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진로 특강을 다니며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을 만납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코로나로 인해 그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은근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학교에 가지 못했던 시간 동안, 사회적 고립과 격리를 겪으며 아이들은 친구들과 만나지도 못하고 학교 행사를 통해 추억을 만들지도 못했어요. 늘어난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앞으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고요. 아이들의 힘든 마음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걸 고민하는 저자의 책 두 권을 꼬리를 물고 읽었습니다.
<교실 심리> (김현수 / 에듀니티)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남긴 상처들> (김현수 / 해냄출판사)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가게나 회사 문을 닫기 전에 우리는 학교 문부터 닫았어요. 당장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으니, 교육부터 중단한 겁니다. 어른들의 필요에 따라 온라인 수업을 시작했지만,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 잃어버린 게 많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아이들은 최초의 장기적ㆍ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단절, 등교 금지와 학습 불능 상황을 경험했어요. 수십 년을 살아온 우리에게 코로나는 잠시 지나가는 시기였지만, 겨우 10년 남짓 살아온 아이들에게는 그 3년이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질 수도 있어요. 우리가 아이들과 해야 할 일은 코로나가 남긴 상처를 인정하고 정서적 치유와 돌봄, 관계와 공동체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야외 활동이나 등하교가 사라지면서 아이들의 체중은 늘었고요. 반대로 친구 관계는 줄었습니다. 아이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때, 부모가 아이들의 놀이 친구가 되어주었는데요. 많은 발달학자는 부모가 놀이 친구로서 썩 적합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부모는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놀이에 금방 지루함을 느끼는 편이고, 인내심이 적은 편이고요.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로 바꾸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 기술, 도덕성 발달, 사회학습의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학교나 친구와는 거리가 벌어지고 스마트폰과는 더 가까워졌습니다. 부모가 보기에는 안타깝지요. 그렇다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잔소리가 지나치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부모님에 대한 아이들의 반감도 커지지만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아이의 자율성을 침범하는 잔소리는 스스로 해내는 자기주도성을 잃게 만들고요. 자율성을 추구하는 청소년들에게 반감을 사서 오히려 반대되는 행동을 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남긴 상처들>을 보면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가이드라인이 나옵니다.
첫째, 적절한 나이에 구입하고 사용하도록 합니다. 적절한 나이란 보통 초등학교를 마친 시기입니다.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연결됩니다. 그 내용을 수용하려면 적어도 중학생은 되어야 하고요,
둘째, 두 살 이전에는 절대로 스크린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아기 때 스크린에 과다 노출되면 언어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2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하루 한 두 시간 이상 스크린 시청을 하지 않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셋째, 스마트폰 조절과 통제는 가족 문화로 정착해야 합니다. 가족 회의로 규칙을 정하고 서로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부모님을 포함해서 가족 모두, 식사 시간 휴대폰 끄기, 밤에 정해진 시간에 스마트폰 끄기를 실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정생활에서는 부모님의 솔선수범이 중요한데요. 특히 잠자리에 들 때 스마트폰 내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마트폰의 청색광은 불면증을 일으킬 수 있거든요.
요즘 아이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재미’입니다. 오늘 하루가 재미있을까, 없을까. 자기들끼리 교사를 평가할 때도 유머 감각이 없는 선생님, 수업하면서 한 시간에 한 번도 못 웃기는 선생님은 점수를 낮게 매깁니다. 아이들은 재미없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 싫어해요.
부모 세대는 공부만 잘하면 출세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요즘 아이들이 집착하는 건 공부보다 인기입니다. 내가 인기 있는 아이인가, 없는 아이인가. 외모도 그렇고, 키도 그렇고, 친구들을 웃기는 재주도 그렇고, 인기가 없다는 것을 불행한 일로 여깁니다. 과거에는 성실하고 순응적이고 가정을 중요시하는 가치가 인정받았다면, 지금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요즘에도 끼니 걱정에 시달리는 빈곤 계층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절대적 박탈감이 아닌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립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이도 있는데요. 학비에 보태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서랍니다.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게임은 할수록 느는데, 공부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공부는 자기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학업을 쉽게 포기하게 됩니다. 게임을 통해서만 ‘자기 효능’을 확인하지요. 사람은 누구나 잘하고 칭찬받는 것을 하고 싶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부모는 끊임없이 공부하라 윽박지르지요. 공부를 잘할 수 없다는 걸 느낀 아이는 심리적으로 학교를 벗어나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 중에는 우울증과 자해가 있어요. 아이들은 왜 자해를 하는 걸까요? 자기 혐오가 그 심리의 근저에 있습니다.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나 자신의 바람대로 되지도 않고, 친구들 사이에 뚜렷한 존재감도 없는, 이번 생애는 망한 존재가 된 자신이 너무 싫다는 거죠.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청소년 자해가 등장하는 배경은 유사합니다. 가족의 유대관계 붕괴, 청소년들의 입시, 취업 스트레스의 증가, 학교생활에서 겪는 또래 관계의 어려움 등이 그 배경을 이루지요. 다른 나라의 대책들도 비슷합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대화의 시간을 늘리고, 아이들의 어려움을 줄여주고, 아이들의 감정조절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주요 정책이자 치료과정이었습니다.’
요즘 학교를 떠나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두는 선생님들이 은근히 많습니다.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1순위는 학생이 아니더라고요. 학부모랍니다. 일본에서 나온 다큐 중 <몬스터 페어런츠>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부모가 괴물이라니, 무슨 뜻일까요? 자기 자녀의 중요성만 지나치게 강조하여, 학급이나 학교가 자기 자녀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진상 부모를 뜻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식에게 무한한 책임을 느끼면서 오직 자기 자식에게만 이로운 것을 추구하는 뻔뻔한 부모를 말하지요.
학부모들의 학력이 전보다 평균적으로 높아지고, 선생님과의 지식 격차가 줄어들면서 교육에 개입할 여지가 늘었다는 것도 선생님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내 아이만 생각하지 말고, 학교라는 교육 공동체를 꾸려가는 반 친구들과 선생님들까지 함께 배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업시간에 졸며 지루해하는 아이,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게으르다, 나쁘다, 사악하다, 교활하다고 여기는 교사는 아이들과 치열한 전투를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공부에 곤란함을 느끼는 아이, 상처받은 아이,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고 보고 다가가면 교사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됩니다. 요즘 아이들은 공부하기 좋은 축복받은 환경에서 산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사실 아이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압박을 받으며 삽니다.
사회 심리학자 앨버트 밴두라는 작은 성공이 큰 성공을 부른다고 했어요. 비록 낮은 목표를 잡더라도 성취했을 때 다음 목표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성공해본 사람이 또 다른 성공을 할 수 있거든요. 아이가 직접 정한 하나의 목표에 매진하고, 그 결과 작은 성취를 맛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역경 극복의 과정을 가르치면 좋겠어요. 원래 잘하던 사람이 더 잘하게 됐다는 말은 흥미롭지 않아요. 에디슨, 아인슈타인처럼 잘나지 않았던 사람이 성공하는 구조로 된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선생님도, 엄마도, 옆 친구도 모두 원래부터 잘했다고 하면, 아이는 어려워하는 자신에게 실망하여 포기하게 됩니다. ‘나도 어려웠고 처음부터 잘하지 못했지만, 노력하여 지금은 잘하게 되었다’고 변화를 강조하면 아이들이 희망을 갖게 됩니다.
코로나로 인해 어른들도 힘들었지만, 아이들도 많이 힘들었어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 시간이 사라져버렸거든요. 힘든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어른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책을 읽으며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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