스스로를 방에 가둡니다. 인생, 참 어렵네요.

나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둔 곳인데..

사람이 너무 없어 쓸쓸하네요.

악어를 보니 예전에 네팔 국립 공원에서 사파리를 하며 본 야생 악어가 떠올라요.

네팔 사파리를 할 때는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랑 코끼리를 타고 밀림을 누볐어요. 하마나 악어를 봐도 두렵지 않아요. 코끼리가 밀림의 왕이니까요. 뭐든 밟아버리면 끝이니까요. 그때 코끼리가 한번은 화가 나서 몸을 부르르 떨었는데요. 지진이 난 것 같았어요. 딸이랑 눈을 마주쳤어요. '와, 얘도 화 낼 줄 아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랑 참 겁없이 많은 걸 했습니다. 

동물원에 기차 선로도 있어요. 

호기심에 철길을 따라가보니 공원 열차가 있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달린걸까요? 한때 만달레이도 관광지로 융성했던 시절이 있었겠지요. 천연자원이 많아 경제적으로 발달한 곳이었어요.

언젠가 이 곳에 다시 여행자들의 발길이 늘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만달레이 언덕으로 오릅니다. 전설에 의하면 석가모니가 제자인 아난다 존자와 함께 이곳, 만달레이 언덕에 올라 새로운 도시의 탄생을 예언했다고 합니다. 그 전설에 따라 민돈 왕이 아마 라푸라에서 만달레이로 수도를 이전했다고 전해집니다.

언덕 정상까지 계단이 길게 이어집니다. 맨발로 걸어야 합니다. 그나마 긴 바지를 입고 오길 잘했어요. 미얀마에서는 가급적 긴 바지로 다니는 편이 좋아요. 나시 차림이나 반바지 차림은 출입 제한이 있어 긴 치마를 빌려서 둘러야 하거든요.  

오전에는 숙소에서 왕궁을 지나 동물원, 만달레이 힐까지 총 3시간을 걸었어요. 날이 더워지니 저도 고양이마냥 졸리네요. 툭툭을 타고 숙소로 가야겠어요. 

툭툭 기사가 영업을 합니다. 1일 렌트카 여행 어떠냐고. 오전 9시 30분 호텔 앞에서 픽업해서 종일 만달레이 외곽 지역을 돈 후 숙소로 돌아오는 일정이랍니다. 요금은 7만5천짯. (우리돈 4만원. 기사 포함한 차량 렌트가 종일 이 돈이면 괜찮은 거죠.)

미얀마에 와서 혼자 며칠 다니며 느낀 점. 여기 시내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데이터 로밍이 되지 않아 경로를 알 수도 없고요. 교통이 너무 열악해서 외국인이 찾아다니기 힘들어요. 그렇다고 걸어서 보기에는 도시가 너무 크고요. 유럽의 도시처럼 중심가에 빼곡히 볼 거리가 몰려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툭툭을 하루 렌트하는 게 답인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예전에 앙코르 와트 여행도 그렇게 했던 듯. 다음날 아침 숙소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기사 명함을 받아 촬영합니다.

저녁 먹으러 가는 길. 도로에 강아지 세 마리가 놀고 있어요.  

여기서는 개를 길에 풀어놓고 기릅니다. 개를 무서워하는 분은 조금 난감할 수도 있어요. 덩치 큰 개들도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활보하거든요. 아이들이 순해서 위험하진 않지만 신경은 쓰일 듯.

한국 식당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서 와이파이 연결한 후, 구글 지도에서 검색한 곳인데요. 


4천원에 돼지불고기, 계란말이 김밥, 거기에 푸짐한 반찬까지 나옵니다.

옆 자리 손님이 물어요. "혹시 한국분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알고보니 양곤 외국어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하신 분이랍니다. 양곤과 만달레이는 서울과 부산만큼이나 먼 도시입니다. "만달레이에는 어인 일로 오셨나요?" "여기 있는 한국어 학원 강사입니다." "아, 그렇군요.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많나요?" "네, 다들 한국 아이돌 팬들입니다. 저는 한국에 여자 친구도 있어요. 아이유라고. ㅋㅋㅋ 오빠 소주 한잔해요. 라고 해서 이슬 한 잔 하러 왔어요." "학생들이 좋아하겠네요. 한국어 선생님이 재밌어서." ^^

그렇게 만달레이에서의 하루가 지나갑니다.

다음 편에서는 만달레이 툭툭 투어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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