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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아무 일이나 재밌게 하라

by 김민식pd 2024. 7. 8.

지난 주에 소개한 <세이노의 가르침> 제가 얻은 세 번째 가르침은 이겁니다.

‘아무 일이나 재밌게 하라’ 

‘많은 부자들은 일하는 것이 취미라고 말한다. 재미있게 즐긴다는 뜻이다. 토마스 J. 스탠리는 〈백만장자 마인드〉에서 미국의 백만장자 733명을 표본 조사하여 얻은 자료들을 보여 주는데 미국의 백만장자들 중 86%는 “나의 성공은 내 일과 직업을 사랑한 결과이다”라고 공통적으로 말한다(투자를 잘해야 부자가 된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라! 일이 우선이고 투자는 나중이다, 이 바보들아). 그리고 81%는 “나의 일은 내 능력과 적성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말한다.’

네, 세이노 선생님은 여기서도 도발을 하시는군요. ‘바보들아.’ 그런데 저 역시 이 말씀에는 동의할 수 밖에 없어요. 저 역시 그렇게 믿습니다. 돈을 아끼고, 벌고, 모으는 3가지 단계가 중요합니다. 이 세 가지만 꾸준히 해도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어요. 4번째 단계, 즉 돈을 불리는 단계, 우리가 투자라고 부르는 단계는 생략해도 됩니다. 저는 52세의 나이에 조기은퇴를 결정할 때까지 투자를 제대로 한 적은 없어요. 그냥 내가 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노력해서 내 몸값을 올리는 게 최고의 투자라고 믿었지요. 여기에 세이노 선생님은 뼈 때리는 말씀을 하나 더 보탭니다.

‘사람들이 자기 능력과 적성에 맞는 일만을 찾아 나서는 것은 내가 볼 때는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능력이니 적성이니 하는 것들은 관련 분야의 지식을 갖춘 뒤 실제로 일을 경험하여 보기 전까지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진실은 이것이다. 백만장자들은 ‘어떻게 하다 보니까 하게 된 일’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그 일을 사랑하고 즐김으로써 ‘능력과 적성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일’로 바꾸어 버렸던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너무 하찮은 일이라 최선을 다할 수 없노라 말하는 이들을 가끔 만납니다. 나에게 더 큰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그때 가서 최선을 다하겠노라고요. 그런데요, 세상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작고 하찮은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에게 큰 기회를 주는 곳이 아니에요. 저는 고등학교 진로 특강에 가서 이런 말을 합니다. “여러분이 동아리 활동이든, 봉사 활동이든, 학과 아르바이트건, 돈이 되든 되지 않든, 일단 주어진 일에서 최선을 다하세요.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더 큰 일, 더 많은 돈이 되는 일이 찾아갈 겁니다.”



세이노는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진짜 부자들이 일찍 은퇴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환갑이 아니라 70세, 80세, 아니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 일에서 손을 완전히 놓지 않는 사람들이 부자들입니다. 일하는 것이 재미있어 죽겠는데 은퇴를 왜 해요?

저도 원래 은퇴하고 노는 게 목표였습니다. 짝수달은 해외여행하고 홀수달은 국내 여행하고 그렇게 살려고 했어요. 그래서 코로나가 끝나고 3주간 그리스 여행도 다녀오고, 5주간 미국, 쿠바, 마드리드 여행도 다녀오고, 2023년 여름엔 한 달간 유럽 일주도 했지요. 그런데요. 지금은 제가 해외여행 기간을 팍 줄였습니다. 일단 한 달씩 여행을 다니자니 체력적으로 버거워요. 내가 이제는 스무 살 배낭여행 다니던 청춘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그동안 놓치는 일의 기회가 아까웠어요. 저는 강연 다니고 책 원고 작업 하는 걸 즐기는데요. 일이 재밌으니까 자발적으로 노는 걸 줄이게 되더라고요. 40대의 회사 일은 재미가 없었지만, 50대인 지금 저는 하고 있는 일이 재미있어요. 이제는 노는 걸 줄여서라도 일하고 싶어요. 일이 재미없으니까, 그 지겨운 일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부자가 되겠다고 하는데요. 세이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그것도 젊어서 부자가 되어 은퇴를 한다고? 투자를 잘해서? 무슨 돈으로 투자를 한단 말이냐. 개떡 같은 소리 그만들 해라. 무엇인가를 잘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기에 가능하며, 잘하니까 재미도 생기는 것이다.’

세이노의 책을 보면, 부자가 되는 이들의 공통점이 나옵니다. 자동차 운전기사가 되었든, 호텔의 종업원이 되었든, 식당의 접시닦이가 되었든, 일단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일에 필요한 지식을 모으고 배우고 익힙니다. 그런 다음 부지런히 다양한 시도를 하며 경험을 쌓아갑니다. 부자가 되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우선은 그 일의 구조 전체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흡수하고요. 도전과 경험을 계속하다 보니, 실패에서 배워 점점 더 많이 알아 가게 되고요. 더 많이 알기에 재미도 느끼고 돈도 벌게 되니 즐거움도 배가 됩니다. 하기 싫은 일이란 적어도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이지요.

돈을 버는 것과 영어를 잘하는 것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즐겁지 않은 일을 즐거워질 때까지 하는 겁니다. 1989년 군대에서 혼자 영어공부를 할 때 전혀 즐겁지 않았습니다. 챗지피티나 넷플릭스는커녕 인터넷이나 유튜브도 없던 시절이었어요. 그 시절 저의 영어공부는 즐겁지 않았어요. 하지만 당시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없었어요. 전공 공부도 흥미가 없고, 학과 생활도 재미가 없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없다고 마냥 노는 건 그냥 게으른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핑계로 달아나는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을 땐 해야 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제겐 그게 영어책 한 권 암기였어요. 

회화책 암기라는 괴로운 과정을 통과하자, 청취도, 회화도, 독해도 다 즐거워졌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여주인공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고, 길에서 길을 잃은 외국인을 만나면 도와줄 수 있었고, 스티븐 킹이라는 재미난 작가를 만나면 그의 작품을 원서로 찾아 읽을 수 있었어요. 

다만 이 순서가 바뀌면 안 됩니다. 그냥 넷플릭스에서 미국 드라마를 계속 시청하거나, 원어민 회화 수업을 들으며 가벼운 스몰 토크만 즐기거나,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는 건 실력이 늘기는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다. 처음엔 괴로운 과정을 단번에 통과하고 그후에 즐거운 시간을 오래 누리는 게 고수가 되는 비결입니다.

부자가 되는 과정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처음엔 아끼고 벌고 모아야 합니다. 이런 과정은 즐겁지 않습니다. 힘이 듭니다. 하지만 버텨야 합니다. 처음부터 부자처럼 투자하고 부자처럼 쓰는 사람도 있어요. 부자들은 고수익 고위험의 투자를 할 수도 있어요. 판돈이 많으니까요. 조금 잃을 각오 하고 큰 판을 노려볼 수 있겠지요. 가진 돈이 없는 사람이 빚을 끌어와 그렇게 투자하면 위험합니다.

‘아무 일이나 재밌게 하라’는 세이노의 가르침은 뒤집어 말하면, 재미없는 일을 재미가 생기는 순간까지 계속하라는 뜻입니다. 못하는 일도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되고, 잘하면 재미가 생기거든요. 영어 공부든, 직업의 세계든, 부자가 되는 과정이든, 처음에는 재미가 없어도, 재미가 생길 때까지, 특히 돈 버는 재미에 빠질 때까지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짠돌이의 경제 공부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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