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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우울할 땐, 운동의 즐거움

by 김민식pd 2024. 4. 12.

우리는 항상 새해 결심으로 운동을 해야겠어! 올해는 기필코 다이어트에 성공하겠어! 라고 마음을 먹는데요. 막상 날이 추워 밖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고, 하루 이틀 빠지다 보면 각오가 무뎌지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추워서 안 나가고, 바빠서 안 하고, 피곤해서 쉬면, 몸과 마음의 건강은 조금씩 무너집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운동은 하기 힘들까, 오늘은 뇌과학의 관점에서 운동을 도와주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운동의 뇌과학> (제니퍼 헤이스 지음, 이영래 옮김, 현대지성)

뇌과학을 연구하는 저자가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좀 특별합니다. 학창 시절부터 특정 생각이나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정신질환인 강박장애를 앓았는데요. 이런 증상은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 심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자전거를 탔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지면서 강박장애가 줄어드는 걸 느낍니다. 운동을 하면 우울감을 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씩 운동량을 늘리다 어느덧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게 되고요. 완주의 기쁨과 함께 마음의 병도 말끔히 나았답니다. 우울증에는 운동이 최고의 처방이라고요.

운동이 힘든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째, 뇌는 게으름을 좋아합니다.

뇌는 게으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게으르다기보다 검소하지요. 뇌는 모든 자발적 운동을 불필요한 지출로 생각합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만 몸을 움직여요. 수십만 년 동안 수렵채집을 하던 시절, 인류는 움직이지 않으면 굶어 죽었어요. 양껏 먹기 어려운 시절이었기에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평소에는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살았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냥이나 채집을 하지 않고도 먹고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어요. 하루 종일 꼼짝하지 않고 앉아서 일하고요, 움직이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어요. 이 때문에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이제 우리는 다시 살기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새해에 운동 결심을 해도 시간이 갈수록 의지는 약해집니다. 게으른 뇌를 움직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운동 계획을 세우고요, 하루 일정을 짤 때 운동을 반드시 계획에 포함시킵니다. 하루 중 여유가 생기면 가장 먼저 운동부터 합니다. 저는 아침에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낮이나 저녁 시간에는 바쁜 일이 생길 수 있어 건너뛰고 싶은 유혹이 생겨요. 하지만 아침에 운동 계획을 잡으면 실천하기 쉽고요, 혹 바빠서 못하더라도 낮이나 오후로 일정을 옮겨 기어이 실천하게 됩니다.

둘째, 운동은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근육을 자극하는 운동은 스트레스를 가져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스트레스 반응은 역경에 뇌를 대비시키고 신체를 강하고 탄탄하게 합니다. 운동능력만 향상시킬 뿐 아니라 삶의 고난을 더 쉽게 극복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강인한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다만 운동이 지나치면 스트레스 누적으로 알로스타틱 부하(allostatic load)가 옵니다. 더 튼튼해지지 않고 오히려 약해집니다. 따라서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힘든 운동 사이에 적절한 휴식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합니다.

제가 퇴직 후, 회사에 가지 않으니 울적하고 허전했어요. 그래서 일과 시간에 운동을 계속했어요. 아침에는 탁구장으로 출근해 3시간씩 공을 치고, 오후에는 피티 수업을 받고, 저녁에는 줌바 댄스를 했어요. 운동을 꾸준히 하니 살은 좍좍 빠지는데 정작 근육량은 늘지 않더군요. 알고 보니 운동이 과했던 탓에 오히려 몸이 축나고 있었어요. 이제 저는 탁구를 그만두고 근력운동도 하루 하면 하루는 쉬는 식으로 휴식을 꼭 챙깁니다. 운동, 한 번에 많이 하는 대신, 조금씩 꾸준하게 하는 게 답입니다. 

셋째, 뇌는 부정적인 기억에 민감합니다. 

운동을 하다 통증을 겪으면 그 부정적인 기억 때문에 운동을 멀리하게 됩니다. 통증은 우리의 몸을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강력한 방어 체계입니다.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통증의 목적인데요. 두려움이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데 도움을 주고, 통증은 위험 요소를 빠르게 인식하게 해줍니다. 두려움과 통증이 서로 정보를 공유합니다. 그래서 두려울수록 통증이 더 커집니다.

운동을 하고 통증을 겪어본 사람들은 운동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고 운동을 점점 더 멀리합니다. 만성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말이지요. 운동이 통증을 악화시킬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플라시보의 반대말,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부작용에 대한 염려와 같은 부정적인 믿음이 실제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현상입니다.

두려움이 통증을 유발한다면, 반대로 두려움을 줄여서 통증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입니다. 실제로 통증이 감소 될 만한 치료법이 아니어도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운동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긍정적인 태도를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의 효능을 믿는 사람은 더 건강해지고요, 운동이 고통을 불러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만성 통증에서 시달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정신질환의 진짜 원인은 뇌의 염증에 있습니다. 염증은 면역세포가 감염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때 나타나는 반응입니다. 염증은 뇌를 포함한 모든 신체 부위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뇌에 염증이 생기면 스스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었다고 생각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이며 우울에 빠집니다. 아플 때 혼자 집안에 틀어박힌다고 생각해봐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가 이루어지고 질병 확산을 방지하므로 사회적으로 대단히 이롭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뇌를 통해 이루어지는 셈이지요.

뇌의 염증을 치료하고 건강을 회복하면 환자는 다시 밝고 사교적인 사람이 됩니다. 만약 완치 후에도 나가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의기소침하고, 우울함에 빠져 사람을 피하는 생활이 몇 개월 동안 이어집니다. 그 끝에는 정신뿐 아니라 몸에서도 이상 신호가 발견됩니다. 몸과 마음에 생긴 염증으로 기분은 더 우울해지고 건강한 삶은 점점 더 멀어집니다.

우울할 때, 일단은 집에서 혼자 쉬면서 기력을 회복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울이 너무 길어진다면, 조금씩 나가서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운동에는 소염 효과가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은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특수한 사이토카인을 분비합니다. 운동할 때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합니다. 하지만 운동을 마치면 곧바로 신체에 청소 작업반을 보내 염증이 일어난 부분을 치웁니다. 이 작업반은 운동으로 생긴 모든 염증뿐 아니라 기타 해로운 요인들까지도 철저히 제거합니다. 꾸준히 운동을 할수록 이들의 작업은 더 완벽해지고, 신체에는 염증이 줄어들게 됩니다.

모든 운동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혼자 등산하기, 친구들과 자전거 타기, 시원한 수영장에서 잠수하기, 무거운 역기를 들어 올리기 등 운동을 할 때는 우리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 화학 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운동은 도파민을 기준치의 130퍼센트로 증가시킵니다. 이는 맛있는 식사가 주는 도파민 증가치와 같습니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노인들에게 운동을 통해 사교의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역마다 노인을 위한 걷기나 달리기 클럽 혹은 노인 전용 체육관이 있어야 합니다. 수강료도 저렴하고 난이도도 적당하면 더 많은 노인들이 운동하게 될 것입니다. 대개 노인들은 나이 든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는 또래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웃고 친목을 도모할 기회가 많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가족처럼 친밀하게 함께 운동하는 친구가 있다면 노인은 운동을 꾸준히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보다 안정적이고 사회적인 삶을 누리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뇌를 비롯한 신체 건강도 좋아지고요. 운동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나이 들수록 줄어드는 사회적 교류를 긍정적인 방법으로 늘려주는 것이지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는 노인은 외로움을 덜 느낍니다. 치매 예방에도 운동은 탁월한 효과를 보입니다.

모쪼록 운동과 함께 장수의 즐거움을 오래오래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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