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을 만드는 방법? 이건 아무래도 김태호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무한도전을 만드는 방법은 모른다. 그러나 무한도전을 만드는 김태호를 만드는 방법은 안다. 그건 조직문화다. 김태호를 만든 건 MBC 조직문화의 공이다.

 

사람들이 모르는 MBC 파업의 원인이 있다. 김재철 사장이 한 일 중, 사원들에게 가장 분노를 산 일은 무어라 생각하시는지?

 

법인카드 과다사용? 무용가 친오빠 특혜 채용? 무용가 출연료 과다집행? 아파트 공동구매? 비자금 계좌 관리? 아니면 3회에 걸친 자기부정?

 

미안하지만 다 틀렸다. 이건 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터져나온 김재철 사장의 비리일 뿐이다. 파업을 시작한 이유는 아니다. 파업 시작전 우리는 아무도 그의 개인 비리는 모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파업을 시작했다. 이유는? 무한도전을 만들어낸 MBC의 조직문화를 김재철 사장이 죽였기 때문이다.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의 최대 패착 중 하나는 R등급 강제할당 시행이다. 

 

R등급이란? 인사고과제도 평가 등급 중 최하 등급이다. MBC 인사고과제의 특성은 절대평가였다. 김재철 사장은 취임 후 상대평가와 함께 최하등급 강제할당제를 도입했다. 어느 부서든 구성원의 5%는 인사고과에서 최하등급을 줘야했다.

 

조직마다 혼란이 시작되었다. 최하등급은 굳이 주지 않아도 되는 절대평가였는데, 갑자기 상대평가에 강제할당이라니 누구에게 최하등급을 줘야하나? MBC 직원은 누구나 자신이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한다. 내가 건성으로 일하면 그 결과는 수백만 시청자들에게 드러난다. 어떻게 요령을 피울 수 있나?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데 어떻게 최하등급을 주나? 

 

어떤 부서에서는 신입 사원에게 최하등급을 몰아줬다. 고참 연출들 대신 막내 조연출들이 최하등급을 받았다. 낮은 시청률로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있다면 프로그램을 이끌고 가는 고참 연출이지 절대 신참 조연출이 아니다. 신입 조연출이 일을 못했다면, 일을 잘못 가르친 연출의 탓이지, 절대 본인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도 막내 신입사원에게 최하 평점을 줬다. MBC 입사한 친구들은 평생 학교에서 상위 5%안에 드는 성적을 기록한 친구들인다. 그들에게 입사와 동시에 하위 5%의 낙인을 찍었다. 이유는? 막내니까. 

 

김태호가 무한도전을 맡은건 연출1년차의 일이다. 막내 연출에게 토요일 저녁 메인의 기회를 준 것이다. 나 역시 뉴논스톱이 연출 데뷔작이다. 초짜 연출로서 2년반동안 매일 저녁 일일시트콤을 맡았다. 김재철 치하에선 꿈도 못 꿀 일이다. 막내들에게 도전과 창작의 기회를 주는 것이 원래 MBC였다. 김채철 치하에서는 막내들에게 기회 대신 최하등급의 트라우마를 안긴다. 

 

어떤 조직에서는 시청률이 가장 낮은 피디에게 최하 등급을 줬다. 시청률을 근거로 인사를 평가하는 것도 미친 짓이다. 이건 창작집단에서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죽이는 일이다. 일요일 저녁에는 KBS의 '1박2일'이 시청률 최고다. '일밤'에서 새로운 코너를 만들려면 불리한 싸움을 각오해야한다. 1박2일이랑 붙었다가 시청률이 최하라고 일밤 피디에게 최하 등급을 준다면, 앞으로는 누구도 힘든 시간대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잘나가는 프로그램 이어받아 그냥 현상유지만 해도 좋은 등급을 받을테니까. 피디의 도전정신을 벌 주고, 피디의 무사안일주의에 상 주는 시스템, 이건 창작집단을 죽이는 지름길이다.

 

김태호가 무한도전을 성공시킨 이유? 그의 도전 정신 덕분이다. 막내에게 당시 토요일 저녁 시간대를 맡긴 이유가 있다. 당시 MBC는 토요일 저녁 예능에서 몇년째 시청률 꼴찌만 했다. 완전히 새로운 도전자가 필요했다. 김태호는 그런 자리에 전혀 인지도 없는 멤버들을 모아 매주 새로운 포맷으로 무한도전하겠다고 들어간 거다. 시작하고 초반에는 시청률이 저조해 6개월 이상 헤매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김태호를 누구도 징계하거나 최하 등급을 강제로 메겨 연출의 사기를 꺾지 않았다.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 속에서만 새로운 도전은 가능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창작집단을 만드는 방법? 성과에 대한 보상보다,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다.

 

피디로 입사한 친구들은 돈을 벌려는 성취동기보다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인정욕구가 더 강하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그 자체로 최고의 보상이다. 오히려 조직이 챙겨야할 사람은 시청률이 안 나온 피디다. 그들을 격려해서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 그것이 리더가 해야할 일이다.

 

정작 무한도전을 탄생시킨 조직문화는 죽이면서 무한도전을 외주제작으로 넘기자고 주장하는 김재철. 무한도전을 만든 DNA는 MBC의 조직문화와 김태호다. 그런 무한도전을 제작비만 주면 외주에서 만들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게 김재철 사장의 한계다.

 

(사진은 마이데일리 기사에서 가져왔어요. 우리 사장님은 역시 웃는 모습이 일품이야!^^)

 

 

이건 김태호와 김재철의 전쟁이 아니다.

김태호를 탄생시킨 조직문화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과

돈만 주면 무한도전은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전쟁이다.

 

김재철 사장은 죽었다 깨어나도 파업하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5개월째 월급 한 푼 못받고 파업에 동참하는 사람이 MBC에 770명이나 있다.

본보기로 110명을 징계하고 대기발령내고 해고해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절대 이걸 이해할 수 없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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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dragonfly1234 2012.07.02 08: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자주 찾던 mma (mixed martial arts) forum site 를 보면, 한국처럼 등록제/또는 실명제가 아니고 가명으로 글을 쓰니까 별의별 희한한 친구들이 찾아옵니다. 대체로 UFC 경기가 좋으니까, 또는 어느 선수의 팬이라서 재미있는 시합이 있으면 같이 선수들/시합 얘기를 하려고 모여드는 친구들인데 가끔 도라이 친구들이 나타납니다. 그럴싸한 이름으로 그럴싸한 얘기를 풀어가는데 중간중간에 남이 좋아하는 선수를 깍아내리고 약을 올리면서 속으로는 혼자 좋아서 킥킥거립니다. 이런 친구를 가리켜 troll 이라고 부릅니다.

    시합이 좀 뜸해서 모두들 심심해하면 그동안 멀쩡하던 애들중에도 갑자기 엉뚱한 말을 하는 애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troll 이 나타날때 여러가지 재미있는 반응들이 나타나는데 흔히 쓰는 말이 "Obvious troll is obvious" 입니다.

    한때 대왕 troll 이 있었는데 그는 무슨수를 썻는지 Website owner 한테 administrator 직위를 부여받고 troll 잔치를 벌인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회원들에게 은근히 시비를 걸고 걸려들면 administrator 지위를 이용해서 달려드는 회원의 membership 을 박탈시켜버립니다.

    그 대왕 troll 의 논리는 희한하고 변화무쌍해서 그와 여러 멤버들 사이에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는 토론이 벌어지면 수십페이지를 훌쩍 넘기면서 결국 여러멤버가 사라져버립니다. 왜 대왕 troll 이 administrator 일까 하고 아무리 논쟁을 벌여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6개월이 지난후 결국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전 까지 그가 administrator 로 있는 기간동안 수많은 회원들이 사라지고 마침내 평화가 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왜 website owner 가 그 대왕 troll 을 그자리에 그냥 두었었을까 하고 추측을 했지만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대왕 troll 이 소리소문 없이 갈때, 그동안 묵묵부답이었던 owner 가 나타나서 대왕 troll이 얼마나 우리 website에 해악을 끼쳤는지 모른다며 자신이 그를 벌주었다고 말을 하지만, 모두들 생각은; 아마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owner가 대왕 troll 이 administrator 로 있으면서 많은 멤버를 사라지게 만드느것을 즐겼고, 그후 더이상 용도가 없으니 페기처분 했다는 애기들 이었지요.

  2. 에듀파워 2012.07.02 0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R등급 5% 강제할당이라... 이 정권 들어서고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기제가 죄다 그런 방식으로 천박해졌습니다 거기에 맞춰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어느순간 내 사는 꼴이 우스워지죠 전국 학생들에게 똑같은시간에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게 하고 학교별로 기초미달 몇명 나오는지를 기준으로 학교를 평가하고 교사를 평가하고 지원되는 돈이 달라지고.... 교사는 죽어라 애들 문제풀이 수업하고 에들은 숨막히는 학교 생활 외로운 학교 생활 견디다 못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고.... 상황이 이래도 교과부 장관은 멀쩡히 출근하겠죠... 김재철이나 교과부 장관이나 그들 머리속을 조정하는 mb나... 어쩜 이리도 똑같을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 교사들에게도 파업권을 줘서 무한도전을 살려내듯이 우리 아이들을 살려냈음 좋겠네요...

  3. 나비오 2012.07.02 0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해할 수 없겠네요
    사장님은 ㅋㅋ
    서늘한 간담회 업데이트 기다려봅니다.

  4. 야호 2012.07.02 1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응원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빠른 시간내에 여러분들을 방송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5. mini 2012.07.02 10: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부터 보면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데는 MBC가 최고였습니다..그런것이 이런 MBC문화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MBC를 사랑합니다..예전의 MBC로 돌아오기를 저~~엉말 기원합니다...^^*

  6. 아이 2012.07.02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글은 정말 술술 읽히네요!
    김재철 퇴진! 곧 올 그날까지 지치지말고 화이팅!!!!

  7. Jane 2012.07.02 16: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맙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추구하는 MBC의 사내문화를 김재철씨처럼 저급.저질폐악만 일삼는분이 이해하시기 너무 어렵죠. J씨에게 카드플라이.회셔틀이 기업이익이라고 우기시는 분한테 무슨 말인듯 먹혀들겠어요. 제 생각엔 이분께선 피디님 및 나머지 간땡이 4인방의 '서늘한 간담회'도 너무 어려워서 이해못하실것같에요. 하기사 독해능력이 얼마나 떨어지시는지 벌써 정치권에서 퇴진설돌면 남들같으면 벌써 사퇴하고 말았을텐데 이렇게 굳이 버티시는지...ㅉㅉ 참 아둔한 한 분때문에 고생이 넘 많으시네요. 하지만, 조금있으면 승리하실테니까 조금만 더 힘내세요!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간땡이 5인방 홧팅!

  8. 일편단심 2012.07.02 1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훌륭한 엠비씨였는데...ㅠㅠ
    이제 곧 돌아오겠죠?^^

  9. 미디어코난 2012.07.02 21: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장에서 PD님을 뵐 수가 없어요...
    아무든 이제 MBC 파업이 거의 종결 지을 거 같아서...
    나중에 PD님 드라마 하게 되시면 언제 드라마 현장 공개 좀 해주세요...
    영화나 드라마 직접 만드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은 사람이예요...
    복귀하시면 꼭 좀 절 관전을....
    암튼 5개월 넘어 6개월째로 넘어가고 있지만..
    함께 코난이 하고 있다는것을....^^

  10. mrdragonfly1234 2012.07.03 04: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창의성을 말살하고 주어진 과제를 묵묵히 시키는 대로 따르라고 하는게 관행인곳, 한군데 더 있습니다.

    트랙백에서 그게 어딘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멀지 않은 가까운 곳..

    이곳 --> http://mrdragonfly1234.tistory.com/50


  11. 물비늘 2012.07.04 0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R등급 할당제도라니, 창작 집단인 곳이 저희 회사랑 다를 바가 없네요. 지속적이고 좋은 조직을 위해 노력해주세요. 응원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