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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중독 경제의 시대

by 김민식pd 2024. 7. 19.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요? 게임, 콘텐츠, 소비 등 갈수록 중독의 대상이 늘어나는 요즘, 자신의 삶을 중독으로부터 지키는 삶 아닐까요? 뇌에는 사람들이 보상받을 때나 보상받으리라 기대할 때 활성화되는 보상회로가 있어요. 이곳에 자극을 받으면 사람들은 쾌감을 느끼고, 자신에게 쾌감을 준 대상을 향해 강한 욕구를 갖습니다. 보상회로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그 대상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어떻게 해서든 그 대상을 다시 획득하도록 사람의 몸과 마음을 조종합니다. 즉 사람을 중독 addiction에 빠지게 만들죠. 어떻게 하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늘은 그 답을 한 권의 책에서 함께 찾아볼까 합니다.

<호모 아딕투스> (김병규 / 다산북스)

원래 사람들의 보상회로를 강하게 자극하는 중독성 물질들은 가격이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기름진 음식이나 달콤한 음료도 보상회로를 자극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습니다. 알코올은 사람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중독 물질이지만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온종일 술만 먹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의 인정이나 칭찬도 뇌를 즐겁게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므로 도중에 그만두기 쉽습니다. 아무리 보상회로를 자극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 사람의 손에 자신의 보상회로를 언제 어디서든 자극할 수 있는 스위치가 하나씩 쥐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타인의 칭찬 글로 넘쳐나는 소셜미디어, 자극과 쾌감을 주는 수많은 동영상 콘텐츠와 게임, 커다란 할인과 깜짝 선물을 받을 수 있는 쇼핑 앱 등 사람의 뇌를 달콤한 유혹에 빠뜨리는 것들로 가득한 스마트폰입니다. 디지털 기기는 계속 사용한다고 해서 배가 부르거나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몸에 안 좋거나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남녀노소 누구나, 돈이 많든 적든 모든 사람이 수시로 자신의 보상회로를 자극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바야흐로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보상회로를 수시로 자극하고 중독에 빠지는 시대, 그와 동시에 더 큰 이익을 얻으려는 욕망 탓에 서로가 서로에게 더 강력한 중독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활용할 방법을 발명해내는 호모 아딕투스Homo addictus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 그리고 자본주의와 결합된 중독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중독성으로 우리의 관심과 시간, 돈, 심지어 욕망까지 종속시키고 있습니다. 누구도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여러분, 옛날에 낮에는 TV 방송을 하지 않았던 것 기억하세요? 제가 어렸을 때 만화영화는 오후 5시경에 하루 30분만 방송했어요. 그게 끝나고 나면 어린이가 보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스마트폰에서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끝도 없이 이어서 볼 수 있는 시대에요. 재미난 것도 너무나 많고요. 

일부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 세대를 보며 의지가 약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시대가 변해서 그래요. 과거에는 별다른 유혹거리가 없었기에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집중하기가 수월했습니다. “나는 너만 할 때 책을 읽었어.” 네, 그때는 독서 말고는 따로 취미 생활할 게 없어서 그랬던 거예요. 중독경제 시대에 젊은이들은 수많은 유혹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은 끊임없이 광고를 보여주고, 알림 메시지는 수시로 울리면서 잠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합니다.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오랜 시간 집중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한 시대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집중을 잘 하는 사람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될 것입니다. 중독경제 시대는 집중이 어려운 시대거든요. 집중이 어려우면 당연히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거나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어렵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기도 어렵고, 자아 성찰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중독경제 시대에는 집중력이 곧 업무와 생활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디지털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디지털 기기를 아예 사용하려 하지 않거나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기도 합니다. 자녀들이 디지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게 막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디지털 기기는 많은 편리와 혜택을 줍니다. 스마트폰 앱 덕분에 업무나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와 정보를 무료로 쉽게 즐길 수 있으며,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기 마련이지만, 중독에 대한 염려 때문에 디지털 기기가 주는 여러 좋은 점을 애써 거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중독경제가 주는 혜택은 모두 누리면서 중독에는 빠지지 않는 것이겠죠.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자율적인 컨트롤입니다. 디지털 기기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의지로 언제 그리고 무엇을 위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걸 도와주는 3가지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첫째, 트리거를 제거하라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중요한 문자나 연락을 받습니다. 그래서 알림 소리나 진동이 울리면 사람의 뇌는 하던 일을 멈추고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에 모든 주의를 집중합니다. 알림 신호가 사람의 뇌에 중요한 트리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확인해보면 대부분의 알림은 할인 광고나 배송 완료 메시지처럼 중요하지 않은 내용들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모든 앱의 알림을 꺼놓습니다. 심지어 메신저의 알림까지도 꺼놓아서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낸 사실조차 온종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메시지를 제때 확인하지 않아서 생기는 손실보다, 온전히 집중할 때 생기는 이득이 더 크기에 기꺼이 알림을 꺼놓은 채 생활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스마트폰을 평소 무음으로 해두고 생활합니다. 책을 읽고, 길을 걷고, 글을 쓰고, 제게는 다 소중한 일상입니다.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하고요. 잠깐씩 쉴 때 스마트폰을 보고 그 사이에 온 연락을 확인합니다. 그렇게 살아도 별로 불편함은 없습니다. 

둘째, 건강한 중독을 찾아내라
디지털 중독을 관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중독을 보다 건강한 중독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뇌는 본래 중독에 취약합니다. 기분을 좋게 하거나 행복감을 주는 것들에 본능적으로 중독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대상에 중독됩니다. 달콤한 디저트에 중독되고, 술에 중독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중독됩니다. 중독 자체를 피하기 어렵다면 중독의 대상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독경제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독서와 글쓰기, 걷기 같은 습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합니다. 건강한 중독을 만들어 해로운 중독을 피하는 거지요.

셋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라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에 쉽게 중독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목적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목적이 없는 시간이란 주어진 기간 동안 반드시 끝내야 할 임무가 없는 시간을 말합니다. 이런 시간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즐거움을 찾습니다. 이때 손쉬운 방법을 찾다 보니 스마트폰 앱에 쉽게 중독됩니다.

아침마다 일어나 저는 ‘오늘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지금 이 순간 가장 나를 설레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봅니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오늘 내게 주어진 시간이 제 삶의 마지막 시간이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하면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집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뉴스를 보거나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책을 쓰거나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다니고 싶어져요.

얼마 전 TV에서 온라인 도박에 중독된 청소년들의 삶에 대한 방송을 봤는데요. 호모 아딕투스의 시대, 중독 경제의 시대, 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해 슬기로운 고민을 하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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