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

딴따라가 무슨 파업이야

by 김민식pd 2012. 5. 6.

딴따라가 무슨 파업이야? 물으신다면...

딴따라는 광대라고, 체질상 반골이라고 답하련다.

세상을 삐딱하게 볼 줄 알아야 진짜 딴따라다.

쪽팔리는 걸 보고 쪽팔린다! 하고 소리칠 줄 알아야 진짜 딴따라다.

부조리를 보고도 눈 감고 희죽희죽 웃기만 하면, 그게 광대냐? 그냥 미친거지.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이라면 기자들만 파업하고,

공정보도와 상관없는 예능 프로그램은 돌려놓으라고 말하신다면...

여러분의 즐거움을 위해, 예능 피디가 자신의 양심을 버려야하는지 묻고 싶다.

피디란 자고로 세상과 교감하는 자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 고통에 둔감한 자가 어떻게 세상과의 교감을 논할소냐?

 

공익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 물으신다면,

내게 가장 중요한 공익은 언론 자유라고 답하련다.

언론이 죽으면, 세상의 아픔을 돌볼 사람이 없다.

우리 시대 가장 훼손된 공익이 언론 자유인데,

그것을 놔두고 세상에 나가 무슨 공익을 논할 거냐.

 

사장에게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은 없다고 말하는 경영진에게 묻노니,

그대들의 화법은 그 자체로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이다.

MBC 사장의 개인 비리에 눈감고,

어찌 세상의 비리를 논할텐가?

 

언론사를 경영하는 자가, 도덕적 결함은 한 치도 없다고 얘기해야지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은 없다고 말하는 것,

그 말 자체가 그대들의 수준을 드러내는 치명적 도덕적 결함이다.

 

이제 100일이니,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묻는 이들에게,

갓 태어난 아기도 백일은 버텨야 버젓한 생명으로 인정받는다.

사람 대접 받으려면 백일은 버텨야 하듯

파업 인정 받으려면 백일은 버텨줘야지.

 

백일을 살아낸 아기가 쉽게 죽지 않듯이,

백일을 버텨낸 파업이니 쉽게 죽지 않는다.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화이팅!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