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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부산 영도 여행

by 김민식pd 2024. 5. 22.

5월 17일 아침에 김해경제포럼에서 조찬 강연을 했습니다. 아침 7시 30분 일정이라 전날 미리 내려가 부산 영도 걷기 여행을 다녀왔어요. MBC에 다닐 때는 연차를 쓰고 지역 강의를 다녔습니다. 기껏 휴가를 냈는데, 강의만 딸랑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건 아까웠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기차역 근처 여행 코스를 찾아봤는데요. 그러다 발견한 코스가 영도 산책로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해운대나 광안리는 다 부산역에서 멉니다. 영도는요, 부산역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 떨어진 남포역에서 내려 영도대교를 건너가면 바로입니다. 영도에는 멋진 카페도 많아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건 해안 산책로 걷기입니다.

절영 해안산책로를 걷습니다.

원래는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태종대까지 가는 코스인데 하필 그날따라 공사를 하네요. 우회해서 계단을 올라갑니다.

계단을 오르니 흰여울 문화마을이 있는데요. 산토리니처럼 바닷가 전망을 자랑하는 예쁜 가게도 많아요. 산토리니보다 한적하고 물가는 훨씬 싸고요. 다음에는 여기서 느긋하게 쉬었다 가도 좋겠네요. 왜 여기를 이제껏 몰랐을까요? 늘 저 아래 해안산책로로만 다녔으니까요. 이래서 때로는 삶의 경로에서 잠깐씩 이탈해봐야 합니다. 늘 하던 것만 하고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 길어요. 

여행자들이 지나다니는 골목 한쪽에서 낮잠자는 고양이가 있어요. 쌕쌕 잘도 잡니다.

문득 며칠 전에 다녀온 한양도성 순성길 낙산코스가 생각나네요. 4호선 혜화역에서 올라가고요. 

산책로에서 만난 고양이랑 친해졌어요. 동네 어르신입니다. "어이, 젊은이, 등 좀 긁어봐." 네! ^^

목이 마르신지 식수대 위로 폴짝 뛰어오르시기에 버튼도 눌러드렸어요. 고양이들이 사람을 저렇게 믿는 건, 그동안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잘 해주었기 때문이죠.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를 보면, 사람들의 선의를 확인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공사구간이 끝나는 지점을 지나 피아노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바닷가 터널을 지나 계속 걸으면

본격적인 바닷길이 나오는데요. 계속 걸어가면 태종대가 나옵니다. 

잠시 그늘에서 쉬기도 하고

파도 소리 들으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며 걷습니다. 3시간 정도 걸은 후, 숙소로 갑니다. 

다음날 아침, 강연장으로 가는데요. 엘리베이터 안에 두 장의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있네요. 마침 제가 좋아하는 장동선 박사님도 이곳에서 강연을 하셨군요.

'뇌과학자 관점에서 보는 AI 시대에 창업자가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라니, 저도 듣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도 '예능 피디 관점에서 보는 고령화 시대에 인생이모작으로 일과 놀이와 공부를 일치시키는 방법'이라고 강의를 홍보해야겠어요. ^^ 

그날의 강연 분위기는 유독 좋았어요. 금요일 오전 7시 강연장을 찾는 분들은 부지런한 분들입니다. 자기계발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저는 그런 분들과 궁합이 잘 맞아요. 제 인생의 전환점은, 시간에 대한 개념을 바꾼 순간입니다.

군대 입대할 때 선배들이 그랬어요. "어차피 남자 인생에서 군대 2년은 버리는 시간이니까, 탈  없이 건강하게 마치기만 하면 된다." 문득 생각해봤어요. '남들이 다 버리는 시간이라 여기는 군복무 기간에, 무언가 특기 하나를 만든다면? 이를테면 군대에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영어 회화책을 외우면? 그럼 따따블로 남는 장사가 아닐까?' 그게 제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 지점입니다. 인생에서 모두에게 공평한 자원은 시간이고요.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로 삶의 향방은 달라집니다. 그후 저는 출퇴근 시간에 전철에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며 일본어 회화를 소리내어 외우는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데 최선을 다합니다. 아침 시간을 이용해 조찬 강의를 들으러 다니는 부지런한 분들과 저는 코드가 잘 맞아요. ^^    

강의를 마치고 부산역에 도착하니 예매해둔 열차 시간보다 3시간 일찍 왔어요. 빠른 시간대로 변경하려고 보니, 금요일이라 서울 가는 모든 SRT 열차가 다 매진입니다. 괜찮아요. 마침 부산역 근처에는 제가 좋아하는...

북두칠성 도서관이 있거든요. 

만화 코너에 <하이큐!>도 있어요. 얼마 전에 영화관에 갔더니 극장판을 개봉했더라고요. 심지어 흥행 순위 2위였어요.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만화인데, 인기가 많나 보네?' 마침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기에 읽어봤어요. 재미있네요. 저는 남들이 재미있어 하는 건 다 해보자는 주의입니다. 그러기 위해 제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시간, 즉 오래 살기 위한 노력이지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살기 위해 독서와 걷기 여행을 생활화합니다.

그날 강의 시간에 어떤 분이 이렇게 물으셨어요. 

"어른으로 살기 참 힘든 시대입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참 어렵습니다. 자칫 잘못 말을 하면 꼰대가 되기 십상이니까요. 이런 시대에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김경록 저자가 쓴 <6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을 소개했습니다. 60년생이 태어났을 때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70달러 정도였어요. 이제 60년대생이 은퇴할 나이가 되니 GDP가 3만2천불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중진국으로 경제 도약을 하고, 이제 세계 10대 선진국의 일원이 되었어요.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비약적인 발전을 함께 경험한 세대가 드물어요. 저는 이제 60년대생들이 평생 일하며 깨달은 것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서로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저는 그 질문을 선생님이 화두로 삼고 앞으로 몇년 동안 계속 공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민하고 답을 찾고 글을 쓰고 책을 내시는 거죠. 그리고 언젠가 10년 후 이 자리에서 강의하시길 바랍니다. 김해경제포럼에 있어 성공이란, 이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이 언젠가 책을 내고 이 자리에 서서 저자 강의를 하는 게 아닐까요?"

질문에 대한 답이 너무 옹색한가요? 좋은 어른이 되는 방법을 저도 알지는 못합니다. 참 어렵더라고요. 다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더 깊고 넓어지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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