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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아이에게 창작의 열정을 불어넣고 싶다면...

by 김민식pd 2012. 5. 29.

아이를 키우는 동료 피디들끼리 종종 얘기한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게 잘 키우는 것일까?'

 

방송계에서 최고의 삶은 저작권을 받아 사는 것이다. 성공한 드라마 작가는 젊어서 써놓은 드라마 대본의 저작권으로, 잘 나가는 작사가나 작곡가는 음원 저작권으로 월급 받듯 생활한다. 미래에도 최고의 직업은 창작이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이야기를 만들거나 음악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

 

자, 그렇다면 아이에게 창작의 열정을 불어넣는 방법은 무엇일까?

 

얼마 전 한 KBS 피디를 만났다. 그 피디에게는 중학생 아들이 있는데, 기타에 완전히 빠져서 잘 때도 침대에 누워 기타 코드를 잡다가 잠이 든단다. 10대 초반에 벌써 그 정도의 몰입이라면, 나중에 한 시대를 풍미하는 뮤지션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아니 무엇이 되고 안되고를 떠나, 이미 멋진 인생을 즐길 준비가 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교육 현실에서 중학생이 그 정도로 취미에 빠질 여유가 있나? 그래서 물었다. '사교육은 별로 안 시키는 편인가 봐요?'

 

그 피디가 사는 집이 목동인데, 주위에서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로 알려졌단다. 역시...  어떤 취미에 깊이 빠지려면, 여유 시간이 있어야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미술하랴, 피아노하랴, 태권도하랴 이것 저것 치어 산다. 그렇게 바쁘게 살다보면 정작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돌아 볼 시간이 없다. 그런데 그 중학생 아들은 하는 게 별로 없단다. 그래서 친구들이 학원 간 사이, 집에서 혼자 놀다 기타에 빠지게 되었단다.

 

내가 공대를 나와 피디가 된 이유? 1년에 책을 200권 씩 읽는 독서광이란 점이 면접에서 크게 어필한 덕분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맞벌이하시고, 친구도 없어 늘 혼자 심심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책에 빠졌다.  내 상상력과 창작력의 근원은 외로움과 한가함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창작의 열정을 불어넣고 싶은 욕심에 다양한 삶의 경험을 시키지만, 오히려  과도한 사교육은 아이에게 창작의 열정을 죽인다. 창작의 최고 조건은 자유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취미를 찾아나설 수 있도록 방치해 둘 수 있어야한다. 부모가 짜놓은 스케줄 대로 하루 24시간을 사는 아이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 수가 없다. 부모가 원하는 것만 하지, 자신이 원하는 건 하지 못한다.

 

세상을 바꾸는 그 첫 걸음은 교육을 살리는 것이다. 선행학습 같은 과도한 사교육 대신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선행학습은 공교육을 죽이는 주범이다. 선행학습은 학교 선생님에게서 교육의 기회를 빼앗고, 교실에서 아이가 느껴야할 호기심을 사전에 제거하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곳이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라는 위험한 인식을 아이에게 심어주는 죽은 교육이다.

 

어린 시절, 난 주산 학원과 서예 학원을 다녔다. 주산을 잘 하고, 글씨를 잘 써야 취직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지금 보면 웃겠지만, 당시에는 어디 주산이 사라지고, 손글씨가 사라지는 세상을 예상이나 했나? 그 시간에 책이나 한 권 더 볼 걸... 요즘 아이들이 다니는 무수한 학원 공부 중 미래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공부도 많을 것이다. 차라리 아이들에게 삶이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스스로 깨닫도록 느끼게 해주는 것이 최고의 가르침인데...

 

어른도 마찬가지다. 바쁘게 사는 어른은 여가생활도 자극적이고 독하다. 잘나가는 직업일수록 룸살롱에서 폭탄주 마시는 게 취미다. 짧은 시간에 가장 강한 자극을 원하는 것이다. 삶에 여유가 생겨야 건전한 취미가 가능한데, 이건 아이도 마찬가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평생 남이 시키는 일만 하고 산다.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고, 스펙에 맞춰 취직한다. 부모의 노예로 자란 아이는, 커서 스펙의 노예, 직장의 노예가 된다.  

 

아이의 행복을 바란다면,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라. 아이는 부모의 욕망을 투사하는 대상이 아니라 독자적인 인격이다. 내게 왔다가는 귀한 손님이다. 손님 붙잡고 그 인생 참견하지 마라. 혼자 힘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행복한 어른이 된다.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고 싶은 청년 저널리스트들과의 공개 강좌가 토요일 진행된다.

참가비, 단 돈 천 원! 아, 싸다! 천원에 2시간 동안, 즐거운 수다~

코미디 연출 경력 16년의 노하우를 총동원해서 여러분을 웃겨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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