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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스쿼트 예찬론

by 김민식pd 2023. 11. 3.

어려서 저는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문득 하고 싶은 게 생기고요. 그 일을 잘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책에서 배울 수 있었어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을 읽다 보니 요즘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다 하려면 일단 오래 살고요, 건강하게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노후에도 활동적인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딱 한 가지만 하면 된다, 고 말하는 책이 있습니다.

<죽기 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쿼트를 하라> (고바야시 히로유키 지음/홍성민 옮김 / 동양북스) 

책을 쓴 저자는 의사인데요. 환자들의 질병을 치료하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을 챙길 시간이 없어요. 어느 날 갑자기 ‘쿨럭쿨럭’ 기침이 멎지 않아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기침을 너무 많이 해서 복근에 내출혈이 생겼을 정도예요. ‘왜 이러지? 천식인가?’ 생각하며 약을 이것저것 챙겨 해외 출장을 떠나는데요. 증상은 더 악화해 멎어야 할 기침 대신 호흡이 멎을 것 같았어요.
 
병명은 ‘급성 후두개염’, 성대 윗부분에 있는 후두개의 감염증이었어요. 후두개가 심하게 붓게 되면 기도를 막아 질식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고요. 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매일 아침 눈을 뜰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죽다가 살아났는데 하루를 그저 멍하니 흘려보내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운동부터 시작하자고 결심했는데 헬스장에 다닐 만큼의 기력은 아직 없었어요.

그래서 먼저,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걸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것도 처음에는 힘들지요. 2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고 허벅다리가 올라가지 않아서 계단 턱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어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니 조금씩 계단을 수월하게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어요. ‘뭐야, 아직 할 수 있잖아.’ 꾸준히 운동할수록 하체에 힘이 생기면서 뭔가 할 수 있는 자신이 대견하고 기분이 좋아요. ‘어제는 못 했는데 오늘은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덕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 운동을 더 하고 싶어요. 의사로서 하체 근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하체를 단련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찾은 답이 바로 ‘스쿼트’입니다.
 
‘새삼스럽게 무슨 스쿼트?’ ‘스쿼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체가 튼튼해질 것 같긴 한데, 그게 전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요? 스쿼트는 하체 근육을 단련할 뿐만 아니라 면역력 향상, 치매 예방, 요실금 방지, 변비 개선, 마음을 긍정적으로 만드는 작용 등 놀라운 효과가 많습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몸의 여러 기능이 저하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몸과 마음에 영향이 큰 것은 3가지, 근력 저하, 혈액순환 악화, 자율신경계 균형의 부조화입니다. 스쿼트는 이 세 가지를 막아줍니다.

첫째, 전신의 근육을 효율적으로 단련해서 발걸음이 가벼운 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쭈그리고 앉는 동작을 반복하는 스쿼트는 온몸의 근육을 단련합니다. 대퇴사두근을 비롯해, 장을 규칙적으로 수축하여 내용물을 밀어내는 ‘장 근육’, 변이 새는 것을 막는 ‘항문 괄약근’, 소변이 새는 것을 막는 ‘골반저근육’ 등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는 근육 강화에도 효과적입니다. 일반적인 근육운동으로는 단련하기 어려운 근육에도 자극을 주어서 튼튼하게 하므로 몸속부터 건강해집니다.

둘째, 온몸 구석구석까지 맑은 혈액이 순환합니다. 그래서 노화와 질병을 막을 수 있어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몸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의 흐름이 건강의 핵심입니다. 스쿼트를 함으로써 혈액순환이 촉진되면, 이런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치매 예방/ 심장병 위험률 저하/ 뇌 질환 위험률 경감/ 동맥경화 예방/ 당뇨병 예방/ 골다공증 예방/ 면역력 향상/ 목 결림, 어깨 결림 개선/ 피부 탄력 유지 등, 스쿼트의 효능에 대해 읽기만 해도 숨이 가쁘네요.
   
셋째, 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절합니다. 그래서 밝은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어요. 숨이 가쁜 힘든 운동을 하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집니다. 그러나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스쿼트라면 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절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마음이 편해지므로 사소한 일에 짜증 내지 않고 매일 웃는 얼굴로 즐겁게 지낼 수 있어요. 


 
자율신경의 균형을 양호하게 유지하는 핵심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바쁜 하루하루를 살면서 스트레스 과다 상태인 현대인은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자율신경의 균형은 주로 부교감신경이 오르내리는 것으로 유지됩니다. 안타깝게도 부교감신경의 기능은 나이와 함께 저하합니다. 

자율신경의 활동은 남성이 30세, 여성이 40세를 경계로 둔해지는데요, 부교감신경의 기능이 그 시기에 뚝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교감신경은 나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활발한 기능의 교감신경과 나이가 들면서 저하하는 부교감신경이 서로 맞지 않아 균형이 깨지는 것이지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최대 포인트는 바로 ‘호흡’입니다. 부교감신경 자체를 조절할 수는 없지만, 부교감신경과 호흡은 이어져 있어요. 깊은 호흡을 할수록 부교감신경이 강화됩니다. 깊은 호흡을 하면 목 부위에 있는 압수용체(壓受容體)라는,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스위치가 반응하기 때문이지요. 깊게 호흡함으로써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스위치가 켜지고 혈액순환이 활발해져서 심신의 컨디션이 좋아집니다.

‘스쿼트가 몸에 좋은 것은 알겠지만 운동을 하면 피곤해서 싫다’는 사람도 있어요. 그러나 몸을 적당히 피곤하게 만드는 것, 즉 작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습니다. 마음과 몸은 본래 하나입니다. 종일 머리를 쓰며 일을 하고,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있어요. 반면 줄곧 사무실 안에서 편하게 앉아 일하고 집에 가면 TV 앞에서 뒹굴뒹굴해 움직일 기회가 거의 없어 몸은 전혀 피곤하지 않습니다. 마음은 지쳐있는데 몸은 그렇지 않아요. 이 상태가 만성적으로 계속되어 마음과 몸이 서서히 분리되고, 피로도에 차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몸과 마음의 괴리를 예방하는 방법이 ‘몸과 마음의 피로도를 맞추는 것’입니다. 물론 마음의 피로를 제거함으로써 몸의 피로도에 맞출 수 있다면 가장 좋지요. 안타깝지만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살아있는 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늘 따라다니거든요. 따라서 몸에 피로를 주어 균형을 맞추어야 합니다. 몸에 피로를 주는 방법이 근력 운동인데요. 그중에서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이 바로 스쿼트입니다. ‘몸을 아끼는 것은 몸을 쉬게 하는 것’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진짜 의미에서 몸을 아끼는 것은 몸이 본래 가진 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 유지하는 것입니다. 
   
자, 그럼 이 좋은 스쿼트,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어 아침 햇볕을 쬐면서 스쿼트를 합니다. 그러면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진 ‘시계 유전자’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둘째,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며 스쿼트를 합니다. 뇌는 음악을 ‘쾌감’으로 느끼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어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므로 스쿼트를 통한 건강 효과가 높아집니다. 
   
셋째, 항상 웃는 얼굴을 의식하며 운동합니다. 저는 스쿼트를 위해 전신거울을 샀어요. 바른 자세로 운동하는지 체크하려고요. 자세도 중요하지만 표정도 중요해요. 찡그리지 않고 웃으면서 운동합니다. 웃으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기만 해도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끝으로 제가 피티 선생님께 배운 스쿼트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영상이 끝나면 한번 따라해보세요. 발은 어깨 넓이보다 살짝 더 벌리고요. 발끝은 바깥 방향을 볼 수 있도록 사선으로 벌려줍니다. 고관절부터 접습니다. 그런 다음 그대로 내려갑니다. 이때 중요한 건 등의 척추를 반듯하게 세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내려갈 때 숨을 들이쉬고요, 올라올 때 숨을 내쉽니다. 천천히 할수록 근력운동 효과는 더 큽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근력 운동! 스쿼트로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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