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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

by 김민식pd 2023. 12. 29.

예전에 제가 간헐적 단식으로 열흘 동안 8킬로그램을 뺐던 적이 있는데요. 그걸 보고 간헐적 단식을 시도했는데 생각보다 살이 빠지지 않는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분명 16시간 공복을 지켰고, 꼬박 2주 이상을 하고도 체중의 변화가 없다고요. 이분들의 다이어트 노력은 왜 배신당한 걸까요? 무엇보다 노력을 하면 무조건 성공하는 게 당연한 걸까요? 오늘은 그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노력의 배신>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우리는 공부든, 운동이든, 다이어트든,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패의 원인은 노력이 부족한 탓일까요? 성공은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일까요? 최선의 노력을 다했기에 성공했고, 노력을 하지 않았기에 실패했다고 믿는 노력 신드롬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데요. 연세대 심리학과 김영훈 교수님은 이러한 믿음은 허구이자 환상이라고 하십니다. 노력을 많이 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노력을 적게 한다고 실패하는 것도 아니에요. 노력은 수많은 조건 중 하나일 뿐이에요. 오히려 노력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조건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이 다이어트에 목숨을 겁니다. 식단관리를 통해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 중 몇 퍼센트가 성공할까요? 100명이 시도하면 90명은 바로 실패합니다. 10명은 성공하냐고요? 요요현상이 찾아옵니다. 단기적으로 성공한 열 명 역시 시간이 지나면 아홉 명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몸무게가 다이어트 전보다 더 늘어납니다. 결론적으로 100명 중 한 명도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노력이 생물학적 본능인 체형, 체질, 식욕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날씬한 사람은 적게 먹고, 뚱뚱한 사람은 많이 먹습니다. 이걸 보고 날씬한 사람이 몸매 유지를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고, 뚱뚱한 사람은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이라 믿는 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에요. 본능과 생물학적인 차이일 뿐입니다. 날씬한 사람은 날씬하게 태어났을 뿐 아니라, 체질적으로 식탐이 적어 많이 먹지도 않습니다. 뚱뚱한 사람은 뚱뚱하게 태어났고, 체질적으로 많이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날씬한 사람은 적게 먹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지만, 뚱뚱한 사람은 먹고 싶지만 먹지 않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만 놓고 따지자면 뚱뚱한 사람이 날씬한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이 하고요. 본능적으로 먹고 싶은 욕구를 노력으로 억제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미 처음부터 불공평한 게임인 거죠. 

저자가 미국에서 살 때 집 근처에 아주 큰 호수가 있는데요. 오후 3시만 되면 사람들이 호숫가를 뛰었답니다. 하루 4,5백명이 조깅을 하는데, 운동할 때마다 보는 사람은 거의 95퍼센트 같은 사람이고, 매일 5퍼센트 정도만 바뀐답니다. 매일 보는 95퍼센트의 사람들은 대부분 날씬하다고요. 운동하지 않아도 될 몸을 가진 사람들만 조깅을 한답니다. 새로운 5퍼센트는 매번 그날 하루만 보이고 대부분 다음 날은 안 보인다고요. 날씬할수록 운동을 좋아하고 덜 먹습니다. 뚱뚱할수록 운동을 좋아하지 않고 더 많이 먹을 확률이 높습니다. 뚱뚱한 사람은 운동하지 않아서 뚱뚱해진 것이 아니고, 뚱뚱해서 운동하지 않는 것이지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면 안 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트레이시 맨 교수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체계적인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하면 6개월만에 평균 5~10퍼센트 감량에 성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래 몸무게로 돌아오는 것을 넘어 오히려 살이 더 찐답니다. 다이어트로 일시적으로 살을 뺀 사람들이 2년 이상이 되면 83퍼센트가 살이 더 쪘다고 합니다. 다이어트란 해봐야 쓸모없는 정도가 아니라 하면 할수록 훨씬 더 손해라는 거지요. 요요현상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연구를 발표한 교수는 다이어트가 오히려 체중을 증가시키는 것 외에도 반복적으로 했을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심장질환, 심근경색증, 뇌졸중, 비만 등으로 사망 확률이 더 높아진다고요. 식이요법을 통해 억지로 살을 뺄 경우, 빠졌다가 다시 찌는 요요 현상의 반복으로 몸에 엄청나게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체질과 유전적 특질들을 인간의 노력으로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식사량 조절로 몸무게를 줄이려는 인간의 노력은 타고난 체질 앞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트레이시 맨 교수는 꾸준한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게 효과적인 다이어트에 좋고요. 그냥 식사량 조절만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이 연구는 무엇보다 타고난 체질 앞에서 인간의 노력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보여줍니다.

책을 읽고 다시 깨달았어요. 저는 원래 체중이 60킬로그램대 후반이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가 오고 73킬로그램으로 확 불었고요. 열흘 동안 간헐적 단식과 함께 매일 5시간씩 자전거를 타며 전국 일주를 했어요. 즉 식단관리와 운동을 병행한 겁니다. 지금 저는 몇 년째 63킬로그램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요는 없어요. 왜 그럴까요? 탁구도 치고, 줌바도 하고, 피티 수업도 받으며 운동을 계속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가 어쩌면 운동을 좋아하고, 기본 체중이 그리 많이 나가는 편이 아니기에 간헐적 단식이 쉬웠던 것일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공부는 어떨까요? 공부를 잘하는 것은 노력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요? 100퍼센트는 아니라도 70퍼센트 정도는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놀랍게도 연구 결과 상관관계는 4퍼센트입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과 노력은 거의 관계가 없다는 뜻입니다. 최선의 노력으로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착각입니다. 



어떤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똑똑함이고, 두 번째는 부잣집이고 마지막 세 번째는 노력입니다. 그럼 이 세 가지 조건으로 성공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일까요?

첫째, 똑똑해서, 재능으로 성공하면 정당한가요? 똑똑하게 태어나고 싶다고 똑똑하게 태어나고 멍청하게 태어나고 싶다고 멍청하게 태어나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자유롭게 선택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둘째, 가정적, 사회적 환경이 좋아서 성공하면 정당한가요? 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보면 1만 시간의 법칙이 나옵니다. 책의 메시지는 누구나 1만 시간 동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1만 시간은 엄청나게 긴 시간입니다. 성인이 아닌 경우,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 정도의 노력을 해낼 수가 없습니다. 격려해주고 지원해주는 부모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즉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는 것도 운이 따라야 한다는 거죠. 

세 번째, 그래도 노력은 정당한 것 아닌가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은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고, 노력의 효과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에게 더 크게 나타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은 성실성처럼 타고난 성격적 특질입니다. 노력은 재능의 부산물이고, 환경이 가져다 준 선물이에요.

결국, 공부를 잘하는 세 가지 이유, 재능, 환경, 노력 중 어느 것 하나도 개인이 자의적으로 선택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책임을 강조하며 성공한 사람에게는 돈과 명예를 주고 실패한 사람에게는 그에 따른 처벌을 줍니다. 하지만 그 보상과 처벌이 정당한지는 의문입니다. 

노력해봤자 배신당할 수 있으니, 노력하지 말라는 말인가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반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고는 그 일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직접 시도해보고, 부딪쳐보고, 경험해봐야 합니다. 최선의 노력을 해봐야만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체중이 확 불었을 때, 간헐적 단식 덕분에 쉽게 원래 체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간헐적 단식이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어요. 중요한 건, 직접 해보기 전에는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없다는 거죠. 

노력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도 실패하면 과감히 포기해야 합니다. 노력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몰아붙이면 돌아오는 건 자괴감을 동반하는 패배뿐입니다. 몇십만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학생 대부분이 본인의 재능과 상관없이 대학 입학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국 사회의 경우, 갈수록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아무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때문이지요. 

이 책은 대한민국 사회가 얼마나 노력의 힘을 과신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와 비교를 통해 보여주고, 성공과 실패가 노력이 아니라 재능과 운, 특별한 환경 등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증명해 보입니다. 더는 노력을 성공의 유일신으로 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더는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타인을 가혹하게 대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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