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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튼튼한 허리를 바란다면

by 김민식pd 2024. 3. 15.

예전에 운전하다 신호 대기 중인데 뒤에서 달려온 차가 들이받아 교통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 피디로 녹화하던 날이라 병원으로 가는 대신 촬영장으로 달려갔고요. 치료는커녕 쉬지도 못하고 일하느라 한동안 허리가 아파 고생을 많이 했어요. 허리 통증이 심하니까, 서도 아프고, 앉아도 아프고, 누워도 아프더라고요. 허리 건강이 좋은 삶에 필수요소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허리 통증에 시달리는 분들을 위해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이창욱 / 쌤앤파커스)

저처럼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경우, 제일 좋은 약은 시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몸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거든요. 문제는 오랜 기간 나쁜 습관으로 인해 몸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서서히 망가진 경우입니다. 그럴 땐 빠른 시일 안에 회복하기 힘들어요. 허리 디스크를 치료했을 때 효과가 없다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다양한 원인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평소 바른 자세를 취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내장에 가스를 차게 하는 음식을 되도록 적게 섭취하고 척추를 유연하게 쓰는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움직일 때마다 허리가 아프다고 아예 움직이지 않으면 통증은 더 오래 갑니다. 척추를 움직여주는 운동을 반복해야 허리 디스크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척추를 움직일 때는 움직임의 속도, 범위, 강도, 빈도를 자신의 몸에 맞게 조정해야 합니다. 첫째, ‘속도’는 느릴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움직임을 잘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둘째, 척추 관절의 ‘가동 범위’를 작게 합니다.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면 됩니다. 셋째, ‘강도’는 약한 것이 좋습니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무리하지 않으면 됩니다. 넷째, ‘빈도’는 늘립니다. 아프다고 허리를 고정시키면 오히려 움직임이 없어 통증이 더 악화됩니다.

디스크나 요통 환자들은 주변에서 “허리를 뒤로 젖히는 운동이 답이다.” “허리 디스크 환자는 허리를 구부리면 절대 안 된다.” “허리를 고정하고 허리 주변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잘못되었습니다. 사람마다 척추 상태가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단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몸에 맞게 숙이고 젖히고 척추를 하나씩 움직이는 동작을 해야 합니다.

아픈 허리를 움직이면 통증이 더 심해질까 봐 두려운 마음에 가만히 있거나 시술, 수술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움직임을 방해하는 제일 큰 위험 요인이 척추에 나사못을 박는 ‘척추 유합술’입니다. 척추와 척추 사이에 나사못을 박아 디스크를 제거하고 척추를 묶어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척추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서 디스크를 치료할 최후의 치료 수단을 모두 없애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척추 수술을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2005년 하버드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허리 디스크 환자 400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했는데요. 수술 후 10년이 지나 증상이 호전된 환자의 비율은 69%이고 수술을 받지 않았는데도 좋아진 경우는 61%였습니다. 단 8% 밖에 차이가 안 나니, 수술이 필수 요건은 아닌 셈입니다. 수술을 하더라도 통증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합니다. 수술 후에도 통증은 남을 수 있고, 이는 수술이 잘못되었다기보다 디스크를 병들게 만든 진짜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탓이 큽니다.



허리를 망치는 대표적인 생활 습관 5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는 다리를 꼬고 앉는 것입니다. 골반을 한쪽으로 틀어지게 해 척추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허리 디스크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자세이지요. 

둘째는 가방을 한쪽으로 들거나 메는 것입니다. 무거운 짐이나 가방을 한쪽으로만 들면 무게를 버티려고 메는 쪽 어깨가 올라가면서 척추도 한쪽으로 휘어지게 됩니다. 가방을 한쪽으로 짊어질 때 척추가 17도 가량 휘어집니다. 어깨와 척추 모두 불균형을 이루면서 골반도 틀어져 허리 디스크가 생깁니다. 

셋째는 몸의 한쪽만 반복적으로 쓰는 것입니다. 한쪽으로 몸을 많이 쓰는 축구, 태권도, 탁구를 하는 운동선수나 사무실에서 마우스로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하시는 분들 중에 근육의 불균형으로 허리가 아파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탁구도 치고, 컴퓨터 작업도 많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손목에 통증이 오고 팔꿈치 관절이 자꾸 아파요. 탁구는 놀이고, 마우스를 쓰는 건 일인데요. 일을 줄이기는 쉽지 않으니, 일단 탁구를 쉬고 있습니다. 나중에 일이 좀 줄면 그때 다시 시작하려고요.
 
넷째, 굽이 높은 구두를 신는 겁니다. 하이힐을 신으면 체중이 발 앞쪽으로 쏠리면서 발바닥과 지면이 닿는 면적이 적기 때문에 땅에 닿으면서 받게 되는 충격을 골반이나 척추가 그대로 받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져 척추가 앞으로 많이 휘어지는 요추 전만증에 걸리기 쉽습니다. 신발의 앞뒤가 고루 높은 통굽을 신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허리 건강에는 좋지 않습니다. 통굽을 신으면 지면에서 발바닥이 높이 떠 있기 때문에 넘어질까 봐 허리나 골반에 힘을 주고 걷게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근육이 긴장하고 골반이나 척추의 움직임이 잘 일어나지 않아 허리 디스크나 요통의 원인이 됩니다.

다섯째, 호주머니에 두꺼운 지갑을 넣어 다니는 겁니다. 남자들은 핸드백이 없어 뒷주머니에 휴대폰이나 지갑을 넣고 다니는데요. 척추가 틀어져 몸의 비대칭이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게 중심이 반대쪽으로 기울고 이를 버티려 지갑을 넣은 쪽 허리와 등 근육을 더 많이 써서 척추가 지갑을 넣은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지갑을 넣고 앉으면 척추가 휘어 허리 디스크가 손상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저자가 허리 디스크를 유발하는 중요 원인 중 하나로 강조하는 건 잘못된 식습관입니다. 응? 음식이랑 디스크가 무슨 상관이 있지? 싶은데요. 먼저 디스크가 튀어나오거나 터져서 체내 조직으로 재흡수될 때, 이 과정에서 ‘결합 조직’이 큰 역할을 합니다. 결합 조직은 척추가 움직이며 디스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과정에 참여합니다. 음식물을 통해 체내로 유입되어 용해된 영양소들을 디스크로 운반하는 것이지요. 만약 결합 조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척추에도 영양분이 공급되지 못해 허리 건강을 망칠 수 있습니다.

현대인의 식습관을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많은 양의 ‘산(pH)’을 섭취합니다. 결합 조직이 산성화되면 세포벽의 성분이 변할 뿐만 아니라 세포막의 투과성마저 떨어져 체내에 영양 공급이 잘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산도가 높은 음식, 육류, 카페인, 튀긴 음식, 매운 음식, 알코올, 가공식품, 탄산음료 등은 척추 건강을 위해 섭취를 삼가야 합니다. 그리고 염증을 줄이고 산성화된 조직을 중화시킬 수 있는 음식물을 섭취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내장기와 척추 건강을 위해 반드시 피해야 할 ‘나쁜 음식’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내장기 근육을 긴장하게 만드는 카페인입니다.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하고요. 혈당을 높이고 면역 체계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우리 몸이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처한 것처럼 유도하여 근육을 긴장시킵니다. 그렇게 되면 내장기 근육은 물론 척추 주변 근육이 경직되어 척추의 움직임이 줄어들게 되고 허리 디스크에도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둘째는 염증을 악화시키는 소금입니다. 허리 통증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소금 섭취량을 줄여야 합니다. 뼈의 칼슘을 배출시키기도 하지만 소금의 짠 성분을 희석시키고자 디스크와 주변 조직들이 수분을 끌어당겨 디스크에 물이 차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척추 수명을 앗아가는 담배와 술입니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시켜 척추로 가야 할 영양분과 산소 공급을 차단합니다. 미국의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는 52년간 ‘척추에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연구해왔는데요. 그 결과, ‘흡연, 고혈압, 과도한 콜레스테롤’이 척추에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흡연’이 가장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흡연자에게 허리 디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비흡연자에게 생길 가능성보다 84%나 높다고요.

넷째는 내장기의 움직임을 약화시키는 찬 음식입니다. 정상 체온인 36.5도에서 장의 연동 운동이 잘 일어나고 소화 효소가 잘 분비되는데, 찬 음식을 먹어 체내 온도가 떨어지면 그만큼 소화 기능이 떨어집니다. 차가운 냉커피를 마시는 순간 위장이나 소장의 소화 효소들은 8분의 1로 감소하게 됩니다. 장의 연동 운동과 소화 효소의 기능이 떨어져서 소화가 안 되면 그 음식물들은 장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이때 음식물이 부패하면서 가스가 차게 되고, 변비나 설사를 유발함은 물론 내장기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척추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요.

중국의 전설적인 명의, 편작이라고 있어요. 편작의 두 형도 의사라 삼형제가 다 의사인데, 유명하기는 편작이 가장 유명했어요. 어느 날 황제가 편작을 불러 묻습니다. 삼형제 중 의술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누구냐고. 맏형이 으뜸이고, 그다음이 작은 형이고 자신이 가장 못하다고 고합니다. 다시 황제가 물어요. 그런데 어째서 편작이 제일 유명하냐고. 편작은 이렇게 답합니다.

“저의 맏형님은 환자가 아프기도 전에 표정과 음색을 보고 병을 미리 치료하기 때문에 환자는 의사가 자신을 치료했다는 사실조차 모릅니다. 둘째 형님은 작은 병을 가진 환자가 오면 더 큰 병이 되기 전에 초기에 치료하므로 그냥 두면 큰 병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모릅니다. 저는 병이 크게 될 때까지는 알지 못해 중병을 앓아 죽어가는 환자들만 치료합니다. 그러다 보니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명의라고 소문이 나는 겁니다.”

여러분, 큰 병이 들어 수술로 고칠 수도 있고요. 큰 병이 되기 전에 작은 병을 약으로 고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명의는 아예 병이 걸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사람 아닐까요? 허리 통증이 찾아온 다음에 수술이나 약으로 고치려 하지 마시고 좋은 생활 습관을 길러 평생 아프지 않고 사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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