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요?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삶일까요? 사람의 몸은 부족하고 불완전해서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질병과 함께 살아갑니다. 어쩔 수 없다면 좀 더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자고 말씀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책을 소개합니다.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이승훈 / 북폴리오)
저자이신 이승훈 선생님이 방송에 출연해 스스로 진단한 병이 스무 가지가 넘는다고 얘기한 적이 있답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았어요. ‘병이 많은 개인사가 있으신 분인가?’ ‘의사가 자기 병을 스스로 진단했다고 하니 멋있네.’ 등등. 그런데요, 방송에서는 편집된 부분이 있답니다. “사실은 여러분들도 모두 다양한 병이 있어요. 많은 병을 가진 사람도 있어요. 다만 자신이 모를 뿐이에요.”
질병이란 무엇일까요? 질병이 사람에게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질병은 지극히 자연적이고 과학적인 현상이고요, 누구나 걸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갑자기 고혈압이나 당뇨에 걸릴 수도 있고요. 살아가면서 모두 다양한 질병에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병이 없어도 생활이 몹시 괴로운 사람도 있고, 뇌졸중 같은 병을 갖고도 행복한 노후를 지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중요한 건 질병의 유무가 아닙니다. 심각한 질병은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이 질병에 걸렸다면 충분히 치료하고 건강하게 살 기회가 있습니다. 우리는 병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까요.
질병은 왜 생기는 걸까요? 질병 중에서 퇴행성 질환이 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오래 살기 때문입니다. 조선 시대 평균수명은 35세에서 40세 정도였어요. 1900년대 이전 세계의 중심이었던 서유럽의 평균수명도 40에서 50세 수준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40세까지는 몸에서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서 관절염, 피부 노화,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질환들을 겪기 시작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몸은 40세 무렵까지만 튼튼하게 활동할 정도로 설계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고령화의 결과 찾아오는 퇴행성 질환으로 고혈압, 당뇨, 암 등이 있습니다. 암은 면역 시스템의 퇴행성 질환이거든요. 다음으로 뇌졸중, 심근 경색, 말초 혈관 질환 같은 2차성 질환이 있습니다. 이런 질환은 멀쩡한 혈관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와 같은 위험 요인에 수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에서 합병되는 질환입니다.
몇 년 전, 저자가 친한 동료인 암 전문의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적어도 뇌졸중만큼은 절대 걸리지 않게 해줄게.” 뇌졸중은 아무 이유 없이 홀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술, 담배 등의 일상생활의 위험 요인을 관리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합병증입니다. 그러므로 위험 요인 관리만 잘하면 뇌졸중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방세동을 가진 분들은 항혈전제와 함께 각각을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해야 합니다. 물론 위험 요인 발생 초기엔 약물 없이 생활습관 개선을 시도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 약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약을 잘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투약 여부는 처음에 신중하게 결정하되 결정된 다음부터는 확실하게 잘 먹어야 한다는 뜻이지요. 약을 꾸준히 잘 먹는 사람은 위험 요인이 더 발전하지 않습니다. 또 해당 약물 하나로 평생 조절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반대로 약을 적절히 먹지 않으면 고혈압, 당뇨 등이 더욱 나빠지면서 나중에는 약물 하나로 막을 것을 3~4가지를 써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악화하기도 합니다.
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참 독특합니다. 의사가 처방한 필수적인 약은 부작용을 두려워해서 어떻게든 안 먹거나 줄여보려고 하면서도, 보약이라고 소문난 근거 없는 비방이나 건강 기능 식품은 큰돈을 들여서라도 챙겨 먹으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의사가 처방한 필수 의약품은 피하고, 홈쇼핑 광고 약은 사 먹는 것, 비과학적인 행동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하시네요.
뇌졸중의 전조증상에는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1, 의식장애 : 자꾸 잠을 자려는 증상, 잠에서 깨지 못하는 증상
2, 한쪽의 팔다리가 마비된 느낌. 가장 흔하고 가능성이 높은 전조 증상입니다.
3, 발음 혹은 언어장애. 부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하거나 실어증으로 대화를 못하는 상황.
4. 운동 실조와 어지럼증. 힘을 쓰는 것은 괜찮으나 술 취한 사람처럼 정확하게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
5. 시야 장애나 복시. 한쪽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경우.
6. 두통. 평소 느끼는 두통은 해당하지 않고요, 갑작스럽게 발생한 너무 너무 너무 심한 두통. 마치 망치로 맞은 것처럼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최고의 두통일 경우.
이런 증상을 느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해야 할 일, 자신이나 목격자가 119에 연락하고, 편안히 누워서 대기하는 겁니다. 구토를 할 경우, 얼굴을 옆으로 돌려 기도로 흡인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다음으로 하면 안 되는 일. 우황청심환 먹기, 손가락 따기, 자가용으로 병원으로 가기 등이 있습니다.
암을 예방하는 생활습관으로 금연, 금주, 운동 등은 익히 들어왔는데요. 변비가 대장암의 발병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이 책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대장암의 발병과 관련된 발암물질은 명백하게 변에서 노출된 것입니다. 대장에 존재하는 변은 우리가 먹은 음식물 중 소화될 수 없는 불필요한 찌꺼기와 함께 건조 중량의 50퍼센트를 차지하는 박테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몸에서 불필요해 배출되는 물질이라면 쓸데없이 오래 저장하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배출해야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변이 대장에 오래 머무르면 변에 존재하는 여러 물질들과 대장이 불필요하게 접촉하는 빈도도 높아지니까요. 역시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건강의 핵심입니다.
전 세계 암 발생률 1위는 유방암이랍니다. 남자의 경우, 전립선암도 발생률이 높고요.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경제가 발전하고 선진국이 되면서 늘어나게 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유방암 발생률의 위험 인자는 유전, 에스트로겐 과다 노출과 서구화된 식단입니다. 수유 횟수가 적을수록 유방암 발생률이 증가하는데요. 생물학적 출산 적령기인 20대를 넘겨 고연령에 출산하거나 출산과 육아를 하지 않는 경우, 에스트로겐의 지속적 과다 노출을 유발해 유방암 발생률을 높입니다.
남자의 전립선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립선은 성행위와 사정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현대사회로 오면서 남성의 성행위의 빈도가 급감했습니다. 자식의 수도 예전보다 확 줄어들었고요. 성행위는 감소하고 오히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늘었습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2016년에 보건계통 전문가 3만 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 달에 21회 이상 사정을 하는 사람들은 4~7회 사정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전립선암의 발생률이 현저하게 낮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다양한 질병에 걸릴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한 개인으로서 이에 대한 대처 방식을 제대로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질병의 본질이 무엇인지 개인과 인류 집단의 한 일원으로서 최대한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태도를 갖춰야 합니다.
저자는 과거 의과대학교를 다니면서 질병 존재 의의에 대한 의학서의 해설을 보거나 강의를 들은 기억이 없었어요. 대형 서점을 다니며 질병에 대해 서술한 다양한 국내외 교양서적을 뒤져봤지만, 질병의 본질을 고찰하고 이를 받아들여 최대한 건강하게 살아갈 방법에 대해 직관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직접 써보자’란 생각으로, 의사로서 ‘영혼을 갈아 넣어’ 쓴 책이 <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랍니다.
저자 이승훈 교수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을 때 “건강을 챙기기 위한 교수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약을 먹습니다.”라고 답해서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해야 할 일은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부정확하고 얕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어설픈 짐작이 건강을 망치는 원인이라고 합니다. 먹어야 할 약은 철저히 용량, 용법을 지켜서 먹고, 의학에 근거해 권고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며, 검증 안 된 상업적 비과학적 지식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게 건강의 정답입니다.
모쪼록 여러분 모두 오래오래 병을 무서워하지 않고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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