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현명하게 나이 들어가는 삶 아닐까요? 인류 역사상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이제 우리는 노후의 삶을 공부해야 합니다. 어떤 분에게 배우면 좋을까요? 유튜브 영상을 보니 우리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보고 자신이 배운 점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는 분들이 많더군요. 영상에서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신 장성숙 선생님의 강연을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어른이라 여겨 책을 찾아봤습니다.
<나는 현명하게 나이들고 싶다> (장성숙 지음 / 비타북스)
40년간 상담사로서 사람들을 만나고 70년간 인생을 살아온 저자가 풍요롭고 의미 있게 인생을 사는 법에 대해 알려주십니다. 인생을 3개의 시기로 나눠, 배우고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삶의 초반부 30년, 왕성하게 활동하며 자녀를 키우기에 여념 없는 삶의 중반부 30년, 마침내 다가온 삶의 후반부 30년, 각 시기마다 당면한 인생 과제를 현명하게 풀어갈 수 있는 명쾌한 인생 솔루션을 제시합니다.
뭐가 뭔지 모르는 삶의 초반부를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기 자신을 기꺼이 끌어안는 법”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서울에 처음 올라온 스무 살에 저는 열등감이 심했어요. 서울에 오니 모르는 사람에 천지에 모르는 것투성이더라고요. 경상도 사투리도 심하고, 외모에 대한 열등감도 좀 있었고요. 그 시절, 저는 책을 읽으며 조금씩 자신감을 키웠어요. 책을 보니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더라고요.
부모님은 고향에 계시고 서울에 와서 홀로서기를 해야 하기에 우선 나 자신을 챙겨주기로 했어요.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항상 누군가 나를 아껴주고 보살펴주는 이가 있지만,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20대부터 건강을 항상 챙겼어요. 혼자 사니까 아플 때 제일 서럽더라고요.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청년기에는 나를 존중하고 아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는 삶의 중반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역량에 따라 다르게 펼쳐집니다. 이때 행복을 가름하는 건 다름 아닌 측근과의 관계에 있어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값집니다. 평화로운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러려니 하는 태도와 곱게 말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아이를 기르느라 힘든 어머니들에게는 좀 더 현실적으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과도한 학업은 아이에게 지겨움을 남겨 도리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어요. 설사 실력을 갖출지라도 억지로 하는 과정에서 의욕을 잃는다면 더 큰 손해를 입습니다. 자녀가 마냥 찧고 까불도록 허용하고 크게 탈선하지 않도록 방지해주는 부모가 가장 좋은 부모입니다. 다소 실력은 떨어지더라도 기가 살아 있으면 어디서든 주도적으로 살 수 있거든요. 다른 무엇보다 긍정적인 성격 형성이 삶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사람들이 우르르 정신없이 좇는 대세를 따르기보다 자녀의 행복을 위해 그것을 거스를 수 있는 용기에 있습니다. 아이의 영어 실력을 키워주는 것보다 밝고 쾌활하게 자라도록 좋은 토양과 울타리를 마련해주는 게 으뜸가는 부모의 역할입니다.
저자를 찾아 상담실에 오는 많은 이들이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사람마다 자기 나름의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것을 그냥 봐주지 않으면 수시로 마찰하게 되니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 주세요. 누구든 결국에는 순한 사람을 좋아한다고요.
이 세상의 특징은 다양성입니다. 생김새도 각양각색이고, 안목도 제각각이고, 기호도 다 다릅니다. 이토록 제각각인 세상살이에서 욕심을 부리며 자신의 기대 대로 배우자나 자녀를 변화시키려 했다가는 서로가 괴로울 뿐입니다. 안 되는 것은 별도리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다다랐을 때는 밑도 끝도 없이 고민할 게 아니라 단순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 그것에 충실한 게 상책입니다. 살다 보면 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답을 찾으려 할수록 점점 더 생각의 미로에 빠져 맴맴 도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저는 드라마 촬영 회의를 하다 막혀서 답답할 때, ‘우리 잠깐 쉬었다 합시다!’하고는 나와서 잠시 걷습니다. 그러다 보면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적어도 맑은 공기를 마시며 몸의 긴장을 풀어줄 수는 있습니다.
마침내 삶의 후반기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마침내 삶의 후반기를 맞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제야말로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되었으니 기뻐하십시오.”라고 말하고 싶다. 잘 살았든 못 살았든 모든 것을 뒤로하고 여유를 맞이하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이제야말로 자유를 구가하며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한 셈이다. 안달하며 경쟁하거나 책무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지난 삶을 하나의 의미로 묶어낼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다. 굳이 마음을 다잡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게 가능하고, 애타게 원하는 게 없어진 덕분에 되어가는 대로 바라볼 수 있다. 그리하여 나도 편하고 주위도 편하니 이것이야말로 나이와 세월이 주는 선물이지 싶다.’
장성숙 선생님은 70세의 나이에도 성장하는 기쁨에 늙어가는 것을 잊고 산다고 하십니다. <백살까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을 쓰신 이근후 선생님은 책의 추천사에서 이렇게 쓰셨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은 고통스럽고 슬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과 슬픔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연습이 필요하다. 노인이 되어 이 책을 읽으면 늦다. 노인이 되기 전 저자가 제시하는 많은 사례를 젊을 때부터 읽으면 노후는 즐거울 것이다.’
예전에 이근후 선생님의 책에서 읽은 글이 떠오릅니다.
‘나이 들면 건강이나 돈에 미련을 갖는 대신, 좋은 관계에 집중하자.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불안해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하루하루 재미나게 살면, 백 살까지 유쾌하게 살 수 있다.’
잘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관계의 풍요로움을 지녔는지의 여부로 측량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측근 사람들에게 인색하게 굴어 주위에 사람이 없다면, 그 인생은 성공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조금 손해 보듯 후하게 대하는 게 잘 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며 제 자신을 좀 더 돌아보게 됩니다. 평생 짠돌이로 살면서 오로지 아끼고 모으는 데만 집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나이 들어가면서 좀 더 후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요즘 저는 근력운동을 열심히 합니다. 작년 연말에 바디 프로필을 찍어보고 느꼈어요. ‘아, 아직 부족한 점이 많구나.’ 괜찮아요. 나는 나이 들수록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는 게 목표니까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며 거울 속 나 자신의 모습을 수시로 확인해봅니다. 어쩌면 나 나르시시즘에 빠진 게 아닐까? 싶은데요. 장성숙 선생님이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을 소개해주십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평생을 통한 자신과의 연애다.’
네, 남은 평생 제 몸을 보살피고 아껴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짠돌이 독서 일기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후의 인지적 건강을 위하여 (13) | 2024.11.01 |
---|---|
100세 시대, 질병과 함께 살아가기 (9) | 2024.10.18 |
중독 경제의 시대 (15) | 2024.07.19 |
우울감을 어찌할 것인가 (9) | 2024.05.20 |
우울할 땐, 운동의 즐거움 (12) | 2024.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