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요즘 최고의 영웅은 더이상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이 아니다.

 

내가 요즘 가장 선망하는 최고의 영웅은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다.

 

나는 최근 MBC 경영진으로부터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되어 검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 '내가 MBC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오히려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이 MBC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공정방송을 하려는 기자와 피디들의 업무를 방해한 게 아니고?' 

 

자칫하면 구치소에서 몇달간 콩밥을 먹어야하는 신세였는데, 나를 구해준 게 신인수 변호사님이다.

130일 넘게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MBC 노조 집행부 다섯 사람에 대한 영장 청구, 두 번 다 전원 기각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은 판사님들의 현명한 판단 덕분이고, 아울러 민주노총의 신인수 변호사님이 애써주신 덕분이다.

 

많은 이들이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멋있다는 둥, 차가운 도시 남자가 최고라는 둥, 이야기를 하지만, 단언컨대 내가 만드는 드라마 속 그 어느 배우도 신인수 변호사만큼 멋지지 않았다.

 

3시간의 영장 실질 심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검사들의 주장을 듣노라면 모골이 송연해졌다. '내가 저렇게 나쁜 사람인가? 오늘 영장이 발부되면 바로 유치장에 몇달 동안 갇히는데, 그럼 어떡하지? 곧 방학이라 딸들과 캠핑 가기로 약속 했는데, 유치장에서 애들 면회해야 하는 거야? 지난달에 암수술을 받은 아버지는 어쩌지? 아버님을 모시고 사는데, 내가 들어가면 아버지 뒷바라지는 누가 하지? 아니 무엇보다 아버지는 내게 구속영장이 나온 사실도 모르시는데, 갑자기 아들이 구치소에 있다는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 갑자기 잘못했다고 검사들의 가랭이를 붙잡고 눈물로 애원하고 싶어졌다. '한번만 살려달라고. 나를 가두지 말라고.'

 

그때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가 일어나서 변론을 시작했다.

 

나는 그때 피터 파커가 거미줄을 날리며 뉴욕의 빌딩 사이를 누비며 나를 구하러 오는 환상을 보았다.

 

 

 

신인수 변호사의 변론! 질기고 촘촘하기로는 스파이더맨의 거미줄 같았고, 지치지않고 이어지는 논리정연한 변론은 끝없이 재생되는 울버린의 금강불괴 신체와 같았고, 기소 사유 사이 사이 날아다니며 검사의 논리에 융단폭격을 퍼붓는 모습은 하늘을 뒤덮는 아이언맨의 철갑 미사일 같았다. 

 

영장기각으로 풀려나오면서 물었다. '신인수 변호사님은 어떻게 그렇게 변론을 잘 하신대?' 강지웅 선배가 답해줬다. '지난 몇달 우리와 함께 싸운 거지. 검사는 위에서 시키면 하기 싫어도 영장을 쳐야하지만 변호사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거든.'

 

그렇구나.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그렇게 아름다운 법이구나.

 

민주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는 판사 출신의 실력있는 법조인이다. 로펌에 취직해서 더 많은 돈을 받으며, 재벌을 변호하거나 기업 편에 서서 일하며 살 수도 있겠지만, 그는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일하며 노동자들의 공익을 위해 싸운다. 

 

누군가의 슈퍼 히어로가 되는 방법? 간단하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살면 된다. 신념 대신 권력이나 금전적 보상을 위해 사는 사람은 결국 한 줌 명예도 지킬 수 없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같은 신념을 가진 이들을 지켜주는 삶을 선택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슈퍼히어로 영웅담이다.

 

내 글을 읽는 이들 가운데, 피디를 꿈꾸는 청소년이 있다면, 판검사의 삶도 권하고 싶다. 나는 기껏해야 드라마 속에서 가짜 영웅밖에 못만든다. 하지만 세상은 약한 자의 편에 서서 법률을 집행하는 진짜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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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z lisw 2012.06.11 0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인수 변호사님의 변론에 대한 묘사가 정말 실감나요 ㅋㅋㅋ 꺄아! 하나도 듣지 않았는데 마치 들은 냥!

  2. mrdragonfly1234 2012.06.11 10: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아슬아슬하게 좋은 경험 많이 하셨네요.. 보통 드라마에서 보통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수퍼 히어로우/신인수 변호사님 처럼 묘사되는 일은 많이 없겠지요. 혹시 있다해도 잠간 15 minutes spotlight 는 받을지언정 늘 모든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롤 모델처럼 되기는 힘들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런 사람들이 수퍼 히어로우 처럼 자신의 이익보다는 정의의 편에 서서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바로 미국에 와서였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분명 밖에서 볼때에는 군대 이미지와 외국에 강압적인 미국 대통령 때문에 파시스트 이미지가 강해서 안좋은 이미지가 있다는것을 잘 압니다. 그러나 안에서 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하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이냐, 공공의 이익이냐를 저울질할때가 되는 주요순간에 자신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이 된 쪽을 택한다는 (좀 부러운 ) 사실을 목격했습니다.

    특히 억울한 사람이 범인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forensic /criminal science lab 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봉급받는 것과 상관없이 밤낮으로 수백/수천가지 모든 증거물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자신의 생명보다 더 정확하게 다루는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가장 기쁘게 생각할때가 바로 자신이 찾은 증거물이 억울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일을 방지하는데에 도움이 되었을때라고 조용히 얘기하더군요... 미국에는 이런 lab 이 여러 수십군데가 있더군요. 어떤 학자는 민물에서 나는 미생물 종류만 평생을 두고 수만가지 카타로그로 만들어 놓고, 어떤 증거물에 민물이 적셔있을때에는 민물 섞여있는 미생물의 모습을 현미경에서 알아보고 그 증거물의 출처가 어느지역에서 나왔는지를 알아내느 것이엇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수입해 들어오는 세계 여러나라의 수백만가지 신발 밑창 디자인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등록 되게 되어있어서 어느 신발이고 카피만 뜨면 어느가게에서 팔린것인지 narrow down 할수 있습니다.

    (자동차 타이어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런사람들은 평생 자신의 시간을 바치면서 자신의 영달보다는 올바른 범인을 잡는데에 평생을 바치는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믿고있더군요...바로 숨은 수퍼 히어로우 같았습니다.

  3. 나비오 2012.06.11 10: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김 피디님이 젊은 사람들의 슈퍼히어로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ㅋㅋ
    김피디님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어요^^

  4. 새벽단비 2012.06.11 1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파업 끝나고 법률 드라마도 한 번 만들어 보심이 어떨런지요?!
    스파이더 맨과 신인수변호사님의 공통점이 예사롭지 않네요.
    본격적으로 더워지는데 화이팅입니다 ;)
    ps. 저희학교 학생회관 앞에도 충주MBC가 서명받으러 왔네요! MBC프리덤!

  5. 노란비행기날리다 2012.06.11 1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는내내 가슴한구석이 찡하네요
    신인수변호사님 참 휼륭하신 분이네요 ^--^

  6. 박현수 2012.06.11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무중에 식곤증이 싸악 사라지는 글입니다.
    피디님! 오늘도 유쾌하세요.^^

  7. 에듀파워 2012.06.11 1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읽으니 전태일 열사와 조영래 변호사가 생각났습니다 저도 피디님 생각에 동의합니다 건강하고 정의로운 엘리트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8. 2012.06.11 2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마담디 2012.06.13 1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이 영웅임 ^^;
    써늘한 간담....걍 쭉 하셧음 좋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