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과학자들이 수명을 늘리는 혁신적인 새로운 요법을 발견했습니다! 기억력도 강화하고 창의력도 더 키워줍니다.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몸매를 더 날씬하게 유지하고 식욕도 줄여 줍니다. 암과 치매도 예방하고요. 감기와 독감도 막아 줍니다. 심장 마비와 뇌졸중, 당뇨병 위험도 줄여주는데요, 행복한 기분은 높이고 우울하고 불안한 기분은 줄여 줍니다. 돈은 한 푼도 안 드는데, 오히려 소득이 올라갑니다. 관심이 가시나요? 이 놀라운 만병통치약, 기적의 약은 바로! 잠입니다. 밤에 잠만 잘 자도, 좋은 삶, 굿라이프를 누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매슈 워커의 책입니다.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면서 보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잠을 자며, 수면이 우리의 몸과 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고 삽니다. 잠은 여섯 시간이나 일곱 시간 이상 충분히 자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면역계가 손상되고 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증가합니다.
세계 보건 기구 WHO가 수면 부족을 선진국 전체의 유행병이라고 선언했어요. 미국, 영국, 한국, 일본, 서유럽의 몇몇 국가들 등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면 시간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나라에서 성인병과 정신 질환 발병 건수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절대 우연의 일치가 아닙니다.
잠을 설치면 우울, 불안, 자살을 비롯한 모든 주요 정신 질환 증상들이 더 심해지고요. 잠을 너무 적게 자면 포만감을 알리는 호르몬이 억제되고, 대신에 배가 고프다는 느낌을 일으키는 호르몬의 농도가 늘어납니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더 먹고 싶어집니다. 수면 부족에 시달리면 체중이 늘어납니다. 잠이 짧아질수록, 수명도 짧아집니다. 안타깝게도 사람은 사실상 일부러 자신의 수면 시간을 줄이는 유일한 종입니다.
사람은 잠을 잘 때, 전혀 다른 두 가지 유형의 잠을 번갈아 잡니다. 렘수면과 비렘수면. 잠든 상태에서도 빠르게 눈이 움직이면 Rapid Eye Movement 수면, 즉 REM 수면, 렘수면이고요, 그렇지 않은 경우, Non-Rapid Eye Movement 수면, 즉 비렘수면입니다. 밤의 전반기에는 90분 주기 내에서 깊이 잠드는 비렘수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요. 밤의 후반기로 옮겨갈수록, 렘수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깊이 잠드는 비렘수면의 비율은 줄어듭니다.
우리는 깨어 있는 동안 무수하게 많은 일을 보고 듣고 겪습니다. 이걸 다 기억하면 뇌는 터져버릴 거예요. 사람에게 망각은 축복이자 선물입니다. 모든 일을 다 기억하면 새로운 기억이 만들어질 공간이 없어집니다. 컴퓨터처럼 디스크 용량 부족 사태가 오겠지요. 잠자는 시간 동안 뇌는 저장 공간 포맷을 합니다. 내가 겪은 모든 일을 다 기억할 필요는 없어요. 편집을 통해 불필요한 기억은 버리고 중요한 기억만 남깁니다. 그렇게 새로운 기억을 위한 저장공간을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번갈아 가며 기능을 합니다.
처음 잠들었을 때 수면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깊은 비렘수면의 핵심 기능은 불필요한 신경 연결을 솎아내고 제거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수면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렘수면은 이 연결을 강화합니다.
장기 보존 기억을 만드는 과정은 점토를 빚어서 조각상을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루 종일 경험한 무수하게 많은 기억의 재료가 돌림판 위에 올라옵니다. 우선 굳이 보존할 필요가 없는 기억을 한 움큼씩 떼어 냅니다. 길게 이어지는 비렘수면이 하는 일입니다. 그런 뒤 잠시 집중적으로 몇몇 부위를 세부적으로 다듬습니다. 짧은 렘수면이 하는 일이에요. 비렘수면이 전반적으로 삭제하는 역할을 하고, 나중에 렘수면이 정교하게 다듬으며 우리의 기억은 서로 연결되고 세부적으로 다듬어집니다.
매일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기에 기억도 끝없이 갱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뇌는 밤에 잠을 자는 겁니다. 매일 밤 다양한 수면 단계들이 전날의 사건들을 토대로 우리 기억망을 자동적으로 갱신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잠잘 때 처음에는 비렘수면이 주도하고 아침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렘수면이 주도하는 이 수면 양상에는 한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대개 사람들이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지요.
오늘 밤 자정에 여러분이 잠자리에 든다고 해요. 하지만 꼬박 여덟 시간을 자고서 오전 8시에 일어나는 대신에, 아침 일찍 열릴 회의 때문에, 혹은 새벽 운동 나가려고 오전 6시에 깹니다. 그러면 잠을 몇 퍼센트 덜 잔 것일까요? 정상적으로 잘 때인 여덟 시간보다 두 시간이 줄어든 여섯 시간이니까 25퍼센트? 아니에요. 우리 뇌는 필요한 렘수면의 대부분을 수면 시간의 끝부분, 즉 아침이 가까워질 무렵에 배치하기 때문에, 렘수면으로 보면 60~90퍼센트를 잃은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오전 8시에 일어나긴 하지만 새벽 2시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면, 깊은 비렘수면의 상당 부분을 잃지요. 탄수화물만 먹고 단백질을 먹지 않음으로써 영양실조가 일어나는 불균형적인 식단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양질의 수면을 위해서는 밤 10시 이전에 잠들고 해가 뜨는 아침까지는 푹 자는 게 좋습니다. 유난히 늦게 자거나, 유난히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균형적인 수면 습관이 아니에요.
예전에 미국과 영국의 지도자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나 마거릿 대처 수상이 하나같이 자랑했던 게 뭔지 알아요? 두 분 다 평소 밤에 네다섯 시간밖에 안 자며 열심히 일한다고 그랬어요. 그분들 노년에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수면 부족은 치매를 부르는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임상 연구를 했더니, 수면 장애를 치료한 결과 노인들의 인지력 쇠퇴 속도가 상당히 느려졌고, 더 나아가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시기도 5~10년 지연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피디로 일하며 평생 밤을 새워 촬영하고 편집하고 그랬거든요. 요즘 저는 밤에 잠을 잘 자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일만 하느라 고생한 것도 억울한데, 굳이 노느라고 밤을 새거나 잠을 줄이고 싶지는 않아요. 이제 저는 저녁 약속 잘 안 잡습니다. 저녁 8시 이후에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은 자제하고요. 조용히 책을 읽으며 잠이 찾아오기를 기다립니다.
잠을 잘 자기 위한 비결을 소개합니다.
첫째, 수면 시간표를 지켜세요.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므로, 수면 패턴을 바꾸면 적응하기가 어렵습니다. 주중에 부족한 잠은 주말에 더 잔다고 해서 보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월요일에 일찍 일어나기 더 힘들어집니다. 규칙적으로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지키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수면 장애가 있다면,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은 피하세요.
커피, 콜라, 특정한 차, 초콜릿에는 자극제인 카페인이 들어 있고요. 효과가 완전히 사라지는 데에는 여덟 시간까지 걸립니다. 오후 2시 이후에는 커피는 삼가는 편이 좋고요. 니코틴도 깊은 잠을 방해하는 자극제입니다. 게다가 흡연자는 니코틴 금단 증상 때문에 아침에 너무 일찍 깨게 됩니다. 잠자러 가기 전에는 알코올 함유 음료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밤에 술을 많이 마시면 렘수면이 사라지고, 한밤중에 깨기도 합니다.
셋째, 침실을 어둡게 하고, 차갑게 하고, 침실에서 전자 기기를 치우세요.
소음, 밝은 빛, 불편한 침대, 따뜻한 온도 등 잠을 방해할 만한 것들을 침실에서 없애야 합니다. 침실 온도를 서늘하게 유지하면 잠을 더 잘 잡니다. 침실에 텔레비전, 휴대 전화, 컴퓨터 같은 것들이 있으면, 주의가 산만해져서 필요한 잠을 제대로 못 잘 수 있어요. 침대는 오로지 잠을 자는 용도로만 쓰세요. 그래야 몸이 길이 듭니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이 들어요.
넷째, 적절히 햇빛을 쬐어라.
햇빛은 하루 수면 패턴을 조절하는 데 대단히 중요합니다. 매일 적어도 30분 동안 실외에서 자연광을 받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햇빛을 받으면서 일어나거나 아침에 아주 밝은 빛을 접하는 편이 좋습니다. 수면 전문가들은 잠이 드는 데 문제가 있다면 아침 햇빛을 한 시간 동안 접하고 잠자리에 가기 전에 조명을 다 끄라고 권합니다.
다섯째, 말똥말똥하다면 잠자리에 누워 있지 말라.
누웠는데 20분 넘게 잠이 안 오거나 불안하거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면, 일어나서 졸음이 올 때까지 긴장을 푸는 활동을 하세요. 못 잘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은 잠들기 더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저는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 소통> 책을 읽고 명상을 훈련하고 있는데요. 잠이 오지 않는다면 명상을 하셔도 좋아요.
제가 60년대생인데요. 저는 어렸을 때, 늦게까지 방에 불을 켜놓고 있으면, 한소리 들었어요. “전기세 아깝다. 빨리 불 끄고 자라.” 그 시절엔 밤 10시만 넘으면 다 잤어요. 요즘 아이들은요, 숙제하랴 인터넷 강의 들으랴 그 와중에 스마트폰 들여다보랴 게임 하랴, 잠을 줄여가며 삽니다. 아이들 걱정하지 말고요. 우리의 수면 습관부터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잠이 보약입니다. 모쪼록 푹 주무시고 오래오래 건강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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