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새해가 되면 어떤 결심을 하시나요? 올해에는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겠어, 꼬꼬독에서 소개하는 책을 서점에서 찾아보겠어, 이런 결심을 하시면 어떨까요? 왜 독서를 해야 하나, 독서를 하면 무엇이 좋은가? 오늘은 그 질문에 답을 하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독서력>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선종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일본 최고의 교육 심리학자이자 CEO들의 공부 멘토인 사이토 다카시가 알려주는 ‘생산적 책 읽기의 기술’입니다. 강의를 듣거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는 생각과 상상력을 단련할 수 없어요. 인지능력을 키우려면 ‘읽는 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제 100세 시대입니다. 평생 공부해야 하는 시대에 독서력은 취미가 아니라 반드시 가져야 하는 힘입니다.
2014년 9월, OECD와 캐나다 통계청이 주도한 국제 성인 문해 능력조사에서 한국인의 문해력은 OECD 국가들 중 최하 수준이라고 나왔어요. 전체 문맹률은 1.7%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실질 문맹률은 75%라는 충격적인 보고였지요. 고학력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글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데요. 문해력의 위기는 독서 인구의 감소가 원인이자 결과입니다.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해주는 매체가 아닙니다. 책은 읽기라는 행위를 통해 한 사람의 사고 체계를 만들어 줍니다. 읽어야만 상상력과 생각의 크기가 커지고 자아를 스스로 찾을 수 있어요. 독서는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저자는 독서가 스포츠와 같다고 말합니다. 머리보다는 몸으로 익히는 활동이라는 거죠. 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자기 수준보다 약간 높은 상태를 지향하며 연습해야 합니다. 읽을 때 정신적으로 긴장할 수 있어야 하며, 그래야만 그저 책 읽는 취미에서 독서력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독서력을 제대로 형성하려면 우선 문학작품 100권, 교양도서 50권을 첫 목표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일단은 독서량이 100권 정도를 넘어야 독서가 ‘기술’로서 질적인 변화를 일으킵니다. 단, 유효기간이 있어요. 4년 안에 읽어야 합니다. 한 달에 두 권 정도입니다. 일정 기간 내에 독서를 꾸준히 하면 어느 순간 독서력이 폭발하는 지점을 돌파하는 쾌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독서력이 선사하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습니다.
첫째, 생각과 논리가 정교해지는 지적 성장의 즐거움. 두꺼운 책이든 얇은 책이든, 완전히 이해했든 절반 정도 이해했든, 한 권 한 권 읽은 책이 쌓이면서 지력이 성장하고 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도 차츰 퍼즐이 맞춰지듯 이해하게 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둘째, 자아를 찾는 즐거움. 책을 읽으면 일단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저는 외로울 때 책을 읽습니다. 외롭지만 고독하지는 않아요. 책의 저자 혹은 주인공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감하거든요. 책 속의 생각을 접하면서 나를 돌아보고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배워갑니다. 이런 체험은 현실에서 겪는 나의 고통까지도 극복해낼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세 번째,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즐거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일단 남과 대화할 때 요점을 더 잘 파악하고 상대방의 말을 나만의 표현으로 바꾸어 응답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에서든 토론에서든 유용한 소통 능력을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어요. 자신의 힘으로 나의 지적 세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타인과의 관계에도 깊이를 더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독서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에 요즘 대학생들이 책을 멀리하는 현실을 잘 압니다. 그런 모습이 안타까워 학생들에게 열심히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책은 그 내용에 비해 값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책은 그 안에 들어 있는 에너지와 높은 문화적 가치에 비해 결코 비싼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을 때면 저자가 내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이 땀을 흘리며 열심히 공부한 내용을 단 둘만의 공간에서 정중하게 내게 전해주는 느낌이에요. 아무리 비싼 책이라도 지나친 가격이 아닙니다. 옛 사제 관계처럼 스승과 단 둘이 앉아 가르침을 받는 시간입니다. 돈으로 감히 매길 수 없는 가치가 독서에 있어요.
살아가는 힘은 자신을 긍정하는 데서 나옵니다. 소년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소년 범죄를 일으키는 아이들 대부분은 어렸을 때부터 칭찬받은 경험이 별로 없다고 해요. 칭찬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긍정해준다는 얘기지요. 긍정이 쌓이면 세상을 살아갈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자신과 같은 경험과 생각을 지닌 저자와 만나 자신을 긍정할 뿐 아니라 자신보다 한층 괴로운 경험이 적혀 있는 책을 읽으면서 차분하게 자신을 다시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왜 이리 나만 비참하게 살아가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나의 처지를 절대 모를 거야.” 주변의 좁은 세계만 보고 이렇게 단정 지으면 정신적으로 여유가 사라집니다. 자신보다 훨씬 고달픈 운명에 처해 있으면서도 이를 극복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솟구칩니다.
책 읽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4단계를 소개합니다.
1단계 : 책 읽는 소리를 들어라
누군가 책을 읽어주면 즐겁습니다. 이런 즐거움은 아기 때도 맛볼 수 있어요. 글 읽는 소리가 리듬 있게 귀청을 울리면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아이라도 즐거워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주세요. 초등학생도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면 좋아합니다. 눈을 감고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귀를 기울이면서 책과 친해질 수 있습니다.
2단계 : 소리 내어 읽어라
어른이 되어 책과 친해지는 건 직접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일반적으로 글을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음독을 여러 번 하면 문장이 몸에 배게 됩니다. 언어를 ‘신체화’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음독이고요. 언어를 기억해가는 단계에서 특히 음독이 효과적입니다. 자신이 내뱉고 자신의 귀에 들어간 표현은 기억하기 쉽습니다. 음독을 하면 주의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묵독을 하면 그냥 읽고 흘려버릴 문장도 음독을 하면 빠트리지 않고 인식하게 되니까요.
3단계 : 밑줄을 그으면서 읽어라
저자는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밑줄을 그으면서 읽으라고 권합니다. 밑줄을 긋는 일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책 속의 내용과 연결시키는 행동이라고요. 단지 책을 읽기만 하면 아무 변화가 없기에 독서는 수동적인 행위가 되기 쉽습니다. 어디에 밑줄을 그을지 생각하면서 책을 읽을 때 비로소 독서는 적극적인 행위가 됩니다.
4단계 : 속도를 조절하라
정독이 좋을까요? 속독이 좋을까요? 저는 책마다 읽는 속도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흐름을 쫓아 읽는 책도 있고요. 천천히 의미를 되새기며 읽는 책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건너뛰며 읽어도 괜찮습니다. 자신과 그다지 관계가 없는 부분에 에너지를 소비하기에는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읽어야 할 책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지요. 어느 부분이 자신과 깊은 관계가 있는지를 신속하게 판단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며 읽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책은 자꾸자꾸 읽다 보면 점점 더 친해집니다. 책 읽는 습관은 100세 시대에 가장 유용한 삶의 도구입니다. 모쪼록 2024년 새해에는 책 읽는 즐거움이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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