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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내 인생의 황금기

by 김민식pd 2024. 1. 12.

100세가 넘은 노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100년을 살아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였다고 하는데요. 노년 연구의 선구자 격인 서구나 일본의 학자들도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시기입니다. 청춘의 시기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시기는 아니겠지만, 오랫동안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깊이를 더해 완숙하게 꽃을 피운 시기, 바로 제2의 전성기가 60대에 찾아온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50대는 바로 그 황금기를 준비하는 시기인데요. 오늘은 50대에 바디프로필을 찍고 4개 외국어 공부에 도전한 의사 선생님의 책을 통해 건강한 노후 준비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해내려는 마음은 늙지 않는다> (저자 김원곤 / 청림출판)

김원곤 저자는 2000년대 초반에 ‘50대 바디프로필’을 찍어 ‘몸짱 흉부외과 의사’로 이름을 알린 분입니다. 영어 외에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나이 50이 넘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의 4개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고요. 70세가 되도록 20년간 몸과 머리를 부지런히 쓰며 깨달은 바를 한 권의 책에 담았어요. 이제 몸이나 머리나 한 풀 꺾이는 시기라 생각하는 50대의 나이에 마치 20대 청년처럼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이 정말 놀랍습니다. 

의학의 발전과 생활 여건의 향상으로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장수의 혜택을 누릴 확률이 높아졌어요. 그렇게 얻은 덤 같은 세월도 어느 정도 체력과 두뇌 활동이 유지되고 자신감과 정신력이 뒷받침되어야 가치가 빛이 납니다. 곧 은퇴를 맞이할 50대가 체력 저하, 지력 감퇴, 자신감 결핍이라는 삼중고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먼저 체력 저하를 막기 위한 근력 운동을 저자는 권합니다.

인생에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피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지요. 죽음과 세금 그리고 근 손실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면 덩달아 정신도 공허해지는데요. 50대부터는 가뿐한 몸을 만드는 유산소운동과 든든한 체력을 보장하는 근력운동을 해야 합니다.

저자는 2008년 연말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송년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런 약속을 합니다. “내년에 열심히 운동과 다이어트를 해서 몸을 만든 뒤 바디프로필 사진을 찍어 여러분에게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술기운에 한 말이기도 하지만, 원래 나이 50이 되면서부터 근력운동의 필요성을 느껴서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요. 뭔가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런 공약을 했답니다. 저도 2020년 말에 퇴직하고 나서 헬스클럽부터 등록을 했는데요. 3년 가까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큰 변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바디프로필을 찍겠노라 사람들에게 공언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일단 말로 저질러 놓았으니 몸이 알아서 수습을 하겠지요. 

저자가 의대 교수 초창기 시절 앞으로 공부에 방해가 되는 골프 같은 운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위에 몇 차례 이야기한 적이 있대요. 그 말을 유심히 새겨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스스로 한 약속이라 생각해 이후 수많은 권유와 유혹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골프를 친 적이 없답니다. 저도 그래요.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난 앞으로 일본어를 공부할 거야.” “난 탁구를 배울 거야.” 그렇게 말을 하면 스스로에 대한 구속이 되어 귀찮고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와도 참고 견디게 되거든요. 



중년에게 근력운동이 필요한 4가지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소개합니다.

1. 당당한 모습으로 회춘하기. 
50대가 되면 겉모습에서 젊은이들과 차이가 납니다. 얼굴만이 아니에요. 뒤로 돌아서 있어도 자세나 걷는 모습에서 차이가 생깁니다. 이때 근력운동은 탄탄한 몸매를 만들어주어 50대를 회춘시키는 결정적인 무기가 됩니다.

2. 생생한 활력의 원동력.
50대에 들어서면 매사에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젊은 시절에 비해 현저하게 빈약해진 근육입니다. 근력운동으로 강인한 체력을 기르면 그로 인해 생기는 자신감은 모든 활력의 원동력이 됩니다.

3. 각종 부상의 방지.
나이가 들면 눈길에서 살짝만 넘어지거나 어딘가에 부딪혀도 골절이 생깁니다. 이때 근력운동으로 만들어둔 단단한 근육층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방탄조끼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4. 다이어트 효과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만들면 기초대사율이 증가해 칼로리 소비에 결정적인 도움을 줍니다. 기초대사율은 우리 몸에서 지방을 제외한 신체질량의 크기와 정비례하는데요. 뼈, 피부, 혈액, 장기, 근육 중 우리가 노력으로 크기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근육입니다. 근육을 키우면 기초대사율이 높아집니다. 

저자는 나이 50이 되었을 때, 새로운 외국어 공부를 결심합니다. 요즘 같은 세계화 시대에 외국어 공부를 해두면 일단 해외여행의 즐거움이 한층 더 커지고요. 인문학적 소양도 키울 수 있습니다. 문화센터나 어학원을 다니며 젊은 사람들 틈에 앉아 회화 공부를 하면 일상생활에 새로운 활력이 생기고요. 삶의 자신감까지 장착하게 됩니다. 저도 나이 40에 일본어, 50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는데요. 저자는 50대에 4개 외국어를 공부합니다.

공자는 논어의 첫 구절에서 “배우고 제때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하셨어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여기서 우리가 흔히 쓰는 학습이라는 말이 나왔지요. 그런데 우리가 어려서 공부를 할 때 과연 즐거웠나요? 괴롭고 힘들었지요. 그 이유는 시험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공부는 입학시험이든 입사시험이든 시험이랑 연결이 되어 있어요. 시험은 속성상 엄정한 평가와 당락이라는 결과가 따라오고요. 공부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50대의 공부는 다릅니다. 일단 시험 스트레스가 없어요. 그냥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는 겁니다. 평생 영어 울렁증이 있었다면, 동네 문화 센터 영어 기초 회화반에 등록해보세요. 그렇게 공부해서 언젠가 해외여행을 하며 써먹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세요. 50대의 공부에는 설렘과 보람이 있습니다. 모르는 걸 배우는 설렘이 있고요, 오늘의 나는 어제 내가 몰랐던 걸 알게 되었다는 보람이 있어요. 

50대의 늦깎이 공부가 시험과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학창 시절이나 사회 초년생과 같은 절박한 스트레스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저자는 4개 외국어를 공부해서 고급 능력 시험에 모두 합격합니다. 심지어 정년 퇴임 후에는 4년에 걸쳐 해외 어학연수 프로젝트까지 진행하고 있어요. 

2019년 8월 저자가 정년 퇴임한 후 반년간의 준비를 거쳐 2020년 3월부터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순서로 각각 3개월씩 어학연수를 하고 중간중간 3개월씩 재충전 기간을 갖는 총 2년의 계획을 세우는데요. 이 계획 또한 서울의대 정년퇴임식장에서 공개적으로 천명했답니다. 항상 도전할 목표가 생기면 주위 사람들과 나누며 자신의 의지를 다지시는군요.

2020년 3월 스페인어 어학연수를 위해 당시 코로나 청정국이었던 페루로 출국하는데요.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3개월의 어학연수는 8개월로 연장되었어요. 다음에는 프랑스로 6개월간 어학연수를 떠나고요. 20대와 30대 학생들 사이에서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치열하게 프랑스어 공부를 하고 높은 성적을 받아 돌아오십니다. 4년간 4개 국가를 돌며 어학연수를 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어요. 언젠가는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순으로 다시 공부하고 현지 어학연수를 하는 꿈이요. 

이제 저자는 70대에 네 번째 바디프로필에 도전하기 위해 지금도 매일 헬스클럽에 간답니다. 우리의 인생은 한 컷의 사진이나 한 장의 자격증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느린 성장에 조급한 마음이 더해져 안달 나는 순간마다 ‘무엇보다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살아가자고 말하는 저자에게 많이 배웁니다. 나이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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