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부를 하다 보니 이 분야에는 스승이 참 많다는 걸 깨닫습니다. <부의 본능>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경제학자 중에서는 장기 주식투자법을 제시한 케인즈, 분산투자를 하면 작은 위험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을 가르쳐준 마코비츠, 공무원들이 사는 동네 집값이 많이 오르는 이유를 밝힌 제임스 뷰캐넌,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서 땅값이 오를 수밖에 없음을 설파한 아담 스미스와 조지 헨리, 사람들이 저축하는 검소한 생활을 하는 대신에 사치와 명품 과소비를 더 좋아하는 이유를 밝힌 베블런, 노동자들이 가난한 이유는 성욕을 억제하지 못해 자식을 많이 낳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맬서스, 주가와 부동산 값이 오를지 내릴지는 통화량(돈)에 달려 있음을 주장한 밀턴 프리드만, 남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직업이나 사업에는 남들이 쉽게 참여할 수 없는 진입장벽(라이선스, 특허, 기술, 브랜드, 맛, 명성)이 있다는 걸 가르쳐준 마이클 포터, 투자자들이 논리적이나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대신에 불합리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는 걸 밝힌 로버트 실러가 내가 좋아하는 경제학자들이다.’
투자로 돈 버는 게 쉬운 일은 아니구나. 이렇게 열심히 공부해야 가능하구나, 하는 걸 깨닫게 해주십니다. 같은 저자가 쓴 <부의 인문학 (20만부 기념 개정증보판) 슈퍼리치의 서재에서 찾아낸 부자의 길> (브라운스톤(우석) 저)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저자는 동갑내기 아내랑 8년 연애 끝에 결혼해 월세 20만 원짜리 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어요. 전세 보증금까지 모두 빼서 모은 종잣돈 500만 원으로 재테크를 시작했고 결국 그 500만 원을 50억으로 불려서 40대 초반에 은퇴했다고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거인들의 투자 통찰을 알려줍니다.
저자는 부동산을 사고팔고, 주식을 사고파는 오늘의 이야기가 수십, 수백 년 전 경제학자, 철학자의 연구 속에 이미 다 나와 있다고 말합니다. 당장 올 하반기 부동산 전망이 어떨지,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 돈이 될지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돈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통찰이 없다면 성공은 우연일 뿐 절대 반복되지 않는다고요. 저자가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돈의 흐름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거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책 속에 있습니다.
저자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가져와 투자에 성공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칸트는 우리 두뇌에 세상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고 바라보게 만드는 ‘정신적 모형이’ 있으며, 그 ‘정신적 모형’으로 세상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자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배운 것 두 가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첫째, 인간을 포함함 모든 생명체는 자신이 가진 정신적 모형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한다. 뱀은 적외선 카메라라는 정신적 모형으로 세상을 본다. 그래서 뱀은 인간과 달리 어둠 속에서도 쥐가 어디에 있는지, 쥐가 누고 간 오줌까지 볼 수 있다. 뱀은 쥐의 온도가 주변 온도와 0.1도만 차이가 나도 그것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각자 자신의 정신적 모형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저마다 각자의 색안경(정신적 모형)을 쓰고 세상을 바라본다.
둘째, 세상을 이해하는 정신적 모형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칸트는 12가지를 말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정신적 모형, 즉 판단기준이 있다. 많은 정신적 모형을 가질수록 우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의사가 환자의 병을 판단할 때 일반 가시광선 카메라로도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뼈와 폐의 질병을 판단할 때는 엑스레이 카메라를 사용하면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뇌의 종양을 찾아내려면 MRI 카메라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의사가 다양한 카메라(정신적 모형)를 더 많이 가질수록 환자의 병을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러분은 세상을 보는 정신적 모형(판단기준)을 몇 가지나 가지고 있나요? 하나만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제일 위험한 사람입니다. 망치만 든 사람은 세상 모든 게 못으로 보이기 때문이지요. 제가 그랬다. 나는 평생 저축만 하면서 살았어요. 저축 천국, 대출 지옥. 평생 짠돌이로 살면서 ‘투자는 개뿔, 근검 절약하고 저축하고 연금을 모으는 게 최고야!’ 라고 믿었던 제가 요즘은 경제 공부를 열심히 하고요. 주식투자까지 시작했어요. 아,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
다양한 정신적 모형을 어디에서 배우고 어떻게 장착할 것인가?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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