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문원도서관에서 2주 연속 저자 강의를 했습니다. 첫날은 <외로움 수업>을 가지고 하고요. 둘째날은 <말하기의 태도>가 주제도서입니다.
너무 일찍 도착했습니다. 10시 강의인데, 9시 15분에 도착했어요. 혹시 근처에 걸을만한 곳이 있을까? 네이버 지도를 보니...
근처에 청계산 산책로가 있군요.
30분 정도 간단하게 걷습니다.
걷다보니 이 길은...
제가 좋아하는 서울대공원 순환산책로랑 이어지는군요. 예전에는 대공원에 입장료를 내고 걸을 수 있던 길이 이제는 무료 개방되었다고요. 날이 선선해지면 여기도 다시 와야겠어요.
그날의 주제도서는 <외로움 수업>이지만, 강연 제목은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였어요.
행복의 기준과 외로움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만족의 기준이 너무 높으면 사람은 외로워집니다. 사람을 만날 때 까다롭게 상대를 가리면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 어렵고요.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 한정되어 있다면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힘들더라도 낯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노력을 이어가야 합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표정이 어두워지고요, 그런 이를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어요. 억지로 웃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외로울 땐 나 자신의 즐거움에 집중해서 살면서 행복하기 위해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오전 강의를 마치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안면도로 갑니다. 원래 강의는 하루에 하나만 하는 게 나름의 원칙인데요. 안면도에서 기업 워크샵 의뢰가 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서해 바다를 간만에 볼 겸 그날은 모처럼 차를 갖고 이동합니다. 오랜만에 행담도 휴게소에 들르니 모다 아울렛이라는 공간이 새로 생겼네요.
갈매기들 줄을 지어 난간에 서 있습니다. '인간아, 사진만 찍지 말고 새우깡을 갖다바쳐라.'라고 하는 것 같아요.
편의점에서 새우깡을 사들고 와서, 갈매기들의 공중 곡예를 감상합니다. 여행 온 기분 나네요.
아웃렛 3층에 식당이 있는데요. 바다 전망이 아주 끝내줍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쇼핑을 합니다. 간헐적 단식 이후, 허리 사이즈 34인 바지들을 죄다 버리고 나니 여름 바지가 부족하거든요.
쿨 데님 청바지랑 시원한 여름 바지, 2벌을 샀는데 5만4천원. 와 진짜 싸네요. 다음에도 또 들르고 싶어요. 모다 아웃렛.
다시 차를 타고 안면도로 갑니다. 그날의 강의장이 있는 리솜에 들러 셀카 한 장 찍습니다. 강의 전에는 항상 스타일 체크를 합니다.
강의를 마치고 꽃지 해수욕장 근처 펜션에 왔어요. "고양이를 키우시네요?" 펜션 사장님 말씀. "우리가 간택 당한 거예요. 2년 전에 내려왔는데요. 어느날 찾아와서 계속 지내고 있어요. 낮에 종일 돌아다니다 배고프면 와서 사료를 먹죠."
아, 참 좋은 팔자네요. 먹고 살 걱정 안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갑자기 벌렁 드러눕습니다. 저렇게 바닥에서 구르는 건 등이 가렵다는 뜻이지요. "어이, 젊은이. 등 좀 긁어봐." 네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바로 긁어드립니다. 처음 본 고양이와 이렇게 스킨십을 나누는 순간이 즐거워요.
어쩌면 저도 길고양이입니다. 나에게 직장은 집사이지요. 먹거리와 잠잘 곳을 마련해주는. 집사를 만난다고 해서 내 안의 야생성이 죽지는 않아요. 밤이 되면 마실도 다니고, 길냥이들이랑 어울리기도 하거든요. 집사랑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집사가 길냥이인 내 목에 목줄을 걸고 자유를 구속할 때지요.
2015년 부당한 인사발령이 나는 순간, 깨달았어요. '이 순간부로 회사와 나의 계약은 깨졌다.' 나는 회사를 위해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높은 분들은 그런 제가 괘씸했나봐요. '아, 다시 자유인으로 살아야할 때가 왔구나.' 원래 저는 통역대학원을 나와 평생 프리랜서로 사는 게 꿈이었는데요. 나이 서른에 MBC라는 참 좋은 집사를 만나 오랜 시간 같이 지내게 된 거지요. 이제 다시 길냥이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은퇴 후 저는 본성에 충실한 삶을 삽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가고 싶은 곳에 다닙니다. 외로운 길냥이지만, 불행하지는 않아요. 매일 매일 설렘을 찾아 다니며 사니까요.
그날 저녁은 딴뚝식당 영양굴밥을 먹었어요. (13,000원) 맛있네요.
해질 무렵 산책을 갔는데요. 많이 덥네요.
다음날 아침에 걸을 산책 코스를 미리 찜해놓고요.
다음날 오전 6시부터 태안 해변길을 걷습니다. 여름에는 더워지기 전에 걷는 게 상책입니다.
제주 올레길이 뜨고 난 후, 전국 각지에 가면 이런 산책로가 생겼어요.
저처럼 걷기 여행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제 전국이 걷기 천국입니다.
식당 문 열 시간에 맞춰 아침 먹으러 갑니다.
아침은 딴뚝식당 새우밥(13,000원), 다 맛있네요. 저는 여행 가면 서울에선 접하기 힘든 메뉴를 시킵니다.
9시 개장 시간에 맞춰 안면도 자연휴양림에 갑니다.
저는 숲속 산책로를 좋아해요.
예전부터 오고 싶었지만, 어린 딸들이 바닷가 갯뻘 체험을 더 좋아해서 이제야 왔네요.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에요. 아이들 다 크고 혼자 다니는 것도 재밌네요.
다음엔 안면도 수목원에도 오고 싶어요.
그날 점심은 용인에 있는 타이씨암 레스토랑에서 먹었는데요. 가게가 예뻐서 다음에 또 오고 싶네요.
뿌팟퐁 커리, 맛있네요.
기업 연수 갔다가 인사부 직원과 이런 대화를 나눴어요.
"누가 일류인가요?"
"일류는 모순적입니다. 작고 가벼운데 성능은 더 뛰어나죠. 가격은 싼데 혜택은 더 많아요. 이렇게 모순적인 상품이나 서비스가 일류입니다."
오, 오늘도 대화를 통해 한 수 배웁니다.
저는 이렇게 구분합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삼류, 해야 할 일만 하는 사람은 이류, 하지 않아도 되는 일도 하는 사람은 일류.
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하며 살고 싶습니다. 공대생인데 영어 공부를 하고, 방송사 피디인데 매일 블로그를 하고, 독서광인데 춤을 추러 다니고. 모순적인 삶이지요. 일류인지는 모르겠고요. 다만 이런 삶이 제게는 하루하루 즐거움의 연속입니다.
노는 걸로 초일류 은퇴자가 되는 게 꿈입니다. ^^
다음 여행기로 또 찾아뵐게요~
(블로그 댓글에 스팸이 많이 와서 관리를 하다 제가 실수로 엉뚱한 분들을 차단한 것 같습니다. 설정을 바꾸었으니 다시 시도해주시고요. 그래도 안 되면, 아이디를 바꿔보셔도 좋습니다. 그것도 안 된다면, 네이버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셔도 됩니다.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https://blog.naver.com/minsik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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