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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휴가 + 재앙 = 모험

by 김민식pd 2024. 5. 31.

과학 기술 문화 잡지 《와이어드》(Wired)를 창간하고 IT계의 혁신가로 이름을 날리며 《뉴욕타임스》로부터 ‘위대한 사상가’로 선정되기도 한 미래학자 케빈 켈리가 일과 삶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들을 간결하게 정리해 엮은 책이 있어요. 제목은 <현실적인 인생 조언>. 68번째 생일날, 케빈 켈리는 그의 자녀들을 위해 그간 살아오며 깨달은,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삶의 지혜에 관해 블로그에 썼는데요. 그 글이 화제가 되면서 결국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실용적이면서도 낙관적인 관점이 돋보이는 450가지 조언들은 일과 생활, 가족과 인간관계, 부와 성공, 꿈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여행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특히 좋았어요.

‘물건을 손에 넣는다고 해서 깊은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경험을 얻으면 깊은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저는 평생을 소유보다는 존재 양식에 집중하며 살아왔습니다. 내가 가진 물건보다, 내가 해본 다양한 경험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런 경험 중에서 압권은 여행입니다.

‘휴가 + 재앙 = 모험’

이 짧은 단어의 조합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저는 여행을 떠날 때 완벽한 일정 계획표를 짜지 않습니다. 항상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고 하지요.

‘여행의 즐거움은 짐의 크기와 반비례한다.
배낭여행의 경우 100퍼센트 그렇다.
꼭 필요한 것이 얼마나 적은지 깨달으면 자유로워진다.’

맞아요. 저는 한 달간 트레킹을 떠날 때도 배낭의 무게는 7킬로그램 정도에 맞춥니다. 짐을 싸고 배낭을 메고 체중계에 올라서요. 만약 7킬로를 넘어가면 그때부터 짐을 줄입니다. 배낭여행을 다니며, 삶에 필요한 물건을 그리 많지 않다는 걸 늘 깨닫습니다. 

‘입사 지원자의 추천서를 확인할 때 고용주가 부정적인 언급을 꺼리거나 금지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지원자를 매우 훌륭한 인재로 강력히 추천한다면 답장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거나 보내라. 회신이 오지 않으면 부정적인 답변으로 간주하라.’

저는 이 대목을 읽고 문득 리뷰의 개수가 중요한 이유가 떠올랐어요. 저는 온라인 예약 사이트를 이용하고요. 여행이 끝나면 사이트에서 메일이 옵니다. 제가 묵은 숙소에 대해 리뷰를 남겨달라고요. 저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을 때만 답을 합니다. 굳이 부정적 평가를 남기지는 않아요. 누군가에게 칭찬을 해야 할 때는 반드시 정확하게, 세세하게, 빠르게 하고요.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할 때는 최대한 오래 고민하고, 가급적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합니다. 긍정적인 반응을 할 때는 즐거워요. 하지만 부정적인 리뷰를 남길 때는 나도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굳이 시간을 들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러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저는 리뷰의 내용보다 개수를 봅니다. 리뷰가 많다는 건 긍정적인 경험을 한 이용자가 많다는 뜻일 테니까요.

‘호텔 객실에서는 모든 물건을 서랍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어라. 이렇게 하면 호텔에 물건을 놓아두고 오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충전기 같은 것을 구석에 두어야 한다면 큰 물건 두어 개도 함께 놓아두어라. 물건 세 개를 놓고 올 가능성이 한 개를 놓고 올 가능성보다 낮기 때문이다.’

생일날 자녀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을 모아뒀다더니 정말 이런 꿀팁까지 주시다니! 앞으로 여행 다닐 때 참고해야겠어요. (저 은근 자주 뭐 두고 오거나 잃어버리거든요. ^^)



‘현재 사는 도시나 지역의 최신 관광 안내서를 구입하라. 1년에 한 번씩 관광객 노릇을 해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건 제가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에서도 추천한 방식인데요. 여행이란 낯선 곳을 다니는 것도 있지만, 익숙한 장소를 낯선 시선으로 보는 것도 포함되거든요.

‘기념물 옆에 있는 명판은 항상 읽어라.’

이것도 저의 오랜 습관입니다. 심지어 서울을 걷다 성곽길에 있는 안내판이나 선릉에서 보는 명판도 꼭 읽습니다. 의외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장거리 하이킹을 준비할 때는 어떤 종류든 신던 신발이 새 신발보다 낫다.
장거리 하이킹을 하면서 신발을 길들이려 하지 마라.’

2011년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도, 2015년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도, 저는 같은 신발을 신고 다녔어요. 특히 많이 걸어야 하는 여행에서는 새 신발보다는 익숙한 신발이 좋습니다.

‘삶에 갇혀 있다면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본 적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 보라.’

2017년 회사 생활이 한참 힘들 때, 저는 탄자니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유럽 여행자들이 추천한 잔지바르 섬에 가보고 싶었거든요. 생소한 이름의 도시 다르에스살람에서 한적한 워터 파크에 갔고요. 그곳에서 찍어 올린 동영상이 훗날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의 영감을 주었어요. 그래서 저는 저 조언의 효능감을 직접 맛을 봤지요.

매일 매일 단조로운 일상이 이어져 삶이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그때가 바로 떠나야 할 때입니다. 두렵다면 ‘현실적인 인생 조언’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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