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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출퇴근 길 핸드폰으로 게임도 하지 말라고?!

by 김민식pd 2012. 6. 1.

 

요즘 전철에 타면 다들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DMB를 보는데, 이건 그냥 시간을 죽이는 일이다. 드라마 피디로 월급 받아 먹고 살지만, DMB 시청은 별로 권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책을 보시라. 혼잡한 출퇴근 길이라 책보기 불편하면 핸드폰으로 동영상 강연을 찾아보시라. 끊기는 게 싫으면 팟캐스트로 다운받아서 보시라.

 

독서나 강연을 권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루 종일 일하면서 스트레스 쌓여서 출퇴근 시간에 잠시 게임도 하고 드라마도는건 데 그것도 못하면 무슨 낙인가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고, 강연을 들어야한다. 내가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스트레스만 주는 일이라면, 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책을 읽고 강연을 들어야한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스트레스만 준다면 그 공부는 나와 적성이 맞지 않는다. 적성에 안 맞는 공부를 하며 괴로워하느니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 편이 낫다. 괴로운 생활을 벗어나는 길은 게임이나 드라마에 있지 않다. 책 속에 길이 있다.

 

내가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는다고, 그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무슨 낙으로 사세요?' 그럼 나는 이렇게 반문한다. '꼭 낙이란 게 따로 있어야 하나요?' 나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사는 중년의 덕후다. 드라마 연출을 위해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게 낙이다. 하루 하루 사는 게 즐거운데 왜 굳이 술을 마시나? 하는 일이 게임보다 재밌으면, 굳이 현실에서 도피할 이유가 없다.  

 

김재철 사장 들어오고 MBC를 그만 둔 동료 피디들이 몇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기도 회사를 옮겼다. 'MBC도 예전 같지 않아.' 라는 얘기를 남기며 다들 떠났다. 이것 역시 또다른 형태의 현실 도피다. 나는 그 누구보다 MBC를 사랑하던 동기가 회사를 떠났을 때, 분노했다. 회사를 이 지경으로 망친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

 

40대 중반의 덕후가 갑자기 과격파 운동권으로 돌변한 이유? 덕후는 애정하는 대상에 깊이 집착한다. 애정하는 대상이 누군가에 의해 망가지는 꼴을 못 본다. 나는 MBC라는 회사를 깊이 애정하는 덕후다. 건담 덕후는 건담 시리즈가 망가졌다고 건담을 버리지 않는다. 

 

'MBC가 망가졌으니까, 떠나간다.' 가 아니라, '망가진 MBC라도 우짜든동 다시 살려보자.'가 진정한 덕후의 자세다. MBC를 장악한 사람들은 참된 MBC가 아니다. 그들의 모습으로 사랑하는 회사를 치환하는 순간, 회사에 대한 사랑은 실망으로 바뀐다. 명심하자, 문제는 MBC가 아니다. MBC를 권력에 팔아넘긴 자들이다.

 

마찬가지로 발상의 전환이 중요하다. '나 사는 거 힘드니까, 게임 좀 하자.' 가 아니라, '그 힘든 삶을 바꾸기 위해 게임 좀 그만 하자.' 다. 

 

당신이 깊이 애정하는 대상은 게임 속 캐릭터,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다. 진정 아껴야 할 대상은 당신 자신이다. 자신의 삶이 소중하다면, 진정 자신의 삶을 깊이 애정하는 덕후라면, 당신이 바꿔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직시해야한다. 그리고 그 삶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깊이 고민해야한다. 

 

즐거운 삶을 찾아가는 길, 책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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