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조연출로 일할 때 코미디언 고명환 씨와 일한 적이 있어요. 촬영장에서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을까?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는 했는데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며, 방송에서 고명환 씨를 볼 일도 줄어들었지요. 참 성실한 사람인데,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이 궁금했는데요. 어느 날 책의 저자로 만납니다. 그것도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저자로!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라는 책을 냈네요.
저자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든가,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철학으로 무장하든가. 저는 20대에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짠돌이 철학부터 먼저 장착했어요. 돈 한 푼 없이 도서관에서 영어 공부를 혼자 했는데, 되더라고요. 그 경험이 제 인생의 밑거름입니다.
고명환 저자는 요즘 1만 원만 있어도 너무 행복하다고 합니다. 오전 7시에 도서관에 가서 밤 11시에 집에 돌아갈 때까지 밥을 두 번 먹는 데 8,000원, 커피 한 잔 마시는 데 1,500원을 쓴다고요. 남은 생의 대부분을 이런 식으로 보낼 것 같은데, 99세까지 계산해봐도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네요.
남은 평생 도서관을 다니며 책을 계속 읽고 쓰겠지요. 고명환 작가가 현재 가장 좋아하는 일이니까. 여기서 충분한 수입이 생깁니다. 책을 출간하면 일단 인세가 들어오고, 책과 관련된 강연료 수입이 생기고요.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자유가 찾아옵니다.
자, 지금 이 순간 경제적 자유를 얻는 방법, 첫 번째,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살 때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해보세요. 두 번째,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알아낸 다음 99세까지 그 일을 하면서 살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계산해보세요. 만약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심하잖아요? 그래서 아, 죽을 때까지 경제적 자유는 못 얻겠네 싶다면 다음 단계로 가면 됩니다.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철학으로 무장하는 것이지요.
필요한 만큼만 벌면 됩니다. 그 이상의 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는 말자고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해요. 돈의 노예가 되는 순간, 더 이상 자유는 없으니까요. 돈을 밀어내는 순간 자유로워집니다. 자유로운 사람이 창의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이 돈에 끌려다니는 사람보다 돈을 더 잘 벌 수밖에 없어요. 이게 돈의 법칙입니다.
인기 드라마 <하얀 거탑>과 <밀회>를 연출하고 최근에는 <졸업>으로 다시 한번 인기를 모은 안판석 선배님을 만난 적이 있어요. 자신만의 스타일로 세련되게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연출 감각이 늘 부러웠습니다. 거장에게 한 수 배우고 싶었지요.
“선배님, 드라마 연출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세상에 수많은 시청자의 취향을 어떻게 해야 알 수 있을까요?”
지그시 저를 바라보시던 안판석 선배님의 말씀.
“연출은 대중의 취향을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야. 넌 네 것만 신경 쓰면 돼. 다른 사람의 취향을 고민하지 마.”
“그래도 명색이 대중과 소통하는 사람인데.”
“그치, 드라마는 대중예술이지. 그런데 말이야, 다들 그걸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해. 100명의 드라마 감독이 있으면, 다들 대중의 취향을 고려하고, 지금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어떤 배우가 뜨는지 들여다본단다. 날밤을 새우며 오만 컷을 다 찍지. 그런데 그렇게 하면 100명이 만드는 게 다 똑같아져. 그렇게 만드는 연출은 세상에 널려있어. 99명의 대체재가 있는 삶이지. 그러지 말고 연출로서 너의 색깔은 뭔지 그걸 고민하고, 오로지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해.”
순간 멍해졌는데, 안판석 선배님이 말씀을 이어가셨어요.
“그런데, 그러다 망하면 어떡하나 겁이 나지? 망해도 죽지는 않아. 아니 곧 죽어도 이게 내 스타일이라고 떵떵거려. 네가 그렇게 우기면 사람들이 널 쳐다본단다. ‘저놈은 도대체 뭘까? 저놈이 가진 진심이란 건 대체 뭘까?’ 그럼 나중에 돈 가진 이들이 돈을 보따리로 안고 찾아오지. 왜? 네가 가진 그 진심이 탐이 나거든. 돈만 주면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는 사람이 세상에 널려있는데, 돈 가진 자들은 그런 사람 별로 탐이 나지 않거든. 네가 가진 그 고집도, 돈을 주고 사고 싶은 게 자본의 생리거든. 그러니 망해도 죽지는 않아. 나중에는 사람들이 돈을 들고 쫓아온다니까? ‘네 그 순수한 열정, 얼마면 되겠니?’ 하면서.”
연출도, 육아도, 사업도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열심히 하려고 하면 할수록 남들과 똑같아집니다. 세상의 눈치를 살피면 살필수록 남들과 비슷해집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들여다보고 그 한 가지만 파면 뾰족해지는데, 세상의 눈치를 보며 이것저것 스펙을 다 쌓다 보면 두루뭉실 어디에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는 거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불안한 마음,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신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며 자책하며 사는 삶, 여기에 휘말리면, 모두가 무한경쟁에 빠지는 지옥이 됩니다. 모두가 위만 바라보고 죽도록 달리는데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 세상. 코미디언 고명환과 드라마 감독 안판석의 이야기는 결국 같아요. 굶어 죽지는 않는다고 우선 믿어야 하고요. 그런 다음 내가 좋아하는 일로 승부를 낼 수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고명환 씨는 식당을 창업하고 장사를 잘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책도 많이 읽었는데요. 그가 생각하는 장사 성공 비결은 메뉴 하나로 승부를 내는 거랍니다. 메뉴가 늘어날수록 복잡해지거든요. 재료도, 사람도, 일도 복잡해집니다. 복잡하다는 건 경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말이고요. 열 가지 메뉴로 10억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 한 가지 메뉴로 5억 매출을 올리는 편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메뉴라면 시스템도 단순해집니다. 시스템이 단순해야 확장할 수 있어요. 복잡하면 확장할수록 더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메뉴가 단순화되면 인건비가 줄어들고, 일하는 시간도 줄어듭니다. 원재료를 구매할 때도 단일 품목을 대량 구매하면 비용이 줄어듭니다. 가게에 오는 손님이 줄어 가게가 덜 붐비게 되니 서비스도 좋아집니다. 한 가지 메뉴에 정성을 쏟으니 시간이 지나면 손님은 더 늘어납니다. 길게 보면 메뉴를 줄이고 집중하는 게 오랫동안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인건비도 중요합니다. 식당은 인건비 싸움이거든요. 그러니 혼자 하면 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음식을 팔면 됩니다. 인원을 늘리기는 쉽습니다. 메뉴를 늘리기도 쉬워요. 줄이는 게 어렵지. 늘리는 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저절로 늘어납니다. 어떻게든 줄이겠다는 목표를 가져야 해요.
많은 인원이 많은 종류의 음식을 파는 것보다, 혼자 한 가지 메뉴를 파는 게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혼자 할 수 없다면, 메뉴를 줄이세요. 혼자 할 수 있어요. 혼자 하기 힘들 정도로 손님이 온다면 즐거운 일이지요. 파트타임으로 직원을 쓰면 되거든요. 그래도 힘들 정도로 손님이 많이 오면 더 즐거워하세요. 그때는 정직원을 한 명 고용하면 됩니다. 처음엔 무조건 혼자 시작하세요. 그래야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배움의 기회를 다른 사람에게 주지 마세요.
식당 대박 내는 법을 읽다 문득 퇴직 후 1인기업가로 사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100세 시대에는 모두 퇴직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죽을 때까지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닐 겁니다. 강연 요청이 없잖아요? 그럼 책을 읽고 쓰면 됩니다. 책을 내고 나면 강연을 다니게 됩니다. 불러주시는 곳이 늘어나는데요. 이때 주의할 점은 부르는 곳마다 다 다니느라 책 읽기를 게을리하거나 책 집필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는 겁니다. 그건 마치 곰탕집이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데, 손님이 늘어나는데 솥의 크기는 정해져 있어 물을 더 넣어 맹탕을 만들어 내놓는 것과 같아요. 강연만 계속 다니면 하는 얘기가 매일 똑같아집니다. 강연도 하면서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공부를 해야 국물의 진한 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출연할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코미디언과 연출할 드라마가 사라진 드라마 피디가 매일 방송사 대신 도서관으로 출근하다 책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재미있네요.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둘 다 읽는 사람이 되었던 거지요. 책을 읽다 문득 돈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요. 그게 경제적 자유로 이어진 거지요. 힘들 땐 일단 책부터 읽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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