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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두려움이 없는 삶

by 김민식pd 2023. 10. 20.

좋은 삶은 어떤 삶일까? 저는 두려움이 없는 삶이라 생각합니다. 몸과 마음의 병은 두려움에서 비롯됩니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면, 저는 그 마음의 근력을 키워 불안과 공포라는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고 싶습니다. 오늘은 그걸 도와주는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내면소통 :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김주환 / 인플루엔셜)

우리의 뇌에는 편도체가 있고 전전두피질이 있는데요, 우선 편도체는 위기 상황에서 발동합니다. 원시인이 길을 가다 멧돼지를 만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근육의 힘입니다. 심박수를 올려 근육세포에 더 많은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하고요. 평소 많은 에너지를 쓰는 소화 기능이나 면역 시스템은 잠시 멈춥니다. 일단 눈앞의 위기를 벗어나는 게 중요하니까요. 이것이 전형적인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위기상황에 발동하는 게 편도체라면, 전전두피질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담당합니다. 사람이 불안하거나 공포를 느끼면 전전두피질은 역할을 하지 않아요. 침착하고 차분하게 문제를 고민하는 전전두피질의 인지 기능은 평화로운 시기에나 필요하니까요.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 편도체가 활성화되는데요, 문제는 이 상태가 장시간 지속하면 소화와 면역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건강을 해치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몸에 나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마음 근력 훈련이란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고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는 훈련입니다. 몸의 근육처럼 마음 근력도 체계적이고도 반복적인 훈련을 하면 강해집니다. 마음 근력을 키우면 세 가지 좋은 일이 생깁니다. 

첫째,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불안과 통증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감정조절력이 향상되어 마음이 늘 평온해집니다. 분노를 억누르거나 불안을 견디는 힘이 강해진다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분노와 두려움과 불안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둘째, 신체적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면역력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신체의 여러 기능이 향상되고 노화도 늦춰집니다. 근력운동이 몸의 급속한 노화를 막아주듯이 마음 근력 훈련은 뇌의 노화를 막아줍니다.

셋째, 성취 역량과 수행 능력이 높아집니다. 뇌의 편도체를 안정화하고 전전두피질 중심의 신경망을 활성화함으로써 전반적인 인지능력이 향상됩니다. 업무 수행력이 향상되고, 문제해결력, 집중력, 창의력, 설득력 있는 소통능력 등이 향상됩니다. 쉽게 말해 마음 근력이 향상되면 공부, 스포츠, 비즈니스, 연구, 창작 활동 등 무슨 일이든 더 잘할 수 있어요.

산길을 걷는데 커다란 돌덩어리가 하나 나타났어요. 그 돌은 무거울까요? 그 돌을 굳이 들어 올리려 한다면 엄청 무거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 돌을 들어 올리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혀 무거운 돌이 아니에요. 돌을 들고 있으면서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에게만 돌은 무거움의 고통을 줍니다.

내면소통 명상은 “나는 왜 지금 이 무거운 돌을 들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악착같이 이 돌을 들고 있어야겠다는 집착은 어디서 왔는가? 이 돌을 내려놓는 것이 마치 삶이 끝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두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인가? 사회적 통념? 주변의 시선? 무거운 돌을 들고 있겠다는 집착을 내려놓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명상은 집착을 내려놓는 훈련입니다.

인간의 뇌는 공동체의 어느 한 구성원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이 다른 구성원에게도 즉각적으로 전달되도록 진화해왔습니다. 가정이나 직장에서 함께 지내는 누군가가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다 같이 편도체가 활성화됩니다. 특히 부모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불안해하거나, 걱정을 하게 되면 즉각적으로 자녀의 편도체도 활성화됩니다.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부모는 아이의 편도체만 강화하고 전전두피질은 약화하는 양육을 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아이를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지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스스로 마음 근력 훈련을 꾸준히 해서 자신의 편도체 안정화와 전전두피질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뇌는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스스로의 몸만큼이나 중요시합니다. 그렇기에 뇌는 관계의 단절을 몸의 부상만큼이나 생존을 위협하는 일로 받아들여요. 타인에게 거절당하거나 따돌림당할 때 몸이 다쳤을 때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그런 이유지요. 뇌과학자들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괴로움이 신체적 고통과 마찬가지로 정말 ‘아픈’ 것이라는 점을 증명했고요. 심지어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먹으면 이별의 고통이나 왕따로 인한 괴로움이 한층 완화된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데 있어 꼭 필요한 것은 용서입니다. 용서라고 하면 남을 용서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용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용서입니다.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기 자신도 용서하지 못합니다. 타인에 대한 정보처리와 자기 자신에 대한 정보처리는 거의 같은 신경망에 의해서 처리됩니다. 그렇기에 타인에 대한 모든 부정적 감정은 결국 나 자신에게 투영되기 마련이지요. 

마음 근력을 약화하고 편도체를 활성화하는 가장 큰 원인은 두려움입니다. 두려움에서 좌절감이 나오고 좌절감에서 분노가 싹틉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행복의 조건이라고 굳게 믿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가졌다고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을 혹시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입니다. 이러한 두려움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내가 얻고자 하는 성공이나 성취가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집착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저는 요즘 ‘내가 오늘 행복한 이유’라는 짧은 글을 매일 한 편씩 씁니다. 일상을 살다 감사한 일이 생기면 사진을 찍어둡니다. 친구와의 즐거운 만남, 점심에 먹은 맛있는 음식, 지하철에서 읽은 재미난 책, 다 사진을 찍어두는데요. 그 모든 것이 내가 오늘 행복한 이유입니다. 전전두피질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긍정적 정보를 처리할 때 가장 크게 활성화되는데요. 감사하는 습관은 나에게 생긴 어떤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그 일이 누군가 다른 사람 덕분에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마음 상태입니다. 

감사하기는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면서(자기긍정), 동시에 그것을 준 사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타인긍정)입니다. 이처럼 자기긍정과 타인긍정이 동시에 일어나기에 감사하기는 전전두피질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훈련입니다. 감사일기를 쓰는 것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마음의 근력을 키워주는 참 좋은 습관입니다. 

몸을 통해서 편도체를 안정화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호흡 조절입니다. 자율신경계 중에서 우리가 의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기능은 호흡밖에 없어요.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 심장박동이나 내장운동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개입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먹는다고 심장박동을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뛰게 하거나 내장운동을 잠시 멈추거나 할 수는 없지요. 그러나 호흡은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의도적인 개입을 허용합니다. 호흡만이 우리 내면 깊숙한 무의식에 닿을 수 있는 통로이고요. 편도체를 안정화하고 불안감이나 분노 등 온갖 부정적 정서를 가라앉게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보통 호흡을 할 때는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들숨의 길이와 날숨의 길이가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날숨의 길이를 약간 더 길게 하면 심박수는 내려가고 심박변이도는 올라가게 됩니다. 날숨을 들숨보다 두 배 이상 길게 하면서 두어 번만 호흡해도 온몸의 긴장 수준이 떨어지고, 심박수는 느려지며, 감정도 차분해집니다. 

편도체가 활성화되어 온몸에 긴장과 스트레스가 느껴진다면 들숨 4초 날숨 8초씩(한 호흡당 12초) 10회가량만 호흡을 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느끼면 5분간 25회 정도 해도 좋습니다.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긴장감이 올라가는 수험생이나 실전에서의 집중력 강화가 필요한 운동선수들은 이러한 의식적인 호흡 훈련으로 즉각 그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들숨보다 날숨을 두 배 이상 천천히 오래 내쉬려면 들숨을 약간 깊게 많이 들이쉬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내쉬는 숨을 길게 한다고 해서 숨이 차고 힘이 들 정도로 너무 무리해서는 안 됩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로, 턱과 목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어깨가 내려갈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고요하게 해야 합니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 넷을 세면서 들이쉬고, 내쉬면서는 하나부터 여덟까지 세도록 합니다다. 몇 번만 해도 효과가 있습니다. 자기 전에 누워서 하면 깊이 잠드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내면소통, 내 안의 나와 소통하는 훈련을 통해 불안과 스트레스는 멀리하고 마음의 평화를 가까이 하는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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